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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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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정욱식의 북핵이야기]<10> 박봉주 발탁과 흑연감속로 재가동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의 움직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하나는 고(故) 김정일 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핵보유를 내세우고 이를 개정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또 하나는 군사 우선의 선군정치에서 경제를 우선하는 선경정치로의 이행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움직임은 고도의 연속 선상에 있다. "핵 억제력" 보유를 통해 선군정치가 완성된 만큼, 이제는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한다는 논리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략) 이러한 김정은 시대의 국가전략을 '핵보유-경제발전 병행 노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2012년 9월 11일에 쓴 글(☞바로가기)의 일부이다. 실제로 북한은 3월 31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조성된 정세와 우리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에 맞게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4월 1일부터 개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추인하고 있다.

3월 31일 자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3월 전원회의' 결과는 이 밖에도 몇 가지 주목할 부분들이 있다. 우선 북한은 경제건설-핵무력 건설 병진 전략을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주목되는 것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은 주석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께서 제시하시고 철저히 구현하여 오신 독창적인 경제국방 병진노선의 빛나는 계승이며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의 심화발전"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한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김일성의 발언과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김정일의 발언을 자주 소개했었다.

이에 반해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사후 "핵과 위성 보유"를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2012년 4월에는 개정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할아버지-아버지의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계승·심화발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핵보유국 굳히기를 위해 내부적인 정당화 작업을 완료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핵보유를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연장 선상에서 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던 규범으로부터 탈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같기도 하지만 다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군비 억제 방침을 밝힌 부분이다.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작년 6월 29일 자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선군정치로 국력이 다져진 조건에서 이제 경제강국의 용마루에 올라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핵무력"이라는 강력한 억제력을 갖게 된 만큼 재래식 군비 부담을 줄여 경제건설에 집중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병진노선은 1962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한은 신속한 전후복구와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한 자신감과 중-소 분쟁 격화, 쿠바 미사일 위기, 베트남 전쟁 확전, 한-미-일 3각 관계 구축 움직임 등 대외적 환경 변화를 두루 고려해 국방비 투자를 비약적으로 늘렸고 4대 군사노선도 채택했다. 그 결과 군사 모험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경제성장은 크게 둔화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병진노선은 30년 전과는 근본적인 차이도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병진노선은 국방에 우위를 둔 반면에 오늘날에는 "핵 억제력"에 대한 자신감을 깔고는 경제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 또한 과거에는 국방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중공업에 비중을 둔 반면에 오늘날에는 "농업과 경공업에 역량을 집중하여 인민생활을 최단기간에 안정 향상시킬 것"을 핵심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박봉주 재기용의 의미

실제로 김정은 체제의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2년 1월에 당 간부들에게 "자본주의 방식 논의에 눈치보지 말라"고 언급한 바 있고, '4·6로작'에서는 "경제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故)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4월 15일 공개 연설에서 김정은은 "우리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부분적이지만 구체적인 개혁조치도 나오고 있다. 우선 6월 28일 내놓은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6.28 방침)'이 눈에 띈다. 핵심적인 내용은 비료와 원료, 농기계 등이 부족한 협동농장과 가동이 중단된 공장에 국가 투자로 자금을 돌려 농산물과 공산품 생산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상품 매입 시 고정 가격이 아닌 시장 가격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 바 있다. 또한 협동농장의 규모도 10~25명에서 4~6명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9월 4일 자 <워싱턴포스트>는 "규모 축소는 전체 마을이 아니라 한두 가정이 자신의 농사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교육체계의 개편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2012년 4월에 이어 9월에도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기존 11년제 의무교육을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교육체제 개편을 의결했다. 40년 만에 단행된 교육체계 변화와 관련해 정영철 서강대 겸임교수는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유는 바로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주춧돌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와 북한의 발전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발전 전략의 핵심 목표는 1인당 생산성의 증대와 '노동동원형'에서 '지식경제산업'으로의 전환에 있으며 교육체계 개편은 이를 위한 인재 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체제의 경제건설에 대한 강한 의지는 '박봉주'의 재발탁에서도 읽힌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는 2003년 9월 내각 총리로 선출돼 2007년 4월 해임될 때까지 북한 경제를 이끌었다. 한 때 좌천되기도 했지만, 2010년부터 서서히 재기해 작년 4월에는 당 경공업부장 겸 중앙위원회 후보로 발탁됐다. 그리고 올해 3월 전원회의에서는 당 중앙위 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을 건너뛰고 정치국 정위원으로 파격 승진한 데 이어, 최고인민위원회에서는 내각 총리로 선출됐다.

이처럼 박봉주가 당 정치국 위원과 내각 총리로 동시에 발탁된 것은 북한 경제의 향방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조치로 평가된다. 우선 김정은은 경제건설에 있어서 내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과의 원활한 협조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박봉주를 정치국 위원에 이어 총리로 기용한 것은 바로 이를 염두에 둔 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박봉주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의 주역이었고, 김정은 체제가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경공업 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북정책의 도전 혹은 기회

북한이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은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농업과 경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발전 계획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 향상에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만하다. 또한 재래식 군사력 증강이 억제되거나 감축된다면 이 역시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핵보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나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북한은 비핵화 회담에는 응할 뜻이 없다면서 영구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고 있고, "핵 억제력"의 성능과 보유량도 늘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의 원자력 총국은 4월 2일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의 2.13 및 10.3 합의에 따라 폐쇄·봉인·불능화되었던 이 원자로를 재가동해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하면 북한은 매년 1~2개 분량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러한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관건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기계적인 연계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동시적인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는 MB 정권 5년간 충분히 입증된 바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국민적,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인도적 지원과 농업 분야에서의 개발협력, 그리고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초석을 다시 다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5.24 조치도 북한의 경공업 발전과 남한 중소기업의 활로 모색이라는 '윈-윈'의 관점에서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도 있다. 북핵 문제는 일단 '동결'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과 북미대화 등을 통해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유예시키고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추가적인 생산을 막는 것이 긴요하다.

그리고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포럼을 조속히 개최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평화협정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북핵 해결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논의 착수는 당면 과제인 북핵 동결에도 가장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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