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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임박? 북핵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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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임박? 북핵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해외 시각]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북핵 위기가 본격화된 지 만 20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 이후 갈수록 도를 높여가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이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북핵 위기는 이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맞먹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위기의 1차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60년 이상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체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자신들의 핵개발 포기를 맞바꾸자고 끈질기게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20년째 한반도 안보위기의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에도 이에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리언 시걸은 2008년 한미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이명박 정부의 '단절과 압박' 정책도 명백히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 첫 번째는 미국과 중국의 화해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미국은 B-52 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 각종 첨단무기를 동원한 무력 과시를 통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안보 불안을 달래려고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에 대해 이러한 무력시위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님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동북아의 안보 위기를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동맹국을 위한 무력 과시를 하면서 중국에게는 유일한 우방인 북한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백일몽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Global Asia
그는 "미국이 아무리 부인해도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이 대중국 봉쇄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지 못한다면, 미국과 일본이 자신을 봉쇄하려 한다고 판단하는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추진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고 반문한다. 또한 미중간의 화해는 양국간의 신냉전 구도에 끼여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할 한국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한국이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 및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북한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협상을 연계시켜 추진하는 것이다. 시걸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심화되는 중국의 대북 경제적 영향력 강화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대북 포용정책을 펼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시걸은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해 수 십 개의 핵폭탄을 갖도록 허용한다면 동북아의 안보는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 북한과의 교류 확대 및 협상, 중국과의 화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반도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언 시걸의 이 글(North Korea's Earthquake: Just Let the Dust Settle)은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교 전문 영문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편집장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 봄 호에 실린 것이다(www.globalasia.org). <글로벌 아시아> 측의 양해를 얻어 이 글의 전문 번역을 싣는다. (☞원문 보기) <편집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한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의 표결을 진행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의 세 번째 핵실험이 초래한 파장은 국제사회의 의례적인 규탄 속에 빠르게 과거의 일처럼 되었다. 소형화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한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핵탄두 수십 개를 확보하는 단계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쇄 평화 교란자' 북한이 이처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핵무기 개발을 진행한다면 동북아시아의 안보는 토대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억지력을 강화하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안심시키려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은 중국의 의구심을 키우고 동맹국들의 안보를 더 큰 위기 속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 십 년에 걸친 대북 경제제재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의 군비 강화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회와 언론들은 중국에 대해 이 골치 아픈 (북한) 정권을 제거해 달라고 외쳐대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나서기만 하면 미국의 실패한 대북정책으로부터 미국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무리 간절하게 바란다고 해도 중국이 북한 정권의 유지에 대해 갖고 있는 이해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을 포기하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동북아 지역안보 환경이 악화돼 가는 가운데, 중국과의 대립을 원하며 미국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의 극우파들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진전을 이유로 아베 신조 총리에게 보다 독자적인 외교정책 및 핵정책 채택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당 내 우파들로부터 북한과의 보다 심화된 교류협력에 나서지 말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심화되는 중국의 대북 경제적 영향력 강화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대북 포용정책을 펼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되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지역 불안정을 막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정책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군사력 비중을 높인 만큼 중국과의 정치 및 외교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은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 및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협상을 연계시켜 추진해야 한다.

미 무력시위로 동맹국 불안감은 해소, 그러나 중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조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합동군사훈련을 위한 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B-52 폭격기 등의 파견, 미사일방어체제 확대, 최근 배치된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더해 한국의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 지원. 그러나 이와 함께 동시에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 문제는 물론이고 그 밖의 다른 현안들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부인해도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이 대중국 봉쇄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자신을 봉쇄하려 한다고 판단하는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추진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중국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자신의 불쾌감을 보여주기 위해 대북 지원을 충분히 자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대북 원조와 투자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대신, 핵 및 미사일 기술과 노하우의 수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다롄 등 항구의 검역을 강화하고, 이런 거래를 뒷받침하는 은행 및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기를 꺼리는 것은 바로 자신들에 대한 중국의 적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차제에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 적대시 정책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중국과의 공존을 위한 타협점을 모색하고 동맹국들에게도 이런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협력은 양방향이어야 한다.

관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노력에는 안보 문제에 대한 상호간의 토론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일본 인근 해역에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방안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중국의 해안 지대에 완충지대를 두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중국이 군사계획과 프로그램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고 남중국해의 긴장완화에 노력하는 대가로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억제하는 것 등이다.

또한 우주 영역(위성 공격 무기), 사이버스페이스와 핵무기 등에 대한 서로의 취약점을 상호 억지를 통해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군사 분야 협의도 이런 노력에 포함될 수 있다.

상호 억지력에 대한 인정(중국의 보복 능력 보유는 정당하다고 미국이 인정해주는 것), 그리고 상호간에 선제 핵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서로의 위성에 대한 공격이나 방해 행위 금지, 핵심시설에 대한 상호간 사이버공격 금지 약속 등도 양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포함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양국 간의 신냉전 구도에 갇히길 원하지 않는 한국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은 일본에서 세력이 커지고 있는 극우파에 대한 대응책도 될 것이다. 미국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오랫동안 외쳐온 이시하라 신타로 같은 극우파들은 미국과 갈등을 빚는 현안을 이용하고, 지난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 섬 매입을 제안해 중국과의 대립을 부추겼다.

