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과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재 보궐 상태인 편성, TV제작, 보도본부장 등 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방문진 MBC 경영진 선임 예정
지난해 12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이후 이들 본부장 선임은 재신임을 받은 엄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두 달 남짓 미뤄져 왔다. 8일 이사회도 엄기영 사장과의 합의 없이 김우룡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
엄기영 사장은 "이 상태라면 월요일에 참가할 수 없다"며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 사장은 김 이사장에게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인사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며 "들러리를 서지 않을 것"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은 보도본부장에는 황희만 전 울산 MBC 사장, 제작본부장에는 선임자노조인 공정방송노조 조합원인 윤혁 부국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에서 "윤혁 PD가 제작본부장이 된다면 <PD수첩>을 비롯해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은 모두 폐지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오는 8일 만약 방문진이 엄 사장의 항의성 불참에도 이사회를 열어 임원 선임을 강행한다면 방문진과 엄 사장 간의 대립이 불가피하다. MBC 안팎에서는 방문진의 일방 강행을 사실상 엄 사장의 사임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엄 사장이 사퇴까지 각오했다는 관측도 있다.
MBC 관계자는 "실제 엄 사장이 '자진 사퇴'라는 초강수를 쓸지는 미지수지만 지금의 방문진의 행태는 엄 사장의 사퇴를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 노조 "엄기영 사장 사퇴 원하나…끝까지 투쟁할 것"
MBC 노동조합은 "두 달 넘도록 MBC 본부장 자리도 채우지 못해 현 정권으로부터도 무능력자로 낙인찍힌 김우룡 이사장이 MBC를 통째로 정권에 바치기 위한 최후의 도발을 시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엄기영 사장도 방문진의 직할 통치에 반발해 사퇴까지 각오했다고 한다. 당연한 저항이지만 현 정권과 김우룡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라며 "저들은 엄 사장이 물러나면 낙하산 사장을 투입해 MBC마저 한 입에 삼키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 조합원 모두를 내쫓지 않는 한 정권의 하수인으로 낙점된 자들은 누구든 사옥에 한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라며 전면투쟁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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