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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北 자제는 中 압박 때문" 잇따른 보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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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北 자제는 中 압박 때문" 잇따른 보도 왜?

美-中 조율 있었던 듯…북미 직접대화 가능성도 시사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 북한이 대응을 자제한 건 중국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미국 주요 언론에 일제히 실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은 23~24일 오바마 미 행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사실상 같은 내용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을 촉구했고, 중국이 그를 수용해 대북정책을 바꿨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오바마-후진타오 통화 후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평양으로 급파되어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중국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정부의 관계자들은 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지 않은 채 남북이 대화하고 접촉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변화를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미 언론들은 이같은 중국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사격훈련 대응 자제를 낳았고, 이는 중국이 내달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해석했다.

▲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 9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만 움직이면 북한 문제 해결된다?

보도에서 드러난 미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에는 아전인수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북한이 남측의 사격훈련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압력 외에도,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가 간접적으로 전해준 미국의 메시지, 러시아의 중재 외교, 남북관계·북미관계에 대한 구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의 압박'이라는 단일 요인으로만 북한의 행동을 규정했다. 이는 북미간의 직접 접촉이 없더라도 중국만 움직이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고정관념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에만 치중하던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전략을 옹호하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미 당국자들의 인식에는 △중국이 그간 북한의 도발을 감싸온 게 사실이고 △그러나 이제는 중국이 6자회담 대신 남북대화를 강조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해왔던 태도는 부적절했음을 자인했으며 △중국은 남북대화를 그리 중시하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북한 때문에 안 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간 6자회담만큼이나 남북대화를 강조해 왔다. 또한 남북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같은 사실관계를 외면한 채 자신들의 편견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중국의 역할을 재단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무조건적인 북한 두둔' 주장 사실과 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 언론들의 보도에 담긴 긍정적인 의미에 주목했다. 우선 중국이 북한을 무조건 두둔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것.

북중관계 전문가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중국마저 북한을 궁지로 몰면 북한은 항상 강경하게 대응했다"며 "그 사실을 아는 중국은 표면적으로 북한의 체면을 살려 주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신뢰를 가지고 북한을 제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중국이 한국의 사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때는 북한에 대해서도 비공식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뜻"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감싸기만 한다고 해석할 필요가 없고, 미국도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사"라고 말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미 언론들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 행정부 당국자가 아닌 중국 측 외교소식통을 인용했다. 이는 중국 역시 자신들의 대북 압박이 있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병철 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언가를 조율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미국이 스스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 위해 '밑자락'을 까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철 연구위원은 "중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북한을 자제시켰으니 미국도 직접 북한을 만나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과 다시 접촉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중국과 북한의 변화'를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주 북미 뉴욕채널이 재가동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은 그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 당국자들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입장을 같이함으로써 '희미한 희망'을 만들어 냈다며, 그 희망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과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총괄담당 국장이 조만간 서울을 방문해 북한과의 외교를 개시할 여지가 생겼는지 알아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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