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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민심을 알았다면 송영길 당선자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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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민심을 알았다면 송영길 당선자를 따르라

[한반도 브리핑] 인천시의 남북협력 비전 '실마리'로 활용해야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천안함 북풍 몰이가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국면의 출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어두운 천안함 터널을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없는 한 이명박 대통령이 뱉어 놓은 대북 강경 조치는 스스로 되돌릴 수 없는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다. 대북 강경이라는 입구에만 올인한 나머지 천안함 국면을 결말짓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출구전략은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퇴로 차단의 자승자박이 되어 버렸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자세가 처음부터 아니었다. 대통령의 5.24 담화 직후 북은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이 직접 내외신 기자 앞에 나와 천안함과의 무관함을 주장했다. 각국의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천안함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백히 밝히겠다는 정부의 의욕과는 정반대로 지금 천안함 사건의 유엔 외교전도 남과 북이 팽팽히 맞서 있는 모습이다.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남북의 대표가 설전을 벌이고 북한 유엔대표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남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남측 주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대로 책임자 처벌과 사과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 북이 도발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한 북한으로부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얻어내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5.24 대북 강경조치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퇴로 차단한 대북정책, 결과는 자승자박

북이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힘으로라도 북을 굴복시켜 사과를 받아낼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자신 있게 준비한 대북 제재 조치들이 사실상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압박을 도출하기 위해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지만 대북 제재 결의는커녕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중립적 태도와 미국마저 한 발 빼는 형국은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자신했던 유엔에서의 일치된 대북 압박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제재 조치로 취해진 남북 교역 중단은 사실상 남측 중소기업의 목줄만 죄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남북경협인지라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교역을 중단한다고 해서 북이 아파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임가공과 교역 사업에 투자한 한국의 중소기업만 애꿎게 이중 삼중의 손실과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인원 절반 축소 방침도 북측 근로자들을 지도하고 제품 생산의 질을 유지해야 하는 관리 인원이 대폭 줄어듦으로써 남측 기업의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 북이 아파할 내용이 아니다.

군사적 차원의 대북조치로 발표한 것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잠수함 한미 합동 훈련은 중국의 거센 불만 표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북한 상선의 영해 통과 중단 조치 역시 그에 상응한 우리 측 선박과 항공기의 북측 통과 중단으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생뚱맞게 내놓은 대북 심리전 재개는 북을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남북의 군사적 정면충돌을 몰고 오는 또 하나의 빌미가 되고 있다. 대북 라디오 방송과 군사분계선의 확성기 방송 및 삐라 발송은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저강도의 체제전복 전술이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 체제 전복에 올인하기로 했다면 그야말로 지나친 오버다.

더욱이 남북은 1992년 기본합의서에 상호 비방 중지를 명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고 2004년 장성급 회담을 통해 상호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물 철거 합의에 의해 확성기를 제거한 것이었다. 이를 남측이 먼저 어기고 확성기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면 그야말로 막가파식의 맞대응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침몰과 심리전 재개가 무슨 논리적 연관성을 갖는지 모르지만 북에게 당했으니 우리도 북에게 무언가 한방 먹여야 한다는 감정적 오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대북 심리전 재개를 통해 천안함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정말 아프게 해서 굴복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 확성기 방송을 둘러싼 북한의 조준사격 방침과 한국의 대응사격 방침은 오히려 대북 제재 조치가 남북의 군사적 충돌 확산에 기여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만을 낳을 지도 모른다.

통일부 당국자들의 '그 논리' 다시 적용해야

북이 사과하지도 굴복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5.24 제재 조치를 끝까지 몰고 가는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와 남북관계 파탄만 결과할 뿐 아무런 효과도 실익도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전쟁기념관에서 입술을 깨물고 밝힌 대북 강경 조치를 스스로 철회하는 것도 영 체면이 구기는 일이다. 정말이지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영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려 없음과 대책 없음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국민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6.2 지방선거 결과가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출구를 제공해준 것이다. 북에게 넘긴 공을 북이 받지 않고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어 천안함 국면을 종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민심에 겸허하게 따른다는 간단하고 솔직한 방식으로 대북 강경 정책을 전면 철회할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 준 셈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그야말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도 안면이 있는 당국자들에게 필자가 생각이 바뀐 거냐고 농반 진반으로 물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 때마다 통일부 당국자들의 가장 합리적이고 그럴 듯한 입장 변화의 변은 바로 '민심의 변화'였다. 노무현 정부까지의 대북정책에 피로감과 염증을 낸 국민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 표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통일부 공무원으로서는 국민들의 민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대로 설득력 있는 해명이었다.

똑같은 논리와 이치를 따른다면 지금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의 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천안함의 여론몰이와 우호적 언론환경에서도 집권 여당이 참패한 것은 2008년 정책 전환의 경우처럼 이제 또 한 번의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히려 2007년 대선은 대북정책이 유일하고 핵심적인 쟁점도 아니었다. 광범하게 형성된 반노 정서의 폭풍에 밀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뜻이라며 대북포용정책을 용도폐기하고 전면적인 남북관계 중단과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다.

이에 비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스스로 천안함을 통해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야당을 압박하며 공세를 취했던 선거였다. 그 결과로 이명박 정부가 대패한 것은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천안함 국면 운용에 대한 전면적 비판이 표로 드러난 것에 다름 아니다.

남북관계의 망실 속에서 평화를 지켜내지도, 관리하지도, 만들지도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평화 무능과 평화 불감증에 대해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 것이었다. 북의 버릇을 고치고 북을 굴복시키겠다는 정서적 강경 대응만을 내세운 채 실제로는 북의 버릇을 고치지도 못하고 북을 굴복시키지도 못하면서 정작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긴장고조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발언권과 개입력마저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의 무대책의 감성적 강경 정책에 정면으로 수정을 요구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민심의 요구와 유권자의 뜻에 따라 지금 당장 대북정책의 전환에 나서야 한다. 2007년 대선 결과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대북포용정책 철회의 정당화 계기로 삼고, 2010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국민적 요구는 무시한다면 이는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전형적 이중 잣대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민심에 따라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민심을 내세워 천안함 국면의 현명한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이명박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그나마 모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민심이 부여한, 민심이 제공한 이번의 기회마저 거부하거나 팽개친다면 이명박 정부는 최악의 남북관계 파탄과 최대의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지 모른다.

▲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선언한 대북 지원 및 협력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뉴시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정부의 5.24 조치를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앙 정부가 민심의 흐름을 외면하고 대북 강경정책을 고집하거나 대통령이 민심을 거부한 채 남북관계 중단을 고수한다면 지방선거로 출범한 지방 정부 차원에서라도 대북정책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온전히 정당한 일이다. 통일부와 이명박 정부는 송영길 당선자의 대북 지원과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기보다는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천안함 출구 모색이 힘들다면 야당이 당선된 지자체 수준에서 우선 대북 지원을 재개하고 남북의 화해협력을 복원하는 것이라도 지지 후원함으로써 향후 중앙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 수준에서 전면적 대결 정책을 철회하고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복원을 점진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게 정책 전환의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남북관계 개선의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시가 추진하려는 대북 사업에 대해 통일부가 딴지를 건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명박 정부 스스로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민심을 이유로 2년 반전 대북정책의 수정을 시도한 것처럼 이제 다시 민심을 따라 대북 강경정책의 철회를 시도해야 한다. 지금을 놓친다면 이명박 정부는 영영 민심에서 멀어지고 남북관계마저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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