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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안 맞는 외교·안보라인으로 무슨 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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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안 맞는 외교·안보라인으로 무슨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브리핑] 北 최고인민회의 관전 포인트

북한은 오는 4월 7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 회의를 개최한다. 북한은 연례적으로 최고인민회의를 3~4월에 개최해 왔기 때문에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그간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는 전년도 예산을 결산하고 새해 예산을 편성했던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예산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국방위원회가 신병 이상을 이유로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을 해임한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내각과 국방위원회에 일부 보선이나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단장을 하던 주상성이 인민보안상(현재 인민보위군으로 개편)으로 임명된 후 국방위원에 임명되는 등 북의 후계체제 수립에 기여했기 때문에 그의 해임에 특별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2~3년 전 김정일 위원장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관료의 경우 해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주상성이 갖고 있던 국방위원 직책은 상근직이 아니가 때문에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 김정일 위원장 부자와 북한 수뇌부들의 음악회 참석 장면 ⓒ뉴시스

세대교체 작업에 속도

지난해 6월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에서 내각의 전면적인 개편과 국방위원회 보선이 있었던 만큼 이번 4차 회의에서 대폭적인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정은 후계체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방위원회 등에 개편이 있을 경우 후계체제 강화를 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북한은 명예당원제를 신설해 나이든 당원들을 명예당원으로 2선으로 후퇴시키고, 젊은 당원들을 수혈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추세는 내각에도 반영돼 젊고 실적 있는 젊은 관료들이 내각의 상·부상급에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은 또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역할에도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열린 '선군청년총동원대회'에서 리용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는 "청년들은 대를 이어 누리는 수령복(福), 장군복을 절감하면서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위업을 백두산 혈통으로 끝까지 완성해 나갈 확고한 신념에 넘쳐 있다"며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12기 4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또는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명실 공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바로 밑의 2인자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을 선출한 뒤 다음달 1차 회의를 열어 국방위원장을 '최고영도자'로 규정하고 국방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한 만큼 국방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2009년 이후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하나의 근거다.

그러나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임명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올해 만난 중국의 학자들은 또한 북쪽 내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근거로 김정은 당 중앙군상위원회 부위원장의 국방위원회 진입과 방중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중국의 한 학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며 "북쪽 내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갖고 있는 직책 승계 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왕지스(王緝思)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원장도 "북에서 들려오는 최근 소식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나아졌고 중국 지도부도 이를 반기고 있다고 한다"라고 소개했다.

김정일 건강 호전이 북 내부 분위기 바꿔

실제로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북한 내부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직책을 후계자에게 이양하는 작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다면 김정은이 국방위원회에 주요 자리에 임명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국방위에서 언제, 어떤 자리를 맡는지를 보면 북의 후계작업이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북한 내부적으로 후계자 김정은의 '유일지도체계' 수립 과정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당대표자회 이후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뒤에 호명되던 김정은 부위원장이 올해 2월부터는 김정일 위원장 바로 다음으로 호명되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직책을 승계하는 작업에 북한이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의 방중 가능성도 상반기에는 크지 않다.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재개될 것 같던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변수다. 현 시점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이 방중해서 협의할 현안이나 얻을 성과가 분명하지 않다. 물론 중국이 공식적으로 김정은 부위원장이 초청했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의 변화, 북중협력의 필요성 등의 요인으로 '적절한 시점'의 방중 가능성은 열려 있다.

상대적으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이 중국과 경제협력에 주력하는 가운데 외자유치를 위한 새로운 법령의 제정과 경제특구 지정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북은 여러 가지 제한을 푸는 외국인 투자법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북의 외자유치 공식창구인 조선합영투자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합작·합영법을 수정해 제한조치도 해결하려고 한다"며 "법규와 관련해서는 연내에 수정해 내각의 승인을 얻어 공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북은 법제관계자와 심의관계자 수십 명을 해외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월 말에 새로운 합영법, 외국자본 투자법 등을 개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구체적 언급도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법 개정이 완료돼 발표 또는 추인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표한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뒷받침할 법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당대표자회 개최, 이번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당과 국가기구의 정상화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의 경제적 어려움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객관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북미간에는 대북 식량지원과 민간 교류를 매개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지마 카터 전 대통령의 재방북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촉구한 남북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대화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2월 8~9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대령급 실무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실무회담이 결렬된 직후 나온 정부 당국의 반응이다. 한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실무회담이 결렬된 후 이명박 대통령이 1시간 이상 관계자들을 질타했다"며 "최소한 이 대통령은 실무회담이 타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무회담을 거쳐 고위급 회담을 열어 북측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려던 정부가 뜻밖의 회담 결렬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에 모종의 혼선이 있었던 듯하다.

남북정상회담설, 설로 끝날 듯

최근 잇달아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이 보도되고,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 결렬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정책의 통일성과 유연성을 결여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화 분위기 조성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군에서는 북측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대북 심리전의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내보내고, 청와대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어떻게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느냐"며 군을 질타한 후 보도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또 적극적으로 6자회담 재개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 대립을 고조시킬 북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부처별로 다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둘째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남측의 요구사항 관철뿐 아니라 북측에도 상응하는 성과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대응조치가 필수적이다.

단적으로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북측에 30~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정상회담 전에 대규모 식량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산가족상봉 때도 북측은 식량 5만 톤 내외의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남측은 거부한 바 있다.

단절된 남북대화의 복원을 위해 북측은 지난 17일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추진시켜 나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통지문을 보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국간 접촉을 주장한 북측에 민간 전문가 협의로 수정 제의했다. 북측이 이를 수용해 백두산 화산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민간 전문가간 협의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당국간 대화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비정치적인 백두산화산협력 문제 논의를 "선 당국간 협의, 후 민간급 전문가 참여" 방식으로 진행해 남북대화에 돌파구를 열려는 '전략적 사고'가 없는 셈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정상회담과 같은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이루어지려면 올해 상반기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임기 중 회복시키려고 하는지, 아니면 대북 압박을 계속하면서 북의 변화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정책을 고수할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대화 전략'이 부재한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이라는 대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번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남북대화 제안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상당 기간 북측의 대화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화국면이 조성돼야 완전히 꺼져 가는 정상회담의 불씨라도 다시 살릴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오는 29일의 남북 접촉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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