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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로 쪼개진 미국 경제, 노동자들만 암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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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로 쪼개진 미국 경제, 노동자들만 암울할 뿐"

[해외발언대]라이시 "값싼 달러찍기, 빅머니 경제만 살찌워"

자유선거가 인정되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유권자의 권리는 선택이 아니라 '분노의 심판'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고 공화당이 득세하자 진보진영의 대표적 논객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은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2012년 차기 대선까지 미국 경제는 더욱 암울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내고 '미국의 5대 논객'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독특한 시각으로 미국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며 유권자들은 '지지부진한 경제'를 선택했다고 개탄했다.
▲ 미국의 중간선거 참패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뉴시스
Fed의 양적완화, 빅 머니 경제만 위할 뿐

라이시에 따르면, 미국은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빅 머니(Big Money)' 경제와 그 밖의 경제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빅 머니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 반면 다른 경제는 여전히 파탄지경이라는 점이다.

'빅 머니' 경제는 월가의 거래중개인, 큰손 투자자, 기업의 고위 경영진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라이시는 "빅 머니 경제는 요즘 잘 나가고 있다"면서 "그 배경에는 가능한 한 돈을 많이 찍어내 제로금리를 유지해준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있다"고 꼬집었다. 빅 머니 경제가 잘 나가는 핵심 비결은 값싼 돈이라는 것이다.

값싼 돈은 '빅 머니' 경제 참가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이 된다. 대기업들은 이 돈으로 자사주 등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데 쓰고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소비자들에게 자동차에서부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팔고 있다.

S&P 500대 기업 중 40%는 전체 매출 중 해외부문이 60%가 넘는다. 또한 미국의 큰손 투자자들도 신흥시장에 투자해 짭잘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빅 머니 경제 부문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라이시가 '빅 머니' 경제와 대비해 '일반 노동자 경제(Average Worker Economy'라고 이름 붙인 다른 경제는 회복과 거리가 멀다. 미국의 실업사태는 경제위기 이후 1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 노동자 경제'에 속하는 대부분의 미국 가계는 맞벌이 가정이다. 그런데 현재 8명 중 한 명 꼴로 일자리를 잃었다. 한 가계의 소득이 경제위기 이전보다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소득으로는 빚을 갚기 힘들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가장 심했던 2년전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못할 것 같다고 걱정한 응답자는 37%였는데, 최근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이런 응답자가 53%로 오히려 더 늘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상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고 전체 주택 판매 중 압류 처분되는 주택 비중이 늘고 있다.

'일반 노동자 경제'에 속한 사람들이 자산으로 가진 것이라고는 주식은 거의 없고 달랑 주택 하나였다. 그런데 주택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자산 구실도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득세를 기뻐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이런 경제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들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 참패를 안겨주었다.'일반 노동자 경제'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현직 정치인들에게 표출했지만, 기대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공화당의 승리에 정작 기뻐하는 것은 '빅 머니 경제'에 속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도입한 금융규제책이 무력화되고, 환경규제도 철회되고, 부시 정권 때 도입된 상위 1%에 대한 감세도 연장되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구성하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이시는 "일반 노동자 경제에 달라질 것이 없다면, 골치 아픈 대가를 치를 일만 남았다"고 경고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일반 노동자 경제'에 속하는 유권자들이 중간선거에서 '살림살이를 좋아지게 하라'는 심정으로 민주당에 참패를 안겨주고 공화당에 승리를 선사한 대가가 무엇이 될지 언급한 바 있다.

라이시에 따르면, 일반 유권자의 기대와는 달리 공화당은 '살림살이 개선'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 공화당의 경제정책이 기반을 둔 사상이 민주당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거품경제는 정부가 나서서 치유해서 되는 게 아니라 고통을 겪을 만큼 겪으면 시장이 알아서 해결해준다고 주장한다.

대공황 때 당시 허버트 후버 정권의 앤드루 멜론 재무장관은 이처럼 경제위기를 시장의 해결에 맡기는 정책을 쓰다가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기 전에 대공황이 심화되는 오류를 저질렀다.

라이시는 정부의 재정지출 없이 시중에 자금 공급을 늘리겠다는 Fed의 '양적완화' 처방은 결코 기대한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3일 Fed는 향후 8개월간 6000억 달러 이상의 달러를 찍어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라이시에 따르면 아무리 이런 방식으로 값싼 돈을 공급한다고 해도 실물경제가 자극되지 않는다.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에는 수요에 나설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은행들도 돈이 있어도 중산층 이하에게는 대출을 꺼리기 때문에 가계에 유동성 공급이 늘지도 않는다.

달러 가치를 하락시켜 수출을 늘리길 기대하지만, 국제환율전쟁을 촉발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라이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소득 창출 기회를 주고,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재정정책 없이 Fed의 양적완화 처방은 주식시장 거품을 다시 초래할 뿐"이라면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동안 미국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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