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독립 위해 방문진과 갈등? 김재철 사장 이율배반"

[토론회] 민주당 문방위 의원들 "'MBC 청문회' 요구한다"

"엄기영 전 문화방송(MBC) 사장은 적절한 저항을 하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압박 실태를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방문진의 행태는 그 존재이유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문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나리오를 밝히고 방문진의 위상을 재검토해야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김재철-방문진' 실체 밝힐 MBC 청문회 필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전병헌 민주당 의원 주최로 "'MBC 청문회'를 요구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해 'MBC 청문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 이후 진행된 민주주의의 후퇴 가운데 언론 자유의 후퇴가 가장 심각하다"면서 "청문회 혹은 그 이상이라도 해서 꼭 MBC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의원은 "이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가 거의 막장에 와있다"면서 "청문회를 통해 권력이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고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청문회 요구마저 거부한다면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에도 가능했던 청문회가 끝내 묵살되는 것"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MBC의 중대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은 "MBC 사태의 본질은 방문진이며 노조는 사장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지켜주는 것"이라며 "이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반헌법, 민주와 반민주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김우룡 이사장 등 이사들은 국회의 입법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병헌 의원과 함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포함해 방문진 법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서중 교수는 "청문회가 김재철 사장이나 방문진 이사가 MBC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과정의 실체를 폭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과연 민주당이 청문회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언론 장악 과정에서 민주당이 유효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왔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철과 방문진의 대립, '쇼' 아닌가"

이날 토론회에는 황희만, 윤혁 본부장을 교체시킴으로서 방문진과 대립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이중성을 꼬집는 목소리가 높았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김 사장의 방문진과의 갈등은 낙하산이 아님을 만천하에 보여줘 사장실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져온 '쇼'"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방문진과의 갈등을 극화시키고 방문진에 대해서 자신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를 과시함으로써 MBC 구성원과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관제 사장',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김재철 사장의 작전은 지금까지는 효과적"이라며 "그러나 김재철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에서 낙하산 사장이 아닌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 사장이 8일 단행한 계열사·자회사 임원 인사에 대해서도 "고려대학교와 대구·경북 인사로 MBC를 장악했다"며 "이 대통령의 동문과 고향 사람들만 득세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직할 부대로서 또 하나의 선전매체 등장이 본격화했다"고 비판했다.

김서중 교수는 "김재철 사장은 MBC의 독립성을 자신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주장하면서도 <PD수첩> 진상 조사와 단협 중 방송 독립성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며 "임원진 임명을 가지고 방문진과 설왕설래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MBC 독립성을 보장할 인사를 성공시킬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BC 노조 "'낙하산 사장' 수용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아 그간 MBC 사태의 전개 과정을 정리한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MBC 본부의 결정이 전면적 '백기투항'이라거나 '투쟁의 중단과 굴복'이라는 평가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합의는 방문진이 낙하산으로 임명한 황희만, 윤혁 본부장을 퇴진시킴으로써 'MBC의 독립성 사수 투쟁'의 상징적 결과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정권으로부터 MBC의 독립성을 지키는 본질적 문제는 방문진에 있다"며 "김우룡과 여권 이사들은 전면 퇴진해야 한다. 방문진 구성 방식, 사장 선임 방식 등을 새롭게 규정하는 방문진법 개정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과의 합의는 '낙하산 사장의 전면 수용'이 절대 아니다"라며 "앞으로 MBC 본부의 투쟁은 내부적으로는 '<PD수첩> 진상 조사', 단체협상 개정 요구, 프로그램 개폐 등의 국면에서 공정 방송 투쟁으로 폭발적으로 재점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 못한 MBC 노조의 합의, 설득력 없어"

그러나 김재철 사장과 MBC 노조의 합의를 두고 비판이 많았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MBC 노조가 김 사장과 비본질적 문제인 윤혁 이사나 황희만 이사의 문제로 타협을 한 것은 부정적 평가를 면할 수 없다"며 "<PD수첩> 조사, 단체협약 공정 방송 조항 개정이라는 본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와 김 사장 간의 합의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낙하산 저지를 외치던 MBC 노조가 두 본부장의 교체를 조건으로 관제 사장을 인정한 것은 매우 경솔한 결정"이라며 "몸통인 관제 사장은 받아들이면서 깃털은 다른 데로 전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김재철 사장과의 합의 이후 MBC 노조의 행보에서는 분명하고 명확한 일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그 때문에 이번 합의가 투쟁 역량에 대한 자신감 부족에서 나온 매우 패배주의적 결정을 본질로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MBC 노조와 김재철 사장의 합의는 결국 김우룡 이사장 등 뉴라이트 방문진 이사들의 퇴진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며 "MBC 노조는 이러한 의미를 분명히 해 김 이사장의 사퇴 투쟁을 포함한 방문진과의 싸움 일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MBC노조는 바로 지금 정권으로부터의 '편집과 편성의 자율성 수호'에 적합한 인물을 관련 인사에 앉히기 위한 구체적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