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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온건한' 월가 시위대를 '폭도'라며 광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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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온건한' 월가 시위대를 '폭도'라며 광분하나?

[해외시각] 크루그먼 "1%를 위한 기괴한 시스템 지적만 해도 못견뎌"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 점령 시위'는 1%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99%가 분노를 표현하는 통로로 시작됐다. 시위대들은 그저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원한다는 매우 "학술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경제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특정인이나 기업을 처벌하라는 요구 같은 것도 없다. 폭력적이거나 특정 정당과의 연계 등은 시위대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시위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퍼포먼스의 일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에 대한 미국 등 서구 주류 매체와 미국 공화당 등 "1%를 대변하거나 뒷돈을 받는" 보수 정치인들이나 논객들의 반응은 어딘가 이상하다. 주류 매체들은 월가의 시위에 대해 애써 외면하거나, 중심이 없는 시위여서 얼마 못가 스스로 소멸할 것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 월가 부근 주코티 공원에서 '월가 점령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이 입에 1달러 지폐를 붙이고 있다. 퍼포먼스에 가까운 이번 시위에 대해 미국의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과 논객들은 "폭도"라고 규정했다. ⓒAP=연합
누가 정말 극단주의자들인가

무엇보다 공화당 정치인과 논객들은 마치 전쟁이 벌어졌다는 듯 증오에 가까운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월가 시위대를 "폭도'(mob)'로 몰아부쳤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시위대가 '계급투쟁'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최근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허먼 케인은 월가 시위는 반(反) 자본주의와 반 시장주의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진보의 양심'을 자처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패닉 현상 보이는 부자들(Panic of the Plutocrats)'이라는 <뉴욕타임스> 칼럼(☞
원문보기)을 통해 그들이 왜 이런 적대감을 보이는지 신랄하게 꼬집었다.

월가 시위대가 '전세계 시위의 날'로 정한 오는 15일에는 전세계 400개 도시는 물론, '한국의 월가'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때 국내의 보수 진영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월가 시위대가 반미주의자?

'월가 점령 시위'가 미국의 진로를 바꿀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이미 월가, 슈퍼부자, 1% 부자들에게 종사하는 정치인과 논객들로부터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반응은 뭔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가치를 위협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월가 시위대가 아니라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경제적 왕당파(economic royalists)'라고 지칭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우선 공화당 정치인들이 월가 시위대에 대해 어떤 규정을 하고 나섰는지를 보라. 에릭 캔터는 이들을 '폭도'로 몰아부치면서 "미국인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미트 롬니는 시위대가 '계급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고, 허먼 케인은 시위대를 '반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CNBC> 방송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어보면 "시위대가 기묘한 깃발을 휘날리며 공산주의에 동조하고 있다"는 말도 들을 수 있다.

망가진 시스템 건드리는 자를 '악마화'하기

그들이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큰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소수의 부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망가진 시스템에 대해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자들에 대해 부자들이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온건한 표현으로 월가를 비난하자 금융산업의 많은 귀족들이 길길이 날뛴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오바마가 이른바 '볼커룰'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사회주의자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볼커룰'은 연방정부의 구제금융 대상인 은행들이 위험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또한 부자들이 너무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게 만드는 법적인 허점을 고치려는 방안에 대해서도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블랙스톤 그룹의 스티븐 슈워즈먼 회장은 이런 방안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에 비유했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엘리자베스 워런에 대해 인격 살해를 방불케하는 선동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런이 부자들의 세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연설이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되자, 보수 논객들은 워런의 발언을 바이러스 취급을 하고 나섰다.

워런의 연설 내용에서 과격한 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세금은 문명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는 올리버 웬들 홈스(미국의 전설적인 진보적 대법관.편집자)의 유명한 경구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부자들의 입장에 선 유명 논객들의 말에 따르면, 워런은 레온 트로츠키의 환생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워런은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개인주의 사상은 괴물 취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논객 러시 림보는 워런에 대해 "숙주를 증오하는 기생충"이라면서 "숙주 덕에 살면서 숙주를 파괴하려 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덕적으로 방어 불가능' 체제의 수혜자들

왜들 이러는 걸까? 그 답은 분명하다. 월스트리트를 주무르는 자들은 자기들의 입장을 도덕적으로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존 골트(비생산적인 정부 체제를 거부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 이름. 편집자)가 아니다. 그들은 스티브 잡스도 아니다.

그들은 미국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체제와 거리가 먼, 자기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위기를 초래한 복잡한 금융상품을 퍼뜨린 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그들의 회사는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됐고, 별다른 조건도 없다. 지금도 그들은 알게 모르게 연방정부의 보증 덕을 보고 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그들이 이득을 보고, 뒷면이 나오면 납세자가 잃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게임을 즐기고 있다.

또한 그들은 백만장자이면서 중산층 가구보다 낮은 소득세율을 내도 되는 구멍 숭숭 뚫린 세제로 인해 혜택을 보고 있다.

이런 특혜는 면밀한 감시를 배겨낼 수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런 감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너무나 명백한 이런 사실을 아무리 온건하고 차분하게 지적하더라도 그가 누구이건 반드시 악마화되고 무대로부터 축출해야 한다. 사실 비판이 일리가 있고 온건하게 들릴수록 이런 비판자들은 서둘러 악마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워런에 대해 미친 듯이 중상모략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정말 반미주의자인가? 그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월가의 시위대가 아니다. 진짜 극단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부의 원천에 대해 어떤 비판도 억압하려는 미국의 소수 특권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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