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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 '일괄타결' 아닌 '사안별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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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 '일괄타결' 아닌 '사안별 접근' 필요"

[미래연 주간논평] "계류중인 법안은 2004년 부시행정부 법안과 닮은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부터 한나라당이 주도해 입법을 시도했고 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북한인권법의 통과 여부는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예견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는 문명세계의 수치이며 그 1차적 책임은 당연히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 있다. 또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적 협력과 조치가 필요한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이나 공개적인 비난을 자제해야하는 이유는 북한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남북관계 같은 지극히 민감하고 복잡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처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권은 2차대전 이후 국제관계의 중요한 이념적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 국제정치에서는 편향된 대외정책 결정의 동인이 되기도 했으며 그러한 불균형적 시각이 권력정치(power politics)의 수단으로 작용해 또 다른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심지어는 무력충돌을 야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타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고려를 전제로 발언을 하고 사안별로 개입정도를 달리해 대응하는 것이 통례다.

최근에 발생한 수단이나 소말리아 인종학살 문제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개입했던 경우나, 2차대전 중 자행된 유태인 학살에 대해 연합국이 전쟁 중에 독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던 것이 그러한 예다. 또한 프랑스의 알제리인 학살문제, 영국의 북아이랜드 독립운동 탄압을 비롯한 수많은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가능한 한 당사국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했다.

이는 인권 문제가 '인도적 개입'과 '국내문제 불간섭'이라는 국제법 원칙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했을 경우 미국의 대중국 인권외교의 경우처럼 상호간 비난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직접 당사국인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에 대한 접근에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욱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2004년 미국 북한인권법의 한국판 입법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은 자유의 확산과 폭정의 종식으로 대변되는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틀 속에서 대(對)북한 압박 조치의 하나로 입법되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결과적으로 정치, 경제, 윤리적 측면에서 미국을 세계의 지도적 위치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이러한 시도를 답습하는 것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켜 장기적으로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6월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리 북한인권법 관련 당정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현 청와대 통일정책특보) ⓒ뉴시스

따라서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직접적 압박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이고 유연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인권법안과 같은 일괄타결식 법안 보다는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북한이탈주민,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문제의 개별 사안별로 독립된 입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개별 입법의 내용은 가능하면 상대 체제의 본질을 위해할 수 있는 규정을 지양하고 해당 사안의 실질적(pragmatic)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인도적 지원의 조건을 '인도적'이라는 의미에 맞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의 군사적 전용 방지와 투명성은 절대 조건이겠지만 지원 항목을 기술적으로 조정하면 다소 유연하게 위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인도적 지원은 경제협력이나 정치군사적 협상과는 반드시 분리해서 접근해야한다. 이는 과거 서독이 동독의 인권문제 제기보다는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위주로 동·서독간 신뢰구축을 시도했던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1차적 이유는 북한사회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제력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력한 통제력의 원천은 북한주민들의 무의식에 내재하는 외부세계에 대한 공포에 있다. 즉 김정일 체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현 체제가 붕괴되면 더 큰 고통이 자신들을 엄습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인권유린을 참고 견디며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주민들을 이러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북한 내부의 가시적 변화를 유도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시킬 열쇠일 것이다. 조작된 공포는 외부세계가 진정한 신뢰를 부여하면 극복될 수 있다. 그러한 신뢰는 김정일 체제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공격보다는 상대를 당사자로 인정하면서 지속적인 교류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상호 소통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7.4 남북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및 10.4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회귀함이 요청된다 하겠다.

* 원제 : 북한인권법 제정에 신중해야하는 이유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간논평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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