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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북한 '무력 충돌' 불가피한가?

[한반도 브리핑] 박근혜-오바마 정상회담 주목해야 하는 이유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폐쇄 이후 한국정부와 미국의 대화 제안에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제 대화와 협상이라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완전히 물 건너갔고 무력충돌이라는 옵션밖에 없을까? 북한의 거부 의사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보면 아직 대화와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화 제안에 4월 16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최후통첩장이라는 형식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중략)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감행한 크고 작은 모든 반공화국적대행위에 대하여 사죄하고 전면중지하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온 겨레 앞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통첩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것을 어디에 중점을 두고 받아 들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사죄에 중점을 둔다면 북한은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정부 측의 제안을 처음부터 받을 의사가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의 의도를 어느 특정한 단어나 문장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전체 맥락에서 해석해 보면 "한국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 입장(stance)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화할 수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여기서 지금까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시켜온 대북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보기보다는 체제변화 대상 또는 타도 대상으로 보고 추진되었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5일 0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주장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대화 자체가 전무하였고 미국과 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켰던 이명박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고려해 볼 때 이를 그냥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면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대해 거부한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북한은 4월 16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기간에 시사한 북한과 대화 가능성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진정한 대화는 오직 우리가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탁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 대화는 자주권 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 라고 하였다.

이어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력을 앞세워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 비난하면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고 미국을 비난하였다. 이것을 미국의 대화제의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나타난 북한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그리고 상황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미국은 과연 미국의 코앞에서 미국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상대가 대화를 제의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국의 역사경험은 그 반대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냉전시기인 1963년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할 때 미국은 소련과 대화를 중단하고 쿠바로 들어오는 모든 해로(海路)를 봉쇄 (blockage)하고 소련이 계획을 철폐하지 않으면 소련과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주었으며 끝내 소련의 굴복 (give in)을 받아 내고 봉쇄를 풀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시사점은 미국이 북한을 정당한 대화의 상대자로 대우해 주고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하여 보면 북한은 자신들의 강경한 언사에도 불구하고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남한과 미국 모두에게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남한과의 대화에서 무엇을 논의하자는 것인가?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젊은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결속을 위한 것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2년이라는 단시간에 북한의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김정일보다 분명 취약할 것이다. 김정일의 경우에는 김일성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김정은과 같은 위치였지만, 대학을 졸업한 1964년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평양시 지도과 지도원에서부터 '후계자수업'이 시작하였다. 그리고 1993년 국방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최고지도자 위치에 올랐다. 약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하였다.

이러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김정은이기 때문에 '전쟁불사'라는 초강수 그리고 벼랑 끝 전술을 씀으로써 한순간에 자신을 정점으로 한 내부결속을 이끌어 내자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일지도체제라는 북한의 특수한 정치체제를 고려할 때 이러한 분석은 일말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만약 이러한 전술이 실패한다면 북한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혼란과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김정은이 이러한 벼랑 끝 전술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과 같이 된다면 김정은 정권은 내부결속이 아니라 내전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들을 김정은과 김정은의 후견인들은 고려하지 않았을까?

이렇듯 현 상황을 김정은의 내부결속을 위한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현실과 현 사태의 핵심과 심각성을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국가로 수립된 1948년부터 현재까지 현실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의 군사적 대치이다. 대치뿐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고 아직 그 전쟁은 해결되지 않았다. 6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세계 초강대국을 적대국으로 상대한다는 것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이며 당사국인 북한으로서는 기약 없는 '고난의 행군'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나 세계를 관리하는 미국입장에서 북한은 장기에서 '졸(卒)'에 해당되는 하찮은 존재이며 외교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는 사항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외교적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문제는 곧 핵문제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입장에서 북한이 '보통국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명확하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의 핵과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미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만약 북·미간의 대화와 협상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 (초강대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끝내려고 할 것이다. 즉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3호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북·미간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고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미국 측에 한다면 미국은 순순히 북한의 요구에 응할 수 있을까? 미국은 그냥 '국가'가 아니다. 위상과 영향력은 추락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세계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북한의 압박과 위협에 손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 그리고 경제위기로 패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 자신들의 패권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적 영향력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태도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처지이다.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의 무력충돌은 북한의 말대로 불가피할 것일까? 아니다. 전쟁은 한국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의 역할에 의하여 방지될 수 있다.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한반도 문제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이다. 또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국 중 하나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것은 한국을 대신하고, 한국을 위한 참전이었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이 한국전쟁을 완전히 종식하고 평화체제가 안착되는 것을 원하고 미국에 요구한다면 미국이 그것을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한국의 이러한 요구는 북한과 불가피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을 미국에 제공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오히려 환영할 것이다.

혹자는 만약 북·미간에 평화조약이 체결된다면 북한은 이것을 이용하여 다시 남한을 적화시킬 기회로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생존이다. 이런 현실과 상황에서 자신보다 2배의 인구와 50배에 가까운 GDP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인 남한을 과연 북한이 어떻게 적화시킬 수 있을까? 다시 전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도 남·북이 갖고 있는 재래식 무기만 갖고도 한반도를 몇 번이고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전쟁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또한 평화조약을 맺은 후에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면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고 국제사회로부터 협공을 받을 수도 있는데 북한이 그것을 모를까?

현재 한반도는 평화냐 아니면 전쟁이냐는 기로의 관문에 서 있다. 이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어떤 선택이 진정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철한 머리로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판단이 선다면 신속하게 국론을 모아야 한다. 5월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간의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이 정전을 종전으로 그리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 그전까지 현 상황이 부디 악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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