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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가 안전지역? 테러위험국에 이란과도 앙숙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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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가 안전지역? 테러위험국에 이란과도 앙숙인데…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이명박 정부의 '이상한 파병'

12월 8일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특전부대 파병동의안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놀라운 것은 관련 상임위인 국방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않은 정부의 파병동의안을 박희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직권상정해 처리해 버렸다는 점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긴급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무참히 짓밟았다. 한국군 파병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명백한 국헌문란 행위이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파병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오는 12월 말에 130여 명의 특수부대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떠날 참이다. 2012년까지 현지에 머물게 될 특수부대원들은 4~6개월 주기로 교대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UAE 파병 계획이 우리 국민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1월 9일 국무회의 결의('국군부대의 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동의안')를 통해서였다. 겨우 50일만에 파병이 이뤄지는 '초스피드' 진행 상황이다.

새로운 개념의 파병?

흔히 한 국가가 군 병력을 해외로 파병한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사례에 해당된다. △분쟁지역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병력을 파견해 유엔을 상징하는 푸른 헬멧을 쓰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펴거나(레바논 UNIFIL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동명부대의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으로 "침략국에 맞서 국제사회를 지킨다"는 집단안보 정신에 따른 파병(한국전쟁의 경우)이거나, △유엔안보리 결의안과는 상관없이 동맹국의 요청에 따라 동맹군 또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병력을 보내는 경우다(이를테면 이라크 자이툰부대).

그런데 이즈음 이명박정부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이상한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경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파병'이 곧 이뤄질 참이다.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파병은 분쟁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PKO)나 다국적군 파견과는 달리, 전투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란다.

끼워팔기 파병

앞서 살펴본 대로 해외파병의 전형적인 세가지 모습과는 다른 것이니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 맞긴 맞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이상한 파병이 아닐 수 없다. 요점은 이번 파병이 '끼워 팔기'라는 비판을 비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군 파병 얘기가 불거져 나온 것은 2009년 12월 한전컨소시엄이 400억 달러의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UAE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는 것과 거의 같은 시점이다. 그 무렵 한국 국방부는 UAE와 '포괄적 군사교류협력협정'(이른바 MOU)을 맺었다. 그동안 정부는 줄곧 "그게 아니고…"라며 손사래를 쳐왔지만, 지난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온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의원들의 추궁이 잇따르자 얼결에 진실의 일부를 털어놓았다.

그는 "작년에 원전수주를 위해 노력하면서 정부의 거의 모든 부서가 협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특수전부대 파병) 거론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지난해 원전수주 협상 과정에서 UAE가 파병을 요청해 이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더니, 대통령께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자력발전소 건설계약을 따내기 위한 대가성 파병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 훈련중인 한국 특수부대원들. UAE 파병은 끼워팔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UAE가 비분쟁지역?

국방부는 이번 파견이 종전의 분쟁지역에 병력을 보내던 것과는 달리, '전투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으로의 파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http://www.0404.go.kr)에 설명돼 있는 국가별 안전정보 가운데 UAE 항목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UAE에서의 외국인은 '이슬람과격주의자들에게 항상 테러의 목표로 지적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들은 UAE를 높은 수준의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고 돼있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도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 종교시설, 쇼핑몰 등을 방문시에는 신변안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보인다. 국방부가 설명하는 UAE와 외교통상부가 말하는 UAE는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니라면, 우리 젊은 병사들이 '전투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으로 가는 것은 아닌 셈이다.

아랍 족장들의 독재국가

UAE는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7개 에미리트(부족국가 또는 토후국)가 모여 만든 연방국가이다. 인구는 약 5백60만명. 세계에서 7번째로 규모가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검은 황금'의 복을 타고난 나라다. 그렇지만 그 복이 그 나라 모든 국민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석유생산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는 아랍족장들과 그들에 줄을 댄 서방석유기업들의 배를 불릴 뿐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5만 달러를 넘어서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UAE를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UAE는 민주국가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필자도 중동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 두바이를 둘러봤는데, 현지 시민들은 정치적 민주화의 갈증에 목말라 하는 모습이었다. 정원 40명의 '연방평의회'란 이름의 입법부(국회)가 있긴 있는데, 지난날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의 유정회를 떠올리면 딱 맞는다. 역할도 아주 형식적이어서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을 그저 겉치레로 심의할 뿐이고 입법기능이나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은 전혀 없고 단순한 자문에 그친다.

