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지난 17일 <김정남 "천안함, 북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란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김정남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핵,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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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김정남의 이같은 발언이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五味洋治) 편집위원과 김정남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있다면서 <월간조선>이 그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들이 고미 편집위원과 인터뷰한 결과 김정남은 천안함과 관련한 말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미 편집위원은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게재한 내 책에는 천안함 내용이 단 한 군데도 나오지 않는데 조선일보가 왜 이런 내용을 보도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선일보>의 해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고미 위원은 김정남과의 이메일 대화와 대면 인터뷰를 모은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냈다. 그러나 이 책에도 천안함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서울신문>은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기사 중 북한의 입장을 설명한 부분은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내용인데, 기자가 작위적으로 천안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미 위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여통의 이메일 중 거의 모든 내용을 책에 수록했다"며 "번역 작업도 꼼꼼히 했는데 없었던 내용이 보도된 경위를 알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또 "책이 발간되면 천안함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알려질 텐데 왜 그런 무리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조선일보는 책임 있는 언론사로서 책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보도 경위를 밝혀 달라"고 말했다.
▲ 고미 요지 편집위원이 펴낸 김정남과의 대화록 <아버지 김정일과 나> 표지 ⓒ연합뉴스 |
고미 위원은 19일 <MBC>와의 통화에서도 김정남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도해 곤혹스럽다며 <조선일보> 해명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간조선> 기자는 '고미 요지 씨가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김정남이 포괄적으로 천안함에 대해 언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고 <MBC>는 전했다.
앞서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등 보수 언론은 <조선>의 기사를 바탕으로 쓴 사설에서 '국내 종북(從北) 세력'은 이제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선일보>에 대한 고미 위원의 반론은 <연합뉴스>가 최초로 보도했다. <연합>은 18일 오후 4시 54분 기사에서 고미 위원이 "김정남과는 천안함이 아니라 연평도 공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한국에서 마치 내 책이나 이메일에서 김정남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 기사에는 이 발언이 기사 맨 밑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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