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에 재직중인 이승헌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실마저도 이익에 반하면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이승헌 교수는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과학적 모순점이 있음을 주장하는 책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창비 펴냄)를 썼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달 이 책을 1/4분기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했으나 며칠 후 전격 취소했다. 이에 창비는 절차상의 문제, 외압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선정 취소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천안함의 진실'이 두려웠나? '올해의 책' 선정 취소 논란)
출협의 박익순 사무국장은 13일 <연합뉴스>에 "정치적·이념적인 도서는 선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선정 과정에서 미처 이를 고려하지 못해 나중에 바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도서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을 담은 것이라 청소년들에게 권장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운영위원회에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승헌 교수는 "이 책은 과학적 진실에 관한 책"이라며 "나의 주장은 이미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등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어 "나로서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의 말을 되뇔 수밖에 없다.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며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사회에서 내 책이 '준금서(準禁書)'가 된 것은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했다.
▲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국방부는 지난해 천안함 잔해(A)와 어뢰 추진체(B)에서 나온 물질과 천안함 조사단이 자체 실시한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물질(C)이 모두 같은 산화알루미늄이기 때문에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로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세 물질에 관한 에너지분광분석(EDS) 데이터가 모두 같다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A=B=C)
이에 이승헌 교수는 국방부가 'A=B=C'를 주장하기 위해 A와 B의 EDS 데이터와 C의 EDS 데이터를 같아지도록 조작한 게 틀림없고, 결론적으로 C에 관한 EDS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A, B 물질을 실제로 분석한 정기영 교수와 양판석 실장은 어뢰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이 아니라 침전물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A=B≠C)
한편 이 교수는 자신의 발언을 왜곡하고, 하지도 않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천안함' 이승헌 교수, 조선일보 상대로 민·형사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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