중동지역 아랍국들 사이에서 UAE는 친미 친서방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과는 1996년 군사동맹(방위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에 따라 UAE 안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군사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9.11 테러 뒤 아프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뒤 UAE는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중동 후방기지 몫을 해왔다. 현재 UAE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 병력 3천 명 정도가 주둔 중이다.

군비확장 열심…무기수입 세계 3위

알고 보면 UAE는 미국 무기의 주요 고객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내는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 2010년판에 따르면, UAE는 2005~2009년의 5년 동안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무기를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1위, 인도가 2위, UAE와 한국이 공동 3위다.) 한국이 수입무기의 3분의 2(66%)를 미국에서 들여왔듯이 UAE는 수입무기의 60%를 미국에서 들여와 높은 미국의존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현재 UAE 군병력이 5만1천명(육군 4만4000명, 해군 2500명, 공군 4500명)에 지나지 않는 점을 떠올리면, 군비확장 씀씀이가 엄청나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천 명 규모인 UAE 특수부대를 1만 명으로 늘리고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데서 비롯된 훈련협력 요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군사전력강화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란과의 무력충돌 가능성

군 병력 5만 명의 작은 나라 UAE가 무슨 까닭에 군비 확장에 열을 올릴까. 사정을 알고 보면 바로 이웃나라 이란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 이 나라는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줄곧 페르시아만의 2개의 작은 섬들(턴브, 아부무사)을 놓고 이란과 영유권을 다투어 왔다.

UAE에 영국군이 주둔하던 시절엔 군사적 충돌이 없었지만, 1971년 UAE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무렵 이란은 턴브 섬에 군대를 보내 "이 섬은 본래 이란 영토"라며 영유권을 주장했고, 21년 뒤(1992년) 아부무사 섬마저 차지했다. 이란으로선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항로가 지나는 이 섬들을 차지함으로써 첫째, 원유수송로 확보와 더불어 둘째, 언젠가 이 섬들 주변지역에 묻혀있을 석유자원을 챙길 수 있다.

이란보다 덩치로 보나 힘으로 보나 작은 나라인 UAE는 이란에게 빼앗긴 2개 섬을 수복하는 것이 숙원이 됐다. 지난 6월 이란 핵개발 의혹을 둘러싼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이 나온 뒤 UAE는 한국정부와 더불어 발 빠르게 대이란 강력제재에 적극 참여해 미국을 기쁘게 해주었고 이란의 분노를 샀다. 이런저런 이유로 UAE와 이란은 사이가 좋지 못하다. 이란-UAE 사이에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언제라도 열려있는 셈이다.

우리 국방부 설명대로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의 파병'이란 설명은 정확하지 못하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제재 움직임에 동참함으로써 이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바 있다. 그런 한국이 이란과 군사적 긴장관계에 있는 UAE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파병한다는 것은 이란의 시각에선 '군사적 도발'로까지 비쳐질 것이다. 세계 제2위의 석유매장량을 지닌 이란과의 서먹한 관계는 중장기적으로도 한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파병도 있을 수 있는가"

모든 해외파병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지구촌 평화를 위한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이라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국가위상을 높이고 유형무형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파병지가 어디냐, 어떤 성격의 군사적 개입이냐는 그때그때의 사안에 따라 다르다. 파병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헌법 72조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한 나라의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국가적인 중대사인 만큼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물어야 마땅하다. 이미 물은 엎질러져 다시 주워담기 어려운 모습이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UAE 파병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킴으로써 연말 파병은 확정적이다.

그 동안에 벌어졌던 일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면 "이런 파병도 있을 수 있는가" 하고 놀라게 된다. 이른바 '국가이익'이란 이름 아래 한국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끼워 팔아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파병으로 국가이익을 챙기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외교'일지, 따져 볼수록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고 파병될 병사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위의 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지 <참여사회> 최근호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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