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표된 연맹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는 아랍연맹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에 대해 연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리아 정부는 △모든 전차와 군용 차량을 거리에서 철수시키고 △시위대에 대한 폭력행위를 중단하며 △모든 정치범을 석방키로 했다.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수감된 정치범은 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아랍연맹은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가 이뤄지면 아랍연맹의 중재 하에 알아사드 정권과 야권 세력과의 대화가 2주 내 카이로에서 열리게 된다. 시리아 정부는 또 아랍연맹 대표단과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이 자국 내에서 감시활동을 하도록 허용키로 했다.
이날 아랍연맹의 성명을 낭독한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같은 합의에 도달하게 돼 행복하다"면서 "(중재안이) 즉각 이행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도 "이번 중재안이 지체없이 시행되기를 바란다"면서 지지를 표명했다. 반 총장은 "시리아의 민간인 학살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시리아 국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지나치게 고통받았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국민에 대한 정권의 공격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아사드 대통령은 통치의 정당성을 잃었고 하야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합의에 도달하게 돼 행복합니다."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타니 카타르 총리(오른쪽)은 2일 카이로에서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알타니 총리 왼쪽은 나빌 알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 ⓒ로이터=뉴시스 |
하지만 시리아 야권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중재안의 가장 큰 문제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거취가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야권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장 밖 카이로 타흐리르(해방) 광장 인근에 모인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의 즉각적인 반응은 "대화는 없다! 바사르는 물러나라!"였다고 전했다.
반정부 활동가 아디브 시샤클리는 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면서 "알아사드 정권은 계속 약속을 해왔지만 억압과 폭력은 다른 한편에서 더 늘어났다"고 의심했다. 그는 반정부단체인 시리아 국가위원회(SNC)가 아랍연맹 중재안을 받아들인다 해도 시위대는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NC의 입장도 부정적이다. 이들은 중재안이 이행된다면 곧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게 될텐데 과연 정권에서 이를 가만히 두고 보겠느냐며 회의를 표했다. 많은 반체제 활동가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아랍연맹의 중재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벌기 위한 술책'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도 시리아에서는 시위로 인해 1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도 현지 인권단체의 말을 인용해 이날 홈스에서 11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시신들은 결박된 상태였고 고문당한 흔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외신 기자들의 취재가 전면 차단되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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