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임차 보증금을 포함해 내 재산 모두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주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88) 할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서울 강서구가 12일 밝혔다.
황 할머니는 2006년과 2008년,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4천만원, 3천만원, 3천만원씩 총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기부 천사'다. 이러한 선행이 세간의 화제가 돼 지난 7월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할머니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빈병과 폐지를 주워 이를 내다팔았다. 또 끼니는 인근 복지관에서 때우고 겨울철에는 난방비마저 아끼며 찬 방에서 지내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다.
이렇게 모은 돈과 정부에서 매달 지원하는 280여만원의 생활안정 지원금으로 장학금을 쾌척했으며, 남은 전 재산도 사후 기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강서구는 황 할머니가 구 장학회에 증여하기로 한 재산이 약 3천만원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황 할머니는 한 평생을 배를 주리며 외롭게 살았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13살 때 길을 가다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흥남의 한 유리공장으로 끌려갔고, 3년 뒤 간도 지방으로 옮겨져 위안부 생활을 했다.
광복 후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길에서 떠도는 아이를 양녀로 맞아 키웠다. 그러나 아이마저 10살 때 죽고, 할머니는 평생을 홀로 살아왔다.
할머니는 현재 노환으로 병세가 악화돼 음식물도 섭취하지 못하는 등 매우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구 조례에 따라 구민장으로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황 할머니는 병세가 심해지기 전 구 장학회에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현재 공증까지 마친 상태"라며 "자신을 위해서는 늘 아끼고 절약하며 사셨지만, 주변을 돌보고 베푸는 데는 전혀 인색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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