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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귀환, '러시아의 봄' 사태 초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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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귀환, '러시아의 봄' 사태 초래할 것"

[분석]"지난해 700억 달러 자본유출 추세 멈추지 않을 것"

러시아의 '사실상 최고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내년 3월 형식적인 선거를 거쳐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처한 경제적 상황이 그를 '실패한 장기독재자'로 추락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7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푸틴이 최고지도자로 복귀한다는 소식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을 막지 못했으며, 균형재정 달성에 앞장서온 재무장관의 전격 경질 소식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지난 24일 푸틴 총리가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대선후보로 추대되면서 박수를 받고 있다. ⓒAP=연합
"쿠드린 축출은 투자자 격리시키는 장벽치기"

이 신문은 "이날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 넘게 급락하면서 200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700억 달러가 넘었던 지난해 자금 이탈 추세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신문은 "푸틴이 예전보다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정실 자본주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펀드매니저 스티븐 다셰프스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쿠드린 재무장관을 축출한 것은 러시아를 투자자들로부터 격리시키는 또다른 장벽이며, 이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드린은 재정건전성을 중시해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그 역시 방만한 재정지출과 정실에 의한 분배를 막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러시아에 더 이상 투자할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 희망하는 러시아 성인 급증

모스코바 소재 투자은행 아르바트 캐피탈의 펀드매니저 율리아 부슈에바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의 중산층도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적인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성인 인구 중 이민 희망자는 2007년 7%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2%로 나타났다.

<FT>의 미주판 편집인 기디언 래치먼은 "지도자는 장기집권하게 되면 과대망상에 빠져 중대한 판단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정치판의 정설"이라면서 "푸틴이 앞으로 6년 임기의 대통령을 연임하게 되면 대통령만 20년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한 사람이 이렇게 권력을 독점하게 되는 상황은 특히 독재의 비극적 역사를 지닌 러시아라면 슬프고 불길한 상황 전개"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러시아는 이미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지난 2009년 7.8%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에 빠진 이후, 또다시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푸틴의 재집권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푸틴의 최대무기, '오일 머니' 기반 흔들

이 통신에 따르면, 푸틴의 1차 집권기(2000~2008)는 마침 글로벌 경제 호황기로 국제원유 가격이 강세를 띨 때였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으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거둬들인 것이 러시아가 연평균 7%에 달하는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푸틴이 국민적 인기를 끈 최대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제유가가 세계적인 경기둔화 속에 약세를 보인 이후 러시아 경제는 급격히 침체에 빠져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연금을 포함한 각종 지출을 삭감해야 하고, 원유 수출 등 원자재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가격은 지난주 배럴당 104.93달러로 균형재정에 필요한 수준보다 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는 9월 들어 달러 대비 10%나 떨어져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물가폭등, 자본 이탈로 불만 거세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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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푸틴 정권에서 물러난 미하일 카시아노프 전 총리는 "러시아 원유가격이 배럴당 70달러로 떨어지면, 루불화 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서 식품과 의약품 가격이 30% 뛰어오르게 될 것이며, 사회적 불만이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이 대통령에 복귀한 뒤 경제가 침체된다면 반민주적인 독재자라는 비난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의 3위의 갑부 미하일 프로코로프는 "러시아가 관료제와 독재 통치로 숨막혔던 옛소련의 패러디가 되어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비록 디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도 푸틴이 사실상 러시아의 최고권력자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어도, 메드베데프는 상대적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편이었다는 점에서 푸틴이 복귀할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도 관심사다.

보리스 옐친 정권 때 부총리를 지낸 보리스 넴트소프는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312억 달러의 자본 이탈을 겪었는데, 자본 이탈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두뇌 유출도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할 수 없는 체제에서 절망감을 느낀 시민들이 거리 시위에 뛰쳐나오는 '러시아의 봄'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지난 7월 푸틴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라고 촉구하면서 "푸틴이 복귀한다면 20~30년씩 통치하는 아프리카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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