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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유혈사태, '카다피 잔당'과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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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유혈사태, '카다피 잔당'과는 무관"

NYT·가디언, "사태 본질은 NTC와 지방세력간 주도권 싸움"

리비아 북서부에서 '카다피 잔당'이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이끄는 임시정부에 반기를 들고 도시를 점령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내전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작년 내전 초기부터 반복됐던 정파 간의 알력 다툼과, 반대파에 대한 흑색선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사망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를 추종하는 일단의 무장세력이 24일 수도 트리폴리 동남쪽 150km 지점의 산악 도시 바니왈리드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NTC 지지 성향의 무장 집단을 도시 바깥으로 몰아냈으며 교전 과정에서 4명 이상을 사살했다. 현지의 NTC 측 관계자들은 이들이 카다피의 상징인 녹색 깃발을 휘날리면서 "알라! 무아마르!"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는 모두 바니왈리드의 토착 부족세력과 대립하는 NTC 지지 성향 파벌지도부 등의 증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의 24일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중앙정부인 NTC와 현지에 뿌리박은 부족 유지들 간의 주도권 싸움에 더 가깝다.

<가디언>은 앞선 언론 보도와는 달리 바니왈리드 시내에서 카다피 정권의 상징인 녹색 깃발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바니왈리드 지역 원로들은 자신들이 '카다피 잔당'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지역 원로인 미프타 주바라는 "바니왈리드 내에 친(親)카다피 세력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언론이 그렇다. 도시를 돌아다녀 봐도 녹색 깃발이나 카다피 초상화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듯 말했다.

▲리비아 북서부 바니왈리드에 위치한 NTC 지지 성향의 군사집단 '5월28일 여단'의 본부 병영. 24일(현지시간) 촬영된 이 사진에 보이는 건물 전면 벽의 검은 얼룩들은 무장 세력 간의 교전으로 인한 탄흔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뉴시스

지역 부족 지도자들 "우리는 카다피 잔당 아냐…권력 원할 뿐"

<가디언>은 이날 바니왈리드에서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파와지 압델라이 리비아 임시정부 내무장관은 카다피 지지자들에 의해 이번 공격이 일어났다는 보도를 부인하기도 했다. 압델라이 장관은 이번 충돌은 바니왈리드의 "내부적 문제"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AFP> 통신도 임시정부 총리실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는 회의를 소집해 바니왈리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도시를 장악한 것이 정말 '카다피 잔당'이라면 혁명 지도부인 NTC가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카다피 잔당의 발호'가 아니라 지방 정부 격인 '지역위원회' 인선을 둘러싼 지역 원로들과 NTC 간의 알력에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진단이다. 지역 원로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지역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면서 수도 트리폴리에서 오는 어떤 간섭도 거부한다고 신문에 밝혔다.

앞서 바니왈리드 지역 원로 200명은 이슬람 예배당(모스크)에 모여 NTC가 결정한 지역위원회 및 군사위원회 인사를 뒤엎고 자신들의 뜻에 맞는 새로운 인물을 세우기로 결의했다. 원로 중 한 명인 알리 자르곤은 <로이터> 통신에 "(NTC가) 어떤 인선을 우리에게 강요하려 한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 관리들도 이 분쟁은 갑자기 터진 게 아니며 지난 수 주 동안 계속된 주도권 싸움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이 안정돼 있으며 협상이 계속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NYT "토착 세력과 신흥혁명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이 본질"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바니왈리드 전사들의 사령관을 자칭한 살레 다브논 알와이르(47)는 신문에 "카다피군이나 카다피 지지자 같은 것은 여기 없다. 문제는 부족 간에 있다"고 말했다.

알와이르는 문제의 발단은 자신들과 대립하는 NTC파 성향의 군벌 '5월 28일 여단'이 한 남자를 납치한 것이었다면서, 지역 원로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5월 28일 여단'은 이를 거부했고 따라서 충돌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카다피 부역자'에 대한 NTC파의 체포와 구금 등의 행동이 두 세력 간 감정의 골을 건드린 셈이다.

바니왈리드의 10만 인구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와팔라족은 리비아 내전 과정에서 끝까지 카다피 편에 서서 NTC에 저항했으며 카다피의 차남이자 2인자였던 사이프 알이슬람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다 전세가 카다피에게 불리해지자 바니왈리드 유지들은 NTC와의 협상을 통해 반군이 전투 없이 도시 내로 들어오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들 '점령군'과 현지 유력자들 사이의 관계가 좋았을 리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임시정부의 국방부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압델-살람 알하시 장군은 <뉴욕타임스>에 "아주, 아주, 아주 단순한 이유로 지역적 충돌이 있었을 뿐"이라면서 이번 충돌은 바니왈리드 군사위원회 내의 주도권 싸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알하시 장군은 "이는 그런 수준의 다툼일 뿐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무기를 갖고 있다 보니 전투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델라힘 알키브 임시정부 총리도 24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진정을 촉구하고 "이런 분쟁은 리비아 혁명 정신과 리비아 국민의 열망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임시정부를 이끄는 NTC의 무능도 지적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유혈사태로까지 비화한 것도 넓게 보면 '중앙'의 책임인데다 리비아의 몇몇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기 등 기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폐허로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시민들은 투명성 확보 등 개혁을 촉구하는 한편 내전 기간 중 당한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아 현재 리비아 정국이 매우 불안한 것민은 사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22일 벵가지에서는 시위대가 NTC 본부 건물을 습격해 이들의 요구에 따라 압델 하피즈 고가 NTC 부위원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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