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 결과를 믿느냐의 문제는 양심의 영역이다.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는 건 국가가 아니라 절이나 교회에서 할 일이다. 국가는 양심의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
8일 '서해 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인천광역시와 한겨레신문이 공동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천안함 조사 결과에서 나오는 수많은 의문점들을 묵살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강력 비판했다.
이날 설전은 윤연 전 해군 작전사령관에 의해 시작됐다. 그가 토론에서 천안함 사고를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고 규정하자 청중들이 질문을 했고, 이에 윤연 전 사령관이 "객관적인 사실이 나왔는데 왜 못믿느냐"고 답하면서부터다.
윤연 전 사령관은 "38년간 해군에서 근무해 본 경험으로 봤을 때, 천안함 사고 직후 '아, 북한이 또 저질렀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중국, 일본, 러시아는 백령도 부근에서 어뢰를 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한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사령관은 천안함이 기뢰나 좌초에 의해 파괴됐다는 주장을 하나씩 공박했다. 기뢰설에 대해 그는 "소령 때 한 척 밖에 없는 기뢰부설함장을 했기 때문에 기뢰에 대해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며 "기뢰가 터지면 배가 박살나서 살아남는 게 없다. 그래서 기뢰는 아니다"고 말했다.
좌초설에 대해서는 "천안함과 똑같은 규모의 포항함장을 했는데 그 포항함이 나중에 좌초돼서 못 쓰게 됐다"며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의 배도 좌초해서 두 동강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어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 UDT의 한주호 준위가 목숨 걸고 건진 게(어뢰추진체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이나 어뢰추진체는 한주호 준위가 인양하지 않았다) 가짜인가? 나는 가짜가 아니라고 믿는다"라며 "그걸 가짜라고 믿으면 어떻게 하나. 북한 사람들은 6.25를 북침이라고 하는데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소행이란 걸 아직도 못 믿는 분들은 내 얘기를 들으면 웃겠지만 객관적인 사실이 나왔는데 누굴 믿지 못하는가"라고 거듭 물으며, 북한에도 '버블제트'를 일으킬 만한 어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종대 <D&D편집장>은 "윤현 전 사령관이 천안함 사고 뉴스를 접한 순간 북한의 소행이라고 짐작했다는데 그게 확실하다면 군은 왜 즉각 해상 비상사태 '서풍 1호'를 발령하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다.
김종대 편집장은 "군 지휘관의 직관으로 북한의 소행으로 받아들인 것과 실제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군 내부에서조차 판단이 달랐다"라며 "위기관리가 좌충우돌 했고 휘청휘청 했던 정부의 결론을 믿으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나도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믿지만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견디며 믿는다. 이걸 믿으려고 스스로 많은 다짐을 했다"고 비꼬듯 말한 뒤, "그러나 초기의 군 대응으로 볼 때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할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도 천안함 북한 소행설을 믿지 않았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안 믿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믿지 않는다고 (정부가) 호통치고, 잡아가고, 고소하면서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을 상당히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믿고 안 믿고는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믿으라는 건 국가가 아니라 종교집단이나 하는 말"이라며 "정부는 믿을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만 제시하는 것이지 양심의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됐다면 객관적인 증거를 대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냥 믿으라는 것이다"라며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실제로 착륙했다고 믿지 않는 미국인이 전체 인구의 20%였는데 미국 정부가 그 사람들의 그런 생각을 문제삼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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