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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는 분명 미쳤다. 서방의 군사개입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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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는 분명 미쳤다. 서방의 군사개입은 정당한가?"

<인디펜던트> 로버트 피스크 "후세인, 카다피, 다음은?"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서방 측은 공습 개시 3일째인 21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시르테 등지에 3차 공습을 가했다.

리비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이날 트리폴리 시내 여러 곳이 공격받았다면서 서방을 '십자군'이라고 비난했다. 또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서방이 여러 항구와 시르테의 민간 공항 등을 공격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AP> 통신은 트리폴리 시내에 있는 카다피의 관저 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작전에는 미국,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덴마크 등 최소 5개 이상 국가의 전투기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 국가 중에서도 전날 카타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전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서방의 대(對) 리비아 군사행동은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정당한 행동이라는 시각, 안보리 결의안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행위라는 시각, 안보리 결의안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까지 다양한 관점이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지난 19일 칼럼을 통해 유엔 결의안이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리비아에서도 이라크 식의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스크는 서방의 군사행동의 배경에는 식민 지배 역사와 독재자들을 지원했던 과거를 청산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고 석유, 자원, 이스라엘의 안보 등 서방측의 이익에 중요한 경우에만 개입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그는 리비아 사태에는 부족적인 배경이 있다면서,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이나 벵가지를 근거지로 한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만큼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 21일 서방측의 3차 공습을 맞아 수도 트리폴리 시내에서 대공무기가 발사되고 있다. 붉은 선은 포탄의 궤적. 사진 속에 보이는 건물은 외국 취재진과 리비아 정부 인사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호텔이다. ⓒAP=연합뉴스

사담 후세인, 무아마르 카다피, 그 다음엔?

서방 국가들은 이제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리비아 민간인들을 보호할 것인가? 과거의 많은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니 유엔이 내놓은 해결책이 진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속지 말아야 한다. 유엔의 답은, 이라크에서처럼, 또 한번의 '정권 교체'(regime-change)다. '마지막 독재자'인 카다피가 사라지면, 다음에는 또 누가 나타날까?

튀니지와 이집트 다음은 리비아가 될 듯하다.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이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이 나라들에는 또다른 공통점도 있다. 수십 년 동안 독재자들을 키워 낸 것이 바로 서방이라는 점이다. 프랑스는 튀니지의 벤 알리 정권을, 미국은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을, 이탈리아는 카다피 정권을 지원해 왔다. 어쩐지 유엔의 중동 특별 대사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요즘 감감 무소식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04년 이후 카다피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 옮긴이)

이제 장막을 걷어 내고 그 뒤의 현실을 보자. 분명 카다피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는 미쳤다. 카다피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나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외무장관 같은 수준으로 미쳤다. 이들 모두에게는 인종주의적 요소가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중동이란 지역이 독재자들을 양산해 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100년 동안 유럽도 베를루스코니, 무솔리니, 스탈린, 히틀러 같은 독재자들을 배출했지만, 이제는 중동을 깨끗이 청소하면서 식민주의의 과거를 아랍의 모래 속으로 묻을 수 있게 됐다. 카다피가 (반군의 거점 도시) 벵가지 시민들에게 "우리가 골목골목, 집집마다, 방방마다 추적할 것"이라고 협박한 마당에 '인도주의적 개입'은 정말 정말 좋은 생각일 것이다. 게다가 지상군의 개입조차 없을 것이라고 한다. 훌륭하지 않은가?

만약 이 혁명이 이미 카다피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됐다면 서방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그들은 석유도 천연가스도 없고, 광물 자원도 없고, 이스라엘을 보호하는데 중요하지도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것이 코트디부아르에는 무관심한 서방 국가들이 이집트에 대해선 그토록 많은 관심을 기울인 이유다.

