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만 '사치세' 도입…대만판 '부유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만 '사치세' 도입…대만판 '부유세'?

[中國探究] 내년 3월 총통선거 앞두고 뜨거운 논쟁

대만 정부가 '사치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미 입법원에서 검토를 시작했다. 이 달 안으로 '3번째 검토'(三讀)를 거치면 빠르면 6월 1일, 늦어도 7월 1일 시행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겉으로는 '심각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는 목적'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투기억제', '증세', '균부', '정치적 의도' 등 다양한 정치·경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만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치세'의 본래 명칭은 '특종 물품 및 용역세 조례 초안'(特種貨物及勞務銷售稅條例草案)으로 약칭하여 '사치세'라 부른다. 그 핵심 내용은 이렇다.

"본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을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양도가격의 15%를, 2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양도가격의 10%를 토지가치증가세(양도소득세)에 더해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출고가격 또는 수입가격이 300만 대만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인 자동차·전세기·경비행기·헬리콥터·요트 등에는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사치세가 부과된다. 또한 대만달러로 50만 달러가 넘는 모피·산호·상아 등 보호동물 가공 상품과 가구 및 골프·사교클럽 회원권에도 거래가격의 10%를 사치세로 과세한다. 한편 당초 사치세 부과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유럽 명품브랜드 제품 및 보석류 등은 이번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조세일보> 2011년 3월 8일자)

부동산 등 투기억제 vs. 표퓰리즘 정책

대만에서는 그동안에도 고급자동차 등에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새롭게 '사치세'란 이름으로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일까? 먼저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다. 물론 빈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대만사회에서 '사치세' 부과에 대해 정부당국은 여러 가지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적인 핫이슈의 선점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대만 정국은 내년 3월에 있을 총통선거가 코앞에 다가와 워밍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연임을 해야 하는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당면과제는 민진당의 끈질긴 공격을 방어하고 정권을 확고하게 유지해야만 한다. 이에 비해 민진당은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 대만에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정치가 남북으로 분열되어 있고, 대체로 부유한 사람들은 북부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남부에 거주하면서 지지하는 정당도 북부는 국민당을, 남부는 민진당을 지지하고 있다.

3월 22일자 대만의 <빈과일보(蘋果日報)>는 '사치세'와 관련한 긴급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76%의 네티즌이 정부의 사치세 실시를 찬성했고, 86%의 네티즌이 이 제도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특히 60%의 네티즌은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4월 6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타이베이(臺北)시의 부동산 가격은 26.8% 하락하였고, 신타이베이(新臺北)시는 34.2%, 타이중(臺中)시는 29.2%의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의 정치평론가이자 쓴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자오샤오캉(趙少康)은 3월 4일자 <빈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사치세는 일종의 표플리즘(民粹)으로 국민당이나 민진당 모두가 (선거 때문에) 감히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치세'가 정치적 이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도 1991년 요트에 대해서 사치세를 부과하였지만 플로리다 지역 요트 판매량의 90%가 하락했다"며 "원래는 3억 달러를 세금으로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행 결과 3000만 달러에 그쳤고, 관련사업 도산 등의 부작용 때문에 결국 1993년 취소하고 말았다"고 '사치세'가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것으로 실제로 이번 '사치세' 부과의 대상은 전체 인구의 약 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로 인한 세수 증가도 1년에 약 150억 대만달러(약 6000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치세'는 지난 해 대만의 총세수 1조6133억 대만달러(약 64조5320억 원)에 비하면 실제로는 크지 않은 액수다. 따라서 이를 통한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도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사치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장진어(張金鶚) 대만정치대학 지정학과 교수는 3월 4일자 <중평사>(中評社)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지금 (사치세) 실시하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정부가)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 정부가 라면 한 개 40대만달러(약 1600원)의 가격도 관리를 하면서 심각한 부동산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 아닌가?"라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로이터=뉴시스

