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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하는 김정은, 왜 자꾸 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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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하는 김정은, 왜 자꾸 등장하나

[한반도 브리핑] 사진 해석 골몰하는 언론의 '헛발질'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 체제의 불안정을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북한 체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북한 체제가 별다른 이상이 없이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도체제에 대해서도 집단 지도체제보다는 유일 체제를 그대로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김정일 사후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북한 체제는 예상과 달리 '정상화'라는 세 글자가 어울릴 정도로 이상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고, 김정일 사망의 슬픔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금 드러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동의와 의견의 일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정은에 대한 보도와 평가는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가 수행하고 있는 현지지도의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앞선 시대와 다른 뭔가를 찾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는 듯 보인다. 대표적으로 그의 파격적인 행보 즉, 현지지도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스킨십'과 얼굴 표정 등에서 김정일이 아닌 김일성을 연상하면서, 그의 노선과 정책이 김정일 시대와 다르고, 달라질 것이라는 때 이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공군 제1017부대를 시찰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월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실 지금의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서라기보다는 김정은의 권위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김정은의 권력은 위로부터 주어진 권력이면서,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권력이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바로 김정은의 권위이며, 소위 말하는 '위대성'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듯이 김정은이 비록 김정일과 더불어 일찍부터 현지지도를 수행하고, 내부에서 실질적인 통치를 수행했다 하더라도 대중적인 권위를 획득하는 데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김정은의 대중적인 권위쌓기의 시작은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김정일의 급서 이후, 김정은의 대중적인 권위의 획득은 빠른 시일 내에 그리고 집중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현지지도에서 친근함, 자신감, 친밀감의 표현을 더욱 강조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친근함, 자신감, 친밀감을 앞세우면서도 김정일 노선의 철저한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군정치의 계승, 강성대국 건설의 계승, 그리고 인민생활의 향상을 위한 강조 등이 모두 김정일의 노선의 계승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라 하겠다. 핵심은 사진에 나타나는 그의 행태가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 즉, 김정일 노선의 계승인 것이다. 과거 김일성의 사망 이후가 그러했듯이, 사망한 김정일이 아직은 김정은 시대를 채우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아직은 김정은 고유의 색깔과 정책, 노선이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있다면 북한의 주장처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정책 노선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언론은 김정은 현지지도에서 드러난 몇 장의 사진을 통해 그의 노선과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들의 그 '능력'에 감탄을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가 북한 체제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서 '선정성'과 나무의 잔가지만을 보려는 경향에 빠져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회주의권의 내부를 분석하기 위한 기법으로서 소위 '크렘놀리지'의 유용성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과학적' 기법을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현재 나타나는 언론의 모습은 너무 성급하고, 뭔가 다른 점을 찾아내기 위한 '과잉해석'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 생각해보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승계는 당연히도 앞선 시대와 다른 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일의 승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마다 신년사를 직접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접촉을 가졌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육성을 듣기가 대단히 어려울 정도로 대중적인 연설이나 발표를 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알려진 현지지도 역시 지금의 김정은처럼 악수하고 포옹하고 팔짱을 끼는 모습은 드물게만 관찰될 뿐이었다. 그런데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이 달라졌는가? 물론 구체적인 정책이야 달라졌다. 그것은 북한이 처한 환경에 의해 강요되기도 했고, 또 북한 스스로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방도를 고민하면서 내놓은 정책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지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스타일과 몇 장의 사진에 비춰지는 이미지에서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김정은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북한의 지도엘리트의 지향, 북한이 처한 환경, 구체적인 정책의 목표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났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보다 지금 북한의 매체에서 무슨 주장을 하고 있으며, 어떤 정책들을 내놓고 있고, 김정은과 지도엘리트 들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사진만 붙잡고 있어서는 '과잉해석'의 오류는 물론이고 진짜 알아야 할 그 '무엇'을 놓쳐버리고 말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이미지를 비교하고 그를 통해서 북한 사회의 모습과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으며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예측의 기준을 삼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도 북한을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은의 현지지도에서 팔짱을 끼는 모습 등을 예로 들면서 김정일과 다른 모습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정일 역시 현지방문을 할 때 팔짱을 끼기도 했고, 스스럼없이 악수를 하기도 했다. 또, 과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나 후진타오 중국 주석 등과 회담을 할 때에도 그들과 볼을 갖다 대는 '사회주의식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김정일 역시 스킨십을 멀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정은의 현지지도에서의 스킨십과 스스럼없음이 김정일과 다른 것이 아니라, 현재 북한 선전 당국이 김정은에 대해서 강조하는 면이 다르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왜 강조하는 면이 다를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여기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지금 이 시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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