그렇기에 미친 독재자들이 둥지 속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버틴다면 일이 틀어질 여지가 있다. 만약 서방이 카다피 군의 항공기를 격추시키고 공군을 무력화하고 군대와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데도 카다피가 트리폴리를 지켜내면서 버틴다면? 17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전에 이미 미 국방부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에만 며칠씩 걸릴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카다피는 속임수를 썼다. 카다피의 외무장관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서방이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정전과 '군사작전'의 종식을 주장했다. 이로써 카다피는 평화를 사랑하는 아랍 지도자로, 서구의 공격에 의한 희생자로 스스로를 선전할 수 있게 됐다. 참 대단한 오마르 무크타르 나셨다.(오마르 무크타르는 이탈리아에 맞서 리비아의 독립투쟁을 이끈 인물로 오늘날까지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 옮긴이)

그리고 서방의 개입이 때를 못 맞춰 카다피군의 진격이 계속된다면? 그때 가서 '반군'을 돕기 위해 용병이라도 보내야 하나? 서방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리비아 사회의 부족적인 기반에 대해 전혀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이 보호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리비아 민간인'이란 강인한 전사적 기풍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벵가지 지역의 가장 유력한 부족 세력인 전투적인 사누시파(派)들이 카다피 군과의 교전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카다피에 의해 축출된 이드리스 1세 전 리비아 국왕도 사누시파였다. 붉은색, 검은색, 흰색의 '반군' 깃발은 카다피 집권 이전의 리비아 국기인데 이는 사실 이드리스 1세의 깃발이며, 사누시파의 깃발이다.

이제 그들이 트리폴리를 점령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수도에서 그들이 환영받을까? 물론 수도에도 용감한 시위대들이 있지만 그들 중 많은 수는 벵가지에서 왔다. 카다피 지지자들은 뭘 할까? 그냥 '증발'해 버릴까? 갑자기 사실 자신들은 카다피를 싫어했다는 것을 깨닫고 혁명에 동참할까? 아니면 내전이 계속될까?

그리고 '반군'들이 트리풀리에 들어가서 카다피와 그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에게 죄값을 치르게 한다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복수를 위한 살인과 공개 처형, 카다피 정권의 범죄자들이 저지른 짓이 (반군에 의해) 또 한번 일어나는 것에 우리들은 눈을 감아야 하나? 리비아는 이집트가 아니다.

일이 잘못될 위험은 서방 측에도 있다.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카다피군에 의해 전투기가 격추될 수도 있다. 또한 리비아의 반군과 민주화 시위대들도 서방의 군사행동에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고 의심할 것이다. 다른 나라 정부에 대해 무기를 겨누는 것은, 그게 얼마나 정당하건 간에, 일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은 너무나 보편적인 규칙이다.

과거 서구의 잘못이 얼마나 컸건 간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나오기엔 이미 조금 늦었다. 1969년 카다피가 정권을 잡았을 때 우리는 그를 사랑했고, 그가 멍청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인 다음에는 그를 싫어했다. 그리고 블레어 전 총리가 그를 보증했을 때 그를 다시 사랑했고, 이제는 또다시 그를 싫어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순서만 바뀌었을 뿐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았다. 처음에 그는 이스라엘 파괴를 갈망하는 테러리스트 두목이었고,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나눈 뒤에는 뛰어난 정치가였다가, 팔레스타인 미래에 대해 아라파트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는 다시 테러리스트가 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미래의 카다피, 미래의 사담 후세인을 찾아서 이들을 찍어내는 것이다. 즉 미래의 미치광이 독재자, 새디스트적인 고문실 운영자, 젊은 미치광이들을 우리의 경제적 도움으로 키워내고 있는 그런 자들이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타지키스탄에서, 체첸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서방의 협상 대상이며, 서방에게 석유를 팔 인물이며, 서방의 무기를 사갈 인물이며, '이슬람 테러리스트' 들을 주저앉힐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다시 지겹도록 낯선 광경을 보고 있다.

서방 국가들에게는 주어진 대안이 별로 없다. 만약 또 한번의 보스니아 인종청소 같은 대참사를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심지어 1995년의 인종청소는 서방이 '비행금지구역'까지 설정한 이후로도 몇 년 뒤에 일어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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