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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 '등록금 인하' 시위, 이유는?

투석전, 방화, 철도 점거…해외 등록금 시위 무섭다

경찰이 10일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촉구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예고해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의 등록금 시위 사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지난 연말 영국의 사례. 영국에서는 작년 11월 초부터 한 달이 넘도록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가 계속됐으며 시위대 규모는 무려 5만 명에 달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2012년부터 대학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면서 학비 상한선을 연간 3290파운드(약 580만원)에서 9000파운드(환화 약 1620만원)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한데 대한 항의였다.

▲ 지난해 11월 영국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과 교육재정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미래다. 다시한번 생각하라'는 피켓 문구가 눈에 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화면캡쳐 (http://www.guardian.co.uk/)

지난해 11월 10일 시위에서는 영국 전국학생연합(NUS) 소속 대학생들과 대학 강사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 5만여 명이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항의하면서 런던 시내 곳곳에서 의회 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 가운데 수백 명이 시위대가 긴축재정을 주도하고 있는 재무장관 등 영국 보수당 내각 구성원들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몰려가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으며, 건물 유리창이 깨지면서 시위대 10여 명이 다쳤다.

또 일부 시위대는 피켓과 깃발 등을 모아놓고 불을 붙이고 폭죽을 터트리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촛불시위'가 아닌 '모닥불 시위'인 셈이다.

▲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벌어진 들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피켓 등을 거리에서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는 한 달 동안 이어졌다. 11월 30일에도 수백 명의 학생들이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진압 경찰에게 물건을 던지며 항의했다.

같은 날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과 콜체스터, 북부 리버풀 등지에서도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행진을 벌였고 곳곳에서 지방 의회를 점거하려는 시도가 벌어졌다.

등록금 인상안이 의회 표결에 붙여진 12월 9일에도 시위대 규모는 수만 명에 달했다. 시위대는 돌과 물감, 폭죽 등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곳곳에서 대학생들이 지핀 불길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기마경찰이 탄 말이 폭죽에 놀란 모습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에 실렸다.

▲ 지난해 11월 영국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서, 기마경찰을 태운 말이 시위대가 던진 폭죽에 놀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에 실렸다. ⓒ<가디언> 화면캡쳐 (http://www.guardian.co.uk/)

현장 근처에 있던 찰스 왕세자 부부의 차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시위대는 차를 향해 페인트를 던지고 발길로 차량을 걷어차며 유리창을 깨려 했지만 왕세자 부부는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탈리아 등록금 시위, 피사의 사탑‧콜로세움 점거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는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등 유럽의 다른나라에서도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도 올해 초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수십 년만에 최대 규모의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는 교육재정 축소에 항의하는 대학생 수천 명이 도로와 철도를 막고 시위를 벌여 한때 기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교육개혁안이 이탈리아 하원을 통과한 같은 달 30일 시위대는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의사당을 향해 달걀과 빈 병 따위를 던지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명한 관광지들도 시위의 표적이 됐다. 이달 26일에는 대학생들이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꼭대기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는 피사의 사탑과 콜로세움을 점거한 대학생 시위대가 '대학 재정개혁 반대'와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 지난해 11월 이탈리에에서 등록금 인상과 교육재정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피사의 사탑을 점거하고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뉴시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지난 2009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해 제기된 집단소송에 무려 20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바 있다.

청년들의 분노 "등록금이 다가 아니다"

이처럼 등록금 시위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배경은 뭘까. 글로벌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확대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이 사회적 입지가 약할 수밖에 없는 젊은 층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스페인에서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은 이같은 설명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몇 주일에 걸쳐 도심의 광장 등지에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여 왔다.

지난달 27일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무려 121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스페인의 16~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45%에 이른다.

▲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몇 주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스페인 시위대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이같은 시위는 전 유럽으로 번지고 있어 각국 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그리스와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스페인 시위대에 연대 의사를 표명하며 자국의 유사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국회 앞 산티그마 광장에는 경찰 추산 2만 명이 운집해 텐트를 치고 '스페인식' 시위를 벌였다. 이날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에서도 15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같은날 프랑스에서는 1000여 명이 파리 오페라하우스 인근에 모여 스페인과 그리스 시위에 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 시위대는 주로 20대 중반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중 일부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오는 19일 연대 시위가 열릴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이들 청년들이 정치세력화할 경우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그로 인한 청년실업 등의 문제는 올해 초부터 최소한 두 개의 정권을 무너뜨렸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 이른바 '아랍의 봄'의 한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가장 먼저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으며, 무려 3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온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은 대졸 출신 청년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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