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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세계 질서를 대비하라"

[해외시각] "시장과 민주주의의 복음 전도는 사라질 것"

중국이 고속성장으로 과열된 경제를 조금이나마 제어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인상하자 일각에서는 또다시 '차이나 쇼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것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 경우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강한 일종의 '국내용 처방'에 가까워 대외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실물 부문의 투자 과열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지난 2003과 2004년 잇따라 지급준비율을 인상했을 때조차 그 충격은 일시적이었고, 지난해 6월 지급준비율을 인상했어도 중국의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 8% 성장 지속 가능할까

오히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이른바 '지속가능한 8% 이상의 경제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속도조절을 할 정도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연평균 8%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면 정치사회적 체제가 붕괴될 특수한 상황이라고 한다. 농촌에서 대도시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해주려면 그 정도의 경제성장이 필수적이고, 만일 이런 성장에 실패하면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이 걷잡을 수 없는 체제 소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연평균 8% 성장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은 잘 나가다가 꼬꾸라질 것이라는 비관론과, 우여곡절을 딛고 고속성장을 계속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질서를 교체하는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세계화 시대의 무역분쟁과 산업정책의 이론가로 정평을 얻고 있는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Will China Rule the World?)'라는 칼럼(
원문보기)을 통해 중국을 보는 두 가지 시각을 정리하는 한편, 만일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가가 될 경우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질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며 통화긴축에 나섰다. ⓒ로이터=뉴시스

중국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여전히 가난한 나라이다. 평균 소득이 급격히 늘었다고 하지만, 미국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터키나 콜럼비아보다 적고, 엘살바도르나 이집트보다 별로 많지 않다.

중국의 연안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대한 부를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 서부 지역 대부분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는 향후 20년내에 미국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대국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외교정책 실패와 대규모 금융위기로 체면을 잃었다. 재앙적 실패였던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미국은 이제 경제적 모델로서도 외면받고 있다. 한때 막강했던 달러화도 중국과 산유국들의 손에 흔들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국은 과연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패권국가, 세계경제의 규칙을 세우고 시행하는 국가가 될 것이냐라는 질문이 따라나온다.

경제발전하면 중국이 미국처럼 된다고?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틴 자크(Martin Jacques)가 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라는 주목할 만한 책에 따르면,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갖춘 자유민주주의로 순조롭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중국은 차기 경제적 패권국가일 뿐 아니라, 중국이 구축할 세계 질서는 미국이 지배한 세계질서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자크는 중국 사람들이 경제 발전으로 더 잘 살게 되면 미국과 유럽처럼 변하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는 다른 개념의 정치사회 체제에 뿌리박고 있다.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 자유주의보다 국가중심주의,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가 체질적으로 익숙하다. 중국은 독자적인 문명으로 세력을 규합한 2000년의 역사를 지녔다. 서구적인 가치와 제도에 쉽게 물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중심이 된 세계 질서는 서구의 가치관보다는 중국의 가치관을 반영할 것이다. 중국의 베이징이 뉴욕을 압도하고,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고, 표준 중국어가 영어를 따라잡고, 세계의 학생들은 바스코 다 가마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프리카 동해안을 따라 항해한 정화의 항해에 대해 배울 것이다.

시장과 민주주의의 복음 전도는 사라질 것이다. 중국은 주권국가들의 내부 문제에 대해 훨씬 덜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작고, 힘이 약한 나라들에 대해 중국의 패권적 지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의 안정성, 경제적 분배 능력에 달려

이런 질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사회적 통합과 정치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요건이 충족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의 강력한 경제 동력 뒤에는 팽팽한 긴장과 불평등, 세계 패권국가로의 순조로운 진전에서 이탈하게 만들 간극들이 놓여 있다.

중국은 오랜 역사 내내 혼란과 분열로 몰고가는 원심력이 작동해 왔다. 중국의 안정성은 경제적 이득을 국민 대다수에게 분배하는 정부의 능력에 크게 달려 있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8%를 밑돌면 사회적 소요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믿어지는 나라는 세계에서 중국밖에 없다. 대부분의 나라는 그런 성장률은 그저 꿈일 뿐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잘 말해준다.

중국의 취약성의 핵심에는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가 있다. 정부가 허용한 절차를 벗어난 시위과 반대에 대해 중국 정권은 탄압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고속 성장 지속, 갈수록 어려워질 것

문제는 중국이 고속 성장을 지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은 저평가된 위안화와 막대한 무역흑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조건은 지속불가능하며, 어느 시점에 가면 미국(그리고 유럽)과 본격적인 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중국은 성장 속도를 늦출 준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이런 장애물들을 넘어서 세계의 경제적 패권국가가 된다면 세계화의 모습은 중국적인 특성을 띠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국제적 규범으로서 빛을 잃을 것이다. 나쁜 소식이다.

좋은 소식이라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질서는 국가의 주권을 더욱 존중하고, 국가의 다양성을 더욱 포용하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경제적 모델을 실험할 여지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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