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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 한때 홀렸을 뿐인가?"

[해외시각] "지지층 배반하면서도 설명 한 번 안 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됐을 때 미국 내 자유주의 및 진보 진영의 태도는 복합적이었다. 오바마를 적극 옹호하거나, '일단 지켜보자'며 침묵하거나, 처음부터 견제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태도가 섞여 있었다. 대세는 기대와 옹호 혹은 침묵이었다. '이게 아닌데' 싶은 정책을 내놔도 민주당의 30년 집권을 위한 통합의 정치려니 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들의 기대와 희망은 좌절과 분노, 체념으로 바뀌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미 정부의 부채 상한액을 인상하기 위한 야당과의 협상이었다. 오바마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정부 지출 삭감이라는 공화당의 요구는 수용하면서 세금 인상이라는 자신들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데 대해 크게 분노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부채 협상은 오바마의 처절한 패배"라고 개탄했다.

자유주의·진보 진영과 오바마 지지자들이 특히 답답해하는 것은 대통령이 갈등하는 양측의 입장을 다 수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는 점이다. 한때 '통합의 정치'로 평가받았던 그런 태도가 너무 심한 나머지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를 겪은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 재선을 해 중도전략을 쓴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정말 아니다' 싶은 게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머리대학의 심리학 교수 드루 웨스턴(Drew Westen)이 지난 7일 <뉴욕타임스>에 쓴 장문의 칼럼은 한때 오바마를 지지했다가 실망으로 돌아선 이들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웨스텐 교수는 "중도파들은 중도적 정책을 쓰는 정치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을 지지한다"며 오바마의 중도전략을 비판한다. 또 그는 오바마가 지지자들의 뜻과 다른 정책, 모순된 정책을 쓰면서도 한 번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속 시원히 설명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원문보기)

오바마의 중도전략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실제로 안 좋은 결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진보 진영의 아젠다를 관철하기 위한 '잡도리' 차원에서 나온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진 것을 보면, 부채 협상을 계기로 민주당 쪽에서 나오는 오바마 비판은 단순한 '잡도리'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오바마는 실제로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다음은 웨스텐 교수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2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오른쪽) 등 고위 참모들을 만나고 있다. ⓒ백악관

오마바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던 2009년 1월 20일 나는 8살 난 딸의 손을 잡고 취임사를 들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오바마는 미국인들이 듣고 싶었고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story)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하면서도 오바마를 반대하는 이들이 그에게 거센 돌팔매질을 해도 오바마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만큼 중요하다. 지도자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은연중에 물들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조상들이 지식과 가치관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영화, 소설 그리고 우리의 뇌가 흥미를 느끼며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그날의 이야기를 담아 낸 신문 기사를 읽으려고 한다. 아이들은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세계 3대 종교의 경전도 이야기 형태로 되어 있다.

오바마 취임 당시 미국은 참담했다. 미국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분노했다. 경제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해 1월 한 달 동안 7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집을 잃은 사람도 많았고, 주가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지금 막 어디를 지나왔으며, 왜 그렇게 됐으며, 어떻게 끝날 것인지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새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었다.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것을 대통령도 이해하고 있음을 알아야 했다. 자신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을 추적해서 잡아내겠다는 말을 대통령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질서와 안정을 되찾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예컨대 미국인들이 기다리고 있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나는 여러분들이 두려워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자리와 집과 희망을 잃었습니다. 이것은 재앙입니다. 하지만 자연 재앙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삶과 미래를 투기에 이용하는 월스트리트 도박꾼들이 만든 재앙입니다. 규제를 없애고 탐욕에 상을 주면 모든 게 잘 풀릴 거라고 말하는 보수 극단주의자들이 만든 재앙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처럼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았던 80년 전[대공황 때]에도 잘 풀리지 않았었고, 지금과 같은 재앙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아버지들로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그들의 지혜를 적용할 것입니다. 일하는 미국인들의 호주머니에 돈을 채워 주고, 일터로 돌아가게 하고, 제대로 된 금융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으로서 내가 어떤 실수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부가 여러분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만큼은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정책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당시 이런 이야기라도 했었다면,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실패하고 공장은 텅 비어 있고 일손은 남아도는 그런 상황을 초래한 문제점들을 상당히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바마가 그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미국인들이 왜 민주당에 대통령 자리와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한꺼번에 줌으로써 공화당과 월스트리트가 조장한 혼란을 해결토록 했는지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됐을 것이다. 세금을 많이 걷어서 쓰면 된다는 자유주의적 정책이나 재정 적자가 미국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소방관 연금 같은 데에 돈을 많이 써서 문제가 생겨난 게 아니라, 돈으로 영향력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내고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법을 고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취임 후에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 비슷한 상황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미국인들이 더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루스벨트는 첫 번째 취임식 연설과 이후 계속됐던 노변정담을 통해 대공황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설명했고,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루스벨트는 과거 어떤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약속을 했다. 미국인들이 인프라 건설 같은 일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 나라의 자원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루스벨트는 또 위기를 만든 사람들의 권한을 박탈하고, 자신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1936년 메디슨 스퀘어 가든 연설에서 루스벨트는 "미국의 역사에서 한 사람[루스벨트 자신]을 반대하는 힘이 이토록 모아진 적은 없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나를 증오한다. 나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한다"고 외쳤다.

