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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8년, 무엇을 위한 갈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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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8년, 무엇을 위한 갈등인가?

[中國探究] 천안함 여파로 양국관계 최악, 대화 채널부터 복구해야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상호 교역액, 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투자, 5만개에 육박하는 대중국 진출 기업, 100만 명에 가까운 중국 상주인구, 주당 830여 편에 달하는 항공편, 중국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제1 교역 파트너, 그리고 양국을 교차하는 한류와 중국 붐, 수교 이후 50여 차례에 이르는 양국 정상의 만남,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외교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쌍방 관계…

한중 수교 18년을 상징하는 화려한 수사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적어도 천암함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세계 외교의 기적'으로까지 지칭되면서 양자 관계를 규정해왔다.

이러한 한중 관계가 최근 수교 이후 최악의 긴장관계를 보이고 있다. 한중 수교는 사실 1992년 당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어 안정적인 한반도의 평화 환경을 조성한다는 소위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즉 북한의 가장 우호적인 조력자이며 국제무대에서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과의 수교는 애초부터 '북한 요인'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 설정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 한중 관계는 활성화된 경제 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 외교 안보 분야의 협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중 양국의 경제 발전에 대한 수요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이 불안요인이 천안함 사건의 공격 실체를 둘러싼 인식 차이, 후속 조치 그리고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그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이 한중 관계의 긴장을 확산시키면서 묘한 난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1992년 한중 수교

물론 그동안 200년의 마늘분쟁, 2004년의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역사 찬탈 문제 등등 어려운 국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해결이 누가 손해를 보든 또는 미봉책에 그치든 대화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였고 나름대로의 결과를 도출하였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처음으로 북한 요인을 둘러싼 정치 안보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지난 18년간 직접적인 소통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하던 양국은 서로 다른 얘기만 한 채 대화채널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서운함만 계속 표하고 있다.

한국 측은 명확한 공격 실체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정확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북한을 감싸고 있는 중국 측에 실망감을 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상대적 중요성의 감소를 실감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는 중국의 오만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감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중국 측은 한국이 미국과 연합해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후속조치인 한미 간의 군사 훈련을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비록 공격주체를 규정하진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도 찬성했는데 오히려 한미가 연합해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이 금융제재를 포함한 본격적인 제재를 추진하는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관영지들이 보이는 대 한국 비방은 도를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한중 간의 이러한 갈등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북한 요인을 안고 출발한 한중관계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 10년간 한국의 대미 정책과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해 왔었다. 중국의 북한 껴안기는 중국마저 북한을 버린다면 북한은 영원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며, 북핵 문제 해결은 난망이고 북한 스스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깰 것이라는 논리로 포장되었다. 또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는 '냉전 시대의 유산'이며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한국인의 아픔과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받는 전쟁의 위협을 무시한 채 천암함 사건은 일찍 덮고 빨리 6자회담 재개로 방향을 틀어 자신들의 영향력 유지만 생각하는 것 같은 중국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이러한 한중관계의 악화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한국에게 중국은 경제 전쟁 시대에 제1의 무역파트너이다. 또 북한의 유일 후견국으로 한반도 안정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로 원만한 한국 입장에서 원만한 대중 관계유지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

한국도 중국에게 제3의 경제파트너이며 동북아 안정 유지를 위한 선린 우호 대상 국가이며, 한반도 영향력 유지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매우 중요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는 상황에 따라 미국의 세력권을 잠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인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한중 간의 갈등이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양국 모두에게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양측이 서로의 변화만을 기다리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정부가 빨리 천안함 출구 전략을 취하길 바라고 있으며 한국은 중국이 북한 핵 보유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결국 핵보유국 북한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점을 기억하고 빨리 정확한 판단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중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놓치고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켜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양측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 대미관계를 희망하고 있지만, 동시에 패권 미국의 중국 봉쇄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은 한반도의 안정 확보를 위해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 동맹 관계를 확고히 하고 싶어 한다.

서로 이렇게 생각하면 접점을 찾을 수 없다. 상대국의 입장과 고충을 생각한다면 중국에게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청산하라는 희망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중국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반드시 한중관계를 약화시킨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관계 강화가 한중 관계 약화로 이어진다면 이는 전혀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또 현재의 중미 관계를 대립적 구도로 파악하는 관점도 재고해야 한다. 양국 관계는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지만 기본적으로 협력을 통한 관계 설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중국의 발전에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세계 문제를 리드하는데 전략적 파트너로서 중국이 중요하다. 이제 세계 문제를 논하는데 있어 중국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G2론이나 차이메리카 시대의 도래 등은 모두 양자 관계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세계적 국가로 성장한 중국에게 한국이 미국을 등에 없고 자신들을 압박한다는 인상을 주고, 이러한 힘에 밀려 중국이 대북 정책을 새로 짠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국제관계에서의 협력은 지극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러한 현실론에 부상하고 있는 자국의 힘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모든 국가가 다 마찬가지 이겠지만 특히 중국이 누구한테 밀려서 어떤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외교 정책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북한이라면 이미 북한에 대한 전략적 고려도 있는 상황에서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갈등 상황이 한중 양측이 모두 보다 성숙한 자세로 대화 채널을 재개하고 소통을 확대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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