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북한에서의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로드먼은 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의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오바마의 전화를 받고 싶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오바마와 김정은이 둘 다 농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거기서부터 대화를 시작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 미 방송 ABC의 <디스위크>에 출연한 데니스 로드먼 ⓒAP=연합뉴스 |
로드먼은 이날 방송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거듭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김정은이) 하는 일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는 나의 친구다"라며 "김정은은 겸손하지만 강력한 인물이다. 권력을 사랑하고 통제력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로드먼이 방북 당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김정은)를 사랑한다. 그는 멋지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로드먼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 좋은 친구다"라고 답했다.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를 갖고 있는데도 그러냐는 질문에는 "우리도 여기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먼은 미국 묘기 농구단인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의 일원으로 지난달 26일 북한을 방문했다. 28일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농구경기를 관람한 후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서 김정은과 로드먼은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로드먼 방북, 제2의 핑퐁외교?
로드먼의 방북에 대해 미 국무부는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방북이라고 선을 그었다. 로드먼이 평양에 도착했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개인 차원의 방북을 심사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로드먼 방북에 대한 언론의 시각은 엇갈렸다. CNN은 존 아블론의 칼럼을 통해 로드먼이 김정은과의 만남을 통해 경제적인 부분을 비롯해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칼럼에서 할리우드의 많은 스타들이 전 세계의 독재자들과 이와 비슷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캐나다의 유명 가수인 넬리 퍼타도가 지난 2007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로부터 100만 달러의 공연료를 받은 것도 이와 비슷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반면 <LA 타임스>는 로드먼의 방북이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이번 방북이 적어도 양국 관계에 있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로드먼 방북을 지난 1970년대 미·중 간 긴장관계를 완화시켰던 '핑퐁외교'에 빗댄 '농구외교'로 칭하면서, 북미 간 경색된 현 상황을 해소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일 김정은과 로드먼의 만남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은과 로드먼이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1면에 실었다. 또 조선중앙TV는 로드먼 일행이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연회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다. 북한 언론의 대대적인 로드먼 방북 보도는 김정은이 개방적이며 젊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대내적으로 심으려는 의도와 함께 북미관계 개선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