"오바마, 역사의 활을 부러뜨렸다"

역사는 반복된다. 돈이 한 쪽으로 쏠리고, 부자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시기는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대공황 1년 전인] 1928년이 그러했고, 오늘날이 그러하다. 집중된 권력은 매우 분별없이 행사되고, 많은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 개혁의 시대가 오고, 카리스마 있는 개혁가가 등장한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기업들의 담합 체제를 깨고, 철도를 개혁하고, 은행 활동과 식량 분배에 개입하고, 근대적인 환경보호 운동을 시작하면서 개혁의 시대를 열었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먼 사촌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 개혁을 이어갔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도덕적인 세계의 활(arc)은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킹 목사의 그 유명한 말을 본떠 "역사의 활"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러나 킹 목사의 뜻은 활이 휘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휘어야 하고, 목숨 걸고 자신의 주장을 펴야 한다고 킹 목사는 가르쳤다. 그는 비폭력의 진리를 말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대중들이 악당들의 진짜 얼굴, 불쾌한 그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최악의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기업이 정치에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를 직시하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오바마는 경제를 이토록 망쳐놓은 사람들을 비난하기는커녕, 그 사람들한테 경제를 맡겨버렸다. 그리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국민들한테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 오바마가 역사의 활을 휘어보기로 했다면, 지난 반세기 이상 국민들을 보호해왔던 뉴딜 시대의 각종 법과 규정을 왜 없애게 됐는지 국민들한테 설명했어야 한다. 오바마는 경제를 망쳐버린 자들을 비판해야 했고, 그들이 자신을 증오한다면 그걸 감내해야 했다.[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오바마는 결정적으로 경기 부양 문제에 있어서 역사의 활을 부러뜨려버렸다. 오바마는 800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가 버린 경제 정책을 비난하지 않았다.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고, 대신 감세를 통해 경기부양의 효과를 희석시켜버렸다. 그 결과 경기는 부양되다 말았다. 일반적인 미국인들에게 그것은 '정부가 문제'라는 로널드 레이건의 말이 맞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의미밖에 없다.

사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민주당이 적자 지출을 통해 뭘 얻으려고 하는지 모른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을 개혁하면 뭐가 좋은지, '신용카드 개혁'을 하면 이자율이 왜 올라가는지, 은행을 살리는 게 왜 가장 중요한지, 은행이 압류하려고 하는 주택을 지키는 것은 왜 우선순위가 될 필요가 없는지 등에 대해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과거에 알았고, 지금도 알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고, 매월 말일이 가까워지면 고지서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으며, 자식들도 일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게 전부다. 공화당은 실업수당을 조금씩 줄이고 있고, 대통령은 공화당과 그런 협상을 한 후에 무기력한 훈계만 하고 앉아 있다.

