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총기난사 참극의 원인이 된 정치적 독설을 자제하자는 호소가 통한 것일까.
갖은 독설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헐뜯던 미국의 보수 논객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연설을 너도나도 칭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폭스뉴스>의 글렌 벡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그가 했던 연설 중에서는 아마도 최고일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팻 뷰캐넌도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훌륭했다"고 말했으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을 썼던 마이클 거슨도 "훌륭한 감정이 들어있었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의 논객들인 브릿 흄, 찰스 크라우트해머, 크리스 월러스도 칭찬 대열에 가세했다.
심지어 극우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도 오바마의 연설이 "깔끔했고 명확했으며 교양있는 지배계층이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 자체였다"고 말했다.
림보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 이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나서야 극단적 대립 자제를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며 연설의 '타이밍'을 문제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악관도 보수 세력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피의 비방(blood libel)'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킨 데 대해 기자들이 논평을 요구하자 직접적인 답변을 애써 피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식에 불참하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논평을 거부했다.
이처럼 미국 정가에서 극단적인 대립이 오랜만에 잦아들었지만 다음 대선 준비가 이미 시작된데다 다음주 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법안에 대한 의회 표결이 예정돼 있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CSM>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이날 미국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서한에서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관용의 가치"를 가르치자고 호소했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게재된 이 서한에서 미셸 여사는 두 딸 사샤와 말리아도 자신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묻더라며 이런 물음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에게 관용의 가치를 가르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애리조나주는 과거에도 이상행동을 보인 용의자 제러드 러프너에 대해 강제 정신치료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AP>통신이 지적했다.
이 통신은 애리조나주 법률은 다른 주에 비해 강제 정신치료 대상이 되는 데 필요한 요건이 덜 구체적이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상 누구라도 당국에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돼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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