이시하라는 도쿄도지사에서 물러나 '태양의 당'이라는 신당을 만들었다. 이 당은 다른 우파 정당과 합쳐 2012년 12월 총선에서 중의원 의석 480석 중 57석을 확보했다. 또한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자민당 내에 최대 100명의 동조자도 얻었다. 하지만 일본 안보분야의 현실주의자들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과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하는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1기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09년 집권 당시 '전략적 인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구호는 정책이 아니다.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 정책은 없이 일본, 한국, 북한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서로 싸우고 싶어 할 뿐이다. 그 결과 남북화해가 역행했고, 6자회담은 붕괴됐으며, 북한의 세 차례 위성 발사와 두 번의 핵실험, 그리고 서해상 남북 간의 심각한 세 차례 군사적 충돌을 초래했을 뿐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에 의해 북한이 군비확장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이것만큼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1990년대 북한이 핵무기를 위한 폭발물질을 갖기 위해서는 영변 원자로에서 사용 후 연료봉을 빼내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1991년 말 재처리를 중단했고 2003년까지 재개하지 않으면서 수 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할 길을 스스로 포기했다.

북한은 '제네바기본합의'에 따라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영변 원자로를 폐쇄했다. 또 2007년에는 그해 6자회담 협정에 따라 영변 원자로는 다시 폐쇄된 채로 있었다. 또한 지난 20년에 걸쳐 북한의 중거리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도 매우 드물었다. 그 결과 북한은 여전히 몇 개의 핵폭탄만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운반할 정교한 미사일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유감스럽게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미 정부는 제네바 합의에 따른 의무 이행에 더뎠고, 뒤를 이은 조지 부시 정부는 이 합의를 폐기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를 잡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당시 북한이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는 부시 정부의 엄격한 지침 때문에 이 협상에 응할 수 없었다. 당시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켈리 차관보에게 내려진 지침에 너무나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그는 우라늄농축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2005년 라이스 국무장관은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북 협상에 나서라고 부시 대통령을 설득했으나, 2008년 일본과 한국이 약속했던 에너지 지원을 철회함으로써 2007년 10월의 6자회담 합의를 무효로 만들어 버렸다. 라이스는 이 과정에서 일본이 파괴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일본은 비극적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실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완곡하게 표현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협상을 할 분위기가 전혀 조성돼 있지 않았다. 미국은 대북 원조 약속은 계속해서 외면한 채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다.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제프리 베이더는 "미국은 북한이 자신의 핵프로그램의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압박해서 비핵화에 진지하게 나설 계기를 극대화할 정책이 필요했다"고 썼다. 지난 2009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첫 아시아 첫 순방을 수행했던 베이더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국제사회, 특히 한국과 미국이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북한의 억지 요구를 과거처럼 받아주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북한은 더욱 유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제 '전략적 인내'는 미국 정치권에서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이 내세웠던 '단절과 압박'도 마찬가지다. 같은 방식을 더 강하게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제재 강화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합법적인 무역은 제재 속에서도 상당히 증가했다. 중국과의 교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을 제재해서 그들이 핵무기와 미사일 성능을 개선하고 관련 기술과 지식을 수출하는 것을 막는 성과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프로그램에 제한을 두는 것 외에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북한이 무기를 더 많이 만들수록 그들은 더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2일 제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체제 불안을 느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시작은 (북한과의)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 확대이다. 다음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치 및 경제적 포용정책(engagement)에 나서겠다는 입장은 타당하다. 다만 북한의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 대한 훈련과 협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투자와 원조가 경제성장을 촉진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북한 정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내부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 정권은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제안을 검토하는 것은 특히 북한이 핵무장을 한 지금, 한국과 미국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억지력만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 2009년 11월 북한 군함 격침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난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을 단지 규탄하기만 하는 것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군사적 균형과 한반도를 둘러싼 위태로운 정치적 상황을 무시하는 처사다.

북한의 군사력은 육,해,공 모든 측면에서 한국에 비해 열세이다. 반면 북한은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 사거리 내에 있는 서울 대부분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위협을 할 충분한 능력은 있다. 핵무기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한국의 공격에 대한 억지력은 충분히 갖고 있는 셈이다 .

요컨대, 남과 북이 각각 충분한 상호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 고의적인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해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분명히 보여주듯, 의도적인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각자가 추구하는 조치들이 우발적인 전쟁은 아닐지라도 치명적인 충돌로 이어질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평화협상은 필요하다. 평화협상은 남북이 관계개선에 나서는 방식으로 시작하면서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남과 북, 미국, 그리고 여기에 가능하다면 중국까지 참여한 평화 프로세스는 미국과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관한 협상에 나서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위성 발사는 아닐지라도 영변 우라늄농축 시설의 동결,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 등의 약속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할 가능성은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협상이 이뤄진다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유익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전력 생산을 위한 새로운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 경수로는 (다른 모든 원전처럼) 핵분열의 부산물로 플루토늄을 만들어낼 것이다. 성공적인 위성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완성하려면 3단계 미사일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사열 행진에서 보여준 다른 두 개의 장거리 미사일을 조만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

억지력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모든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아시아에서 안보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사태를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노력,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뿐이다. 지속적인 교류와 협상이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절과 고립, 미 군사력의 재배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교류와 협상에는 적어도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번역=이승선 기자)

필자 리언 시걸은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을 역임한 원로 언론인으로 현재 뉴욕에 있는 사회과학연구협의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의 '동북아 안보협력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1998년 초기 북미 핵협상의 실상을 파헤친 저서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Disarming Strangers: Nuclear Diplomacy with North Korea)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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