재정 적자에 관한 논쟁은 워싱턴 정가가 미국인들의 일상과 얼마나 유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줬다. 미국의 평균적인 유권자들이 우려하는 건 재정 적자 같은 게 아니다. 일자리 문제다. 미국인들은 세금, 예산 같은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해 놓은 우선순위에 동의하지 않는다. 부자 감세 문제에 있어서 미국인들은 "이렇게 힘들 때에는 백만장자들이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을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지지한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유권자들(swing voter)은 예산 감축 문제에 있어서 "재정 적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오바마는 왜 앞뒤가 맞지 않는가

대다수 미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대통령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금을 더 걷는 한편으로 연금·복지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서명한 법안은 복지 혜택만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는 자기의 말이 앞뒤가 안 맞는지도 모르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다. 그게 오바마의 이야기 방식이다.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말하면서 미국은 해저 석유 시추와 석탄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해저 석유 시추와 석탄 생산은 미국의 날씨가 요즘처럼 극과 극을 오가게 한 원인이다. 오바마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장애인 의료 보장 제도)를 이용해 1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에게 의보 혜택을 주는 건강보험법을 지지한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또 아이들, 노인들, 장애인들, 저소득층을 위해 필요한 메디케이드 등 핵심적인 프로그램을 못하게 할 수 있는 예산안을 승인했다. 오바마는 지난 2년 간 100만 명의 이민자들을 쫒아냈는데(부시 대통령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지금은 이민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정말로 모르겠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은 왜 모든 문제에서 양쪽의 입장을 다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많은 민주당 사람들이 오바마가 자신들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또 많은 미국 사람들이 그를 사회주의자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바마가 왜 이러는지 몇 가지 분석을 해보겠다.

첫 번째 설명은, 오바마와 참모들이 선거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상정하고 중도파 유권자를 잡기 위해서는 중도 전략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도파 유권자들은 중도적인 정치인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둘째, 경험 부족과 성격상의 결함 때문에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인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보여준 오바마의 호소력 있는 연설에 매혹된 나머지 우리는 그의 걱정스런 측면에 눈을 감아버렸던 것이다. 오바마는 대통령 출마 전까지 별다른 경력이 없었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주지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시카고대 법대 교수를 12년간 했는데도 자서전만 한 권 냈을 뿐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경력이 없었다. 의원이었을 때도 어려운 문제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 미국인들이 공화당 극단주의자들에게 볼모로 잡혀 있고, 또한 자기가 뭘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재선에 도움만 된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대통령에게도 볼모로 잡혀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 나온 엄청난 이야기들에 홀린 우리가 그 책에 실제로 있지도 않은 내용을 갖다 붙였을지도 모른다. 오바마가 자신은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게 되는 가상의 내용을 우리 스스로 덧붙였을지도 모른다.

넷째, 오바마가 워싱턴에 입성한 많은 정치인들처럼 고결한 사람들의 영혼마저 실험에 들게 하는 시스템에 의해 알게 모르게 부패했을 수 있다. 과거 많은 대통령들처럼 정치 자금을 끌어 모으려고 전화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되면서 그렇게 됐을 수 있다.

오바마는 훌륭한 연설가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야기에는 늘 한 가지가 부족하다. 문제를 일으키고 도망쳐버리는 악당에 대해 별 나쁜 감정이 없는 것 같고,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타인의 고통에는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다는 것 같은 태도다. 양당의 정치력을 불구로 만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줄 있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기 싫어서 그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끝으로, 오바마가 두 가지 모순된 목적을 가지고 대통령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현 시스템을 바꾸려 하는 개혁가,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을 초월하는 통합의 정치인이라는 두 가지를 표방했다. 대통령이 된 후 오바마는 후자를 추구했고, 대결의 메시지보다는 초당적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투항해서는 역사의 활이 정의 쪽으로 휘지 않는다. 400명의 부자가 1억5000명이 미국인들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역사의 활이 휘지 않는다. 부자 1%의 수입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데 중산층의 수익은 30년 이상 정체한 상황에서는 역사의 활이 휘지 않는다.

헤지펀드 매니저가 15%의 세금만 내게 하기 위해 우리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 때 받았던 수입보다 적은 수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활이 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무시되고 고용자들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는 휘지 않는다. 상원에서 어떤 표결이 이뤄질지를 미리 알아보려면 대중들의 의견이 아니라 부자들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보면 되는 상황에서는 휘지 않는다. 역사의 활은 이 모든 상황이 깨어질 때만 정의 쪽으로 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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