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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관급 장교 또 '국보법 위반' 기소…軍 매카시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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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관급 장교 또 '국보법 위반' 기소…軍 매카시즘 바람

보수언론 "군대 김일성 추종 세력 지속 색출해야"

최근 해군이 칼 맑스의 <헤겔법철학비판> 등 유명한 인문학 서적들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해군사관학교 국사 교관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한데 이어(☞관련기사) 육군 위관장교 2명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여군 중위 1명을 포함해 위관장교 2명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혐의 사실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4일 보도했다. 또 군 수사당국은 북한 내각 산하 225국과 연계됐다는 '왕재산' 사건에 사병 여러 명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국보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 없이, 혐의와 관계없는 정보를 언론에 흘려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여군 장교는 대학 재학 당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활동을 했으며 임관 후 휴가 기간을 이용해 진보단체가 주최하는 집회 등에 참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공표됐을 뿐 아니라 대학 재학 시절의 활동이 이제와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또 여군 장교가 휴가 중 집회에 참석했다는 부분은 구체적인 사실에 따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거나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을 어긴 사례일지는 몰라도 국보법과는 전혀 무관하다.

지난 1일 <프레시안>이 단독 보도한 해군사관학교 국사교관 김 모 중위 사건의 경우에도 군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 한총련에 가입해 당연직 대의원으로 활동했고 (…)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해 오던 사람인 바"와 같은 식으로 혐의와는 관계없는 김 중위의 전력(前歷)을 은근슬쩍 '끼워넣기'했었다.

해사 김 중위 공소에 3년 전 촛불집회 참석 건도 포함

김 중위에 대한 공소장에는 또 그가 입대하기 전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해 야간시위를 벌였다는 혐의(집시법 10조 위반)가 국보법 위반 혐의와는 별개로 군 검찰의 공소 사실에 포함돼 있다.

지난 2009년 9월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10조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한 수사는 대부분 대체입법시까지 유보됐었다. 현재 사법 당국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야간 집회'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행진이 포함된 '야간 시위'에 대해서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도 '야간 시위'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김 중위가 집시법 위반 판결을 받게 되면 2008년 촛불집회를 '야간 시위'로 규정해 유죄가 선언되는 첫 번째 판례가 된다. 상당한 논란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한편 5일 <서울신문>은 김 중위의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군 검찰 조사결과 김 중위는 사관생도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이적성을 띠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군 관계자가 "군 검찰에서 확인한 결과 유사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미 판례를 통해 국보법 위반으로 인정하고 있어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중위의 혐의는 국보법 제7조 1항 '찬양‧고무' 에서 동조 5항의 '이적표현물 소지'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군 검찰은 김 중위가 소지한 '이적표현물'로 <헤겔법철학비판>과 송건호‧강만길 등의 <해방전후사의 인식>, 박현채의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님 웨일스의 <아리랑>, 맑스의 <헤겔법철학비판>, 레닌의 <제국주의론>, 코지마 신지(小島晋治)의 <중국근현대사> 등을 지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 오는 9일 대전군사법원에서는 해군사관학교 국사교관 김 모 중위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해군 김 중위 사건, 달 보랬더니 손가락 물어뜯는 보수언론

오는 9일 대전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김 중위의 재판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이적표현물 지정 등 군 검찰의 무리한 행태에는 눈을 감는 반면 군 검찰의 판단을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문화일보>는 사설을 통해 김 중위가 2009년 '강의노트'에서 보천보 전투, 토지개혁, 북한 체제의 특성 등을 설명한 부분에 대해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조선광복회 결성론을 받아들인다는 건 북한 체제의 기원에 전폭 동조하는 종북 행위"라고 규정했다.

<동아일보>도 3일자 사설에서 "내재적으로 북한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내용의 강의노트를 생도들이 열람케 한 것은 순수 연구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김일성을 찬양하고 핵 개발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강의노트에 실려 있는 '북한 체제의 기원'은 역사적 사실이지 '전폭 동조'나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온다. 일반인들에게도 상식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들을 전달했다고 해서 주체사상을 가르쳤다거나 "김일성을 찬양하고 핵 개발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김 중위의 강의노트에는 "북한은 자주노선을 지탱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이같은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에 매달리도록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핵만 개발하면 그들의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쓰여 있다.

또 김 중위의 '출신성분'을 문제삼는 마녀사냥식 주장은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화>는 "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김 중위가 대학 재학 중 한총련 대의원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한 전력"이라면서 "이적단체의 간부 출신을 임용한 무감각·무지의 국가관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국방부와 군은 당연히 교관 임용절차의 허점을 똑바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사관학교 일각까지 파고든 종북 이적분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함은 물론"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3일자 사설에서 "김 중위가 대학 재학시절 한총련 대의원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점을 상기할 때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군대 내에 종북세력이 미미하나마 존재한다는 얘기다. 내부의 적은 치명적이다. 군대 내 김정일 추종 세력을 지속적으로 색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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