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31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내 대답은 짧다. 나토는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할 의도가 없다. 나는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스무센 총장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시리아의 민간인에 대한 강경 조치는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리비아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민중의 의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위대 유혈 진압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도 '개입은 완전히 배제'한다는 그의 태도에 대해 서방의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을 때 나토는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2만6000소티의 출격과 9700회의 공습을 통해 5900여개의 군사 목표물을 파괴하며 적극 개입했었기 때문.
라스무센은 이에 대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리비아와 시리아를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리비아 사태는) 유엔의 분명한 위임이 있었고 지역 국가로부터 강력하고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시리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지난 3월 리비아의 국가과도위원회(NTC)가 그랬듯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해 달라고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나토와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하고 공습을 감행한 이유가 '민간인 보호 책임'(R2P)임을 감안하면 '상황은 같은데 결론은 다른' 셈이다.
중동 전문가인 김재명 성공회대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달 17일자 칼럼에서 "석유라는 변수를 빼면 설명이 안 된다. (…) 이익이 있으면 개입하고 없으면 안하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라며 독재자들에게는 차라리 "무(無) 석유가 상팔자"라고 꼬집었다. (☞칼럼 바로보기)
▲지난달 31일 리비아 트리폴리를 방문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NATO) 사무총장(가운데 붉은 넥타이)이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의 잘랄 알디그헤일리 국방장관과 대화하며 걷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요지부동' 아사드
서방이 시리아에 말뿐인 '개입'을 하는 대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랍연맹(AL)이다. 아랍연맹은 시리아의 거리에서 탱크를 철수하고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대화를 여는 방안을 사태 해결을 위한 로드맵으로 제안했다.
나빌 알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전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를 통해 이같은 방안을 시리아 대표단에 전달했으며 현재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AFP> 통신에 31일 밝혔다.
이 회의는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들이 시리아의 아랍연맹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켜 달라고 연맹을 압박한데 따라 열린 것이다. 아랍연맹은 지난달 16일 시리아의 자격정지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아랍연맹은 오는 2일 카이로에서 재차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시리아 외무부는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이 텔레비전 방송이 퍼뜨린 거짓말에 영향을 받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고 아사드 대통령도 "서방이 시리아에 개입하면 중동 전체가 불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시리아에서는 31일에도 최소 4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부 홈스에서 사망한 29세 남성은 저격수의 총에 맞았으며 북부 하마에서는 2명이 보안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시리아 인권 감시단'이 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하라스타에서도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달 28~29일에는 보안군의 진압과 반정부 세력 간의 교전 등으로 인해 이틀 간 9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정부군의 진압으로 하루 동안에만 72명이 숨진 지난 4월 22일 이후 6개월 만에 최악의 사태다. 유엔은 지난 3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난달까지 시리아에서 최소 30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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