메인화면으로
국책연구소 연구원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까닭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책연구소 연구원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까닭은?

"중국, 이미 北에 들어가 무산 철광석 광산 개발작업 진행 중"

지난해 9월, 국내 한 언론사 취재팀이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 부근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취재팀에 동행한 북한 연구자도 함께 억류됐었다. 학문의 '현장'에서 체포된 학자는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센터장이었다.

안병민 박사는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수행한 연구의 성과를 '북중경협의 현실과 문제점'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안 박사는 이 자리에서 공안에 잡힌 이유가 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 찍힌 장면은 중국의 트럭들이 북한의 함경북도 무산 철광석 광산에 들어와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중장비들이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무산은 30억 톤의 철광석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최대의 철광산으로 유명하다.

안 박사는 지난해 7월 이미 무산이 철도·도로·항만 등 3가지 경로로 중국과 직접 연결되게 되면 무산의 철광석이 중국 동북지방이나 상하이(上海) 등으로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무산에는 동쪽으로 청진에서부터 북쪽으로 중국의 허룽(和龍)-난핑(南坪)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놓이며, 무산-난핑-허룽을 잇는 철도도 2015년까지 신설된다.

이날의 발표는 이같은 교통망이 갖춰지기도 전에 이미 중국 장비들이 들어와 광산을 개발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안 박사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장비가 들어와 작업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중국 장비들은 번호판을 가린 채 작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이어 내놓은 몇 장의 사진에서, 무산 인근에서 철을 채취하는 중국 트럭의 모습과 광산 개발에 필요한 전력을 중국에서부터 끌어오는 전력 설비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북-중 경제협력은 계속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북한 무산 광산에서 작업중인 중국 장비들. 안병민 박사는 이 사진을 촬영하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안병민

강화되는 북중경협…북한 한복판에 세워진 중국어 선전물

안 박사는 또 자신이 입수한 북한 내부 사진들도 공개했다. 일부 사진들은 북한 당국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성과를 주민들에게 선전하려 애쓰고 있음을 보여줬다. 마을마다 세워진 큰 입간판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했던 것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또 북한 동북부 원정리와 라진을 잇는 도로 건설사업을 중국 인력과 장비가 들어와 하고 있는 현장 모습도 공개됐다. 중국 지린(吉林) 성의 한 회사가 공사를 하고 있다는 안내문은 중국어로 쓰여 있었고 '조선(북한)을 지원한다'는 문구와 '길을 고치고 다리를 놓자'라는 문구 역시 중국어로 쓰여 현장에 세워져 있었다.

'조선 도로건설 공정 차(車)'라는 글귀를 한글과 중국어로 병기한 트럭들도 줄지어 서 있었다. 현장 너머로는 북한의 승리화학공장의 모습이 보였다. 중국 동북 창춘(長春)-지린-투먼(圖們)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 개발계획'의 총 11개 국제 수송로 중 9개가 북한과 연결된다.

다만 안 박사는 현재 중국이 북한에서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항만에 인접한 지역들이라면서 "내륙은 교통망이 안 좋아 개발할 수 없다. 조사도 했고 개발 계약도 체결했지만 실제로 개발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통로 신설과 전기 등 설비를 갖추는데 드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 내에서 도로 공사를 대신 해주거나 항만, 다리 등을 지어주는 것에는 경제적 목적 외에 다른 목적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라진항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군사적 목적도 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대부분 경제목적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북-중간 새로 지어지는 교량의 경우, 현재 20톤 이상의 차가 지날 수 없는 것에 비해서는 수용 능력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60톤 이상의 하중은 견딜 수 없다. 때문에 중국 인민해방군 탱크가 이 다리를 건너 북한 국내로 개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원정리-라진 도로건설 현장에 붙은 중국어 표지판. '조선(북한)을 지원한다'(支援朝鮮)라는 구호다.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원(ERINA)

북중경협의 北측 주체는 중앙? 지방?

안 박사는 그러나 이같은 북중경협이 북한의 개혁 개방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거라고 내다봤다. 북한 정부는 개방이 이뤄지는 지역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과 점을 잇는 수준에서만 경협을 추진하고 있고 '면'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협에서 오히려 주목되는 것은 사업의 주체가 평양의 중앙정부나 국영기업이 아닌 각 지방정부라는 점이라는 것이었다. 안 박사는 지난해 10월 일본 언론에 의해 알려진 벌등도 개발의 경우에도 "중앙이 아니라 지방과 지방 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벌등도는 중국 지안(集安)과 북한 만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압록강의 하중도로 북한 영토다.

또 그는 신의주에 각 지방정부의 트럭들이 들어와 중국에서 넘어온 물자를 수송하는 장면을 봤다면서 "지방정부가 직접 중국과 교역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선 지역의 개발도 일부 사업의 경우에는 "대풍국제투자그룹은 거의 제외된 것 같고 (중국은) 라진시 인민정부와 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직접 중국과 경협을 추진하는 배경과 관련해 그는 북한 중앙정부의 물자공급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는 각 물자별로 북한 전체가 몇 개의 권역으로 쪼개져 물품 공급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감자의 경우, 전에는 (북한 동북부) 대흥단의 감자가 북한 전역으로 운송됐지만 철도와 도로 운송이 마비돼 자체 권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감자 뿐 아니라 소금, 수산물, 곡물 등의 주요 물자도 이처럼 몇 개의 공급권으로 쪼개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안병민 박사가 작성한 북한 내의 감자 공급 권역도 ⓒ안병민

한편 그는 최근 휴대폰이 1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아파트 옥상에 전파 중계기가 설치된 모습 등 북한의 변화상도 소개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휴대폰으로 시장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면서 "물건값이 비싼 지역으로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데, 정보는 알았지만 수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군·행정기관·기업소의 차량을 이용해 시장으로의 불법적인 수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청년의 모습이나 청진시장의 모습, 김정은이 주도해 새로 지었다고 알려진 평양의 아파트 건물의 완공 모습과 건설 중 모습 등의 사진도 소개됐다. 최근 북한에 많이 등장한 미제 지프와 포드 승용차, 중국에서 만든 주유소 시설도 보였다. 그는 평양의 자동차들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달리는 등의 사회 시스템 변화는 김정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