빈부격차 심각해진 타이완

그렇다면 이러한 '사치세'를 부과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인 양극화의 문제인 대만의 빈부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2010년 8월 19일 <중국시보>(中國時報)는 대만의 통계청인 '주계처'(主計處)가 발표한 자료를 보도하면서 "지난 11년 간의 빈부 차이의 확대가 크게 눈에 띤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통계수치를 보면 "1998년 대만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5%와 가장 가난한 하위 5%의 평균 소득은 32배 차이였지만, 11년 뒤인 2008년에는 66배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같은 날 발표된 '최근가정수지조사보고'에서 "대만 전체에서 연간 1000만 대만달러(약 4억 원)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약 8500명으로 그 가운데 타이베이시 거주자가 4700명이고, 강 하나를 건너 신타이베이시는 906명이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5%의 부호들이 타이베이시에 있고, 신타이베이시까지 합치면 66%의 부호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당의 지지 기반인 북부 지역에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국민당의 취약분야가 어느 곳인지를 알 수 있으며 결국 정치적인 측면에서 자신들을 부자 지지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선제공격으로 '사치세'를 부과함으로써 어느 정도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대만정부가 매년 공포하는 '가정수지조사보고'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 동안 대만 전체 가정의 가처분소득이 4.6% 성장했는데, 이를 5등분해 보면 최고 부유한 계층 20%의 가처분소득은 7%나 증가치를 보여 전체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가장 가난한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2%가 감소했다. 다시 말해서 11년 동안 가장 가난한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조금도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는데 문제의 소지가 잠재하고 있으며 이는 빈부의 차이가 계속 확대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만 주계처의 가계수지 보고에 따르면 2000년의 지니계수는 0.326이었는데, 2009년에는 0.345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시 말해서 대만 사회가 '부자는 더욱 부유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추세'로 가고 있으며 이는 가난한 이들의 '부자에 대한 증오'의 분위기 짙어지고 있고 사회 문제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대만 사회의 빈부의 차이 확대의 뿌리는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빈부의 차이 문제는 한 국가나 한 지역의 문제는 아니다. 그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국제적인 요인과 국내적인 요인들이 서로 엉켜 있다. 따라서 대만 사회도 빈부의 차이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만 정치권은 그 원인을 상대편에게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있다.

민진당은 국민당 정부가 대륙과의 교류를 확대하면 할수록 오히려 빈부 차이는 더욱 확대된다고 비난한다. 따라서 중국-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국민당은 민진당의 통치기간 부패와 대륙과의 교류를 중단한 것이 오히려 대만 경제를 약화시키고 빈부의 차이를 확대했다고 믿는다.

대만의 <천하잡지(天下雜誌)> 2010년 4월호의 여론조사에서도 70%의 국민은 마잉주 정부의 세제 정책이 기업과 부자들에게 더욱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고 발표했다. 잡지는 900만에 달하는 대만 노동자들의 72%가 소득세를 납부하는데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10대 기업의 평균세율이 10%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결국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그나마 과거에는 빈부의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성공했던 대만사회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말하는 'M형 사회이론', 즉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중산층이 몰락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 지난 2일 대만의 타이베이(臺北) 시에서 한 남자가 쓰레기 더미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정치와 정책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대만의 '사치세'의 실시는 대만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빈부 차이의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진정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왜냐하면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되면 사회문제가 증가하고, 이혼율이 급증하고, 사회치안 문제가 심각해지며, 자살률이 증가하고, 일반 민중들의 불만 정서가 점증하는 등 사회 불안 요인이 발전할 터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하잡지>의 통계를 보면 대만 국민들이 삶에서 빈부차이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05년 77%, 2008년 86%, 2009년 93%로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란 바른 것"(政者 正也)이라는 공자의 말을 새길 필요도 없이, 정책을 추진할 때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써보다는 미리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진정성이 올바른 정치다.

따라서 대만 사회가 '사치세'라는 이름을 붙인 의미는 가진 자들의 자중을 촉구하고, '사치'보다는 '검소'의 미덕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는다.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인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고 부유세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