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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투자를 원한다"

[한반도 브리핑] 북한, 미국 등 해외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

올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먼저 대외적으로는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 유엔의 대북 제재, 2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조성됐던 북미관계가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대화국면으로 전환됐다. 북중관계도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전후로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대내적으로는 '150일 전투', '100일 전투'를 통해 자력갱생 노선을 확고히 하면서 계획경제를 복원하는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북한은 올해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사회주의 자립경제가 거대한 용을 쓰고 있고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북한은 공업 분야에서 컴퓨터제어기술(CNC) 발전을 가장 큰 성과로 꼽으며 성진제강연합기업소와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새 제철 기술 개발, 영원발전소 완공 등을 우수한 혁신 사례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빈도가 높았다. 이를 두고 북한은 "역사에 유례없는 초강도의 유격대식 강행군"으로 표현하면서 "조국 땅 동서남북을 종횡무진하며 총진군을 이끄신 선군령장(김정일)의 영도가 천만군민의 정신력을 화산처럼 분출시켰다"라고 평가했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현지 지도하고 있다. 올해 북한은 이 기업소를 공업 분야에서 우수한 혁신 사례로 꼽았다. ⓒ연합뉴스

자력갱생, 계획경제 정상화 추구

이 같은 북한의 변화와 성과는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천만군민의 정신력'으로 자력갱생 노선을 더욱 강화해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패를 확고하게 달 수 있는 전환의 해로 만들자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노선과 관련된 전반적인 기조는 올 6월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25 담화'가 준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담화에서 김 위원장은 "전체 인민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대고조에서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정신력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며 "제힘이 제일이고 자력갱생이 제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담화의 핵심은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하면서 계획경제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담화와 관련해 북측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공화국(북)은 올해를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제끼는 데서 분수령이 되는 관건적인 해,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좌우하게 될 참으로 중요한 해로 규정하고, 강성대국 건설에서 전환적 계기가 되게 하기 위하여 전당·전국·전민이 떨쳐나 150일 전투를 벌였다. 올해 경제목표도 상당히 의욕적으로 높이 설정됐다.

그러나 상반기에 긴장이 조성되고 북미·북일·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자체의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 수준으로 재조정이 이뤄졌다. 6.25 담화는 이 같은 조건에서 새롭게 공화국의 경제건설 노선의 방향을 제시한 방침이었다."


재조정된 경제 목표와 관련해 6.25 담화에서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최후 돌격전의 주공전선은 경제전선이다"며 "경제전선에서 당면하여 점령하여야 할 전투 목표는 모든 부문에서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강행 돌파하고 선군시대의 새로운 기록, 새로운 속도를 창조해 나가며 정보산업 시대의 요구에 맞게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강력히 추진하여 나라의 경제 면모를 일신시키고 인민생활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6.25 담화는 사실상 2002년 '7.1 조치'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6.25 담화가 나온 후 '계획과 시장의 조화' 노선에 수정이 가해지고 '계획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모색되기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말에 전격 단행된 화폐 개혁이 가장 상징적 조치였다. 이들은 북한이 화폐 개혁을 단행하면서 내린 정책적 배경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는 7.1 조치 이후 예상보다 확대된 시장 영역이 계획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북 내부적으로 "실패라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시장이 확대됐고, 시장이 계획경제를 좀 먹게 할 수 있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는 것이다.

7.1 조치를 단행할 때는 북미·북중·남북관계 등 대외관계가 원활하게 풀릴 것이라는 전제, 즉 '계획과 시장의 조화'는 대외개방과 해외자본 유치가 원활할 때 가능한데 대외환경이 좋지 않아 실패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둘째는 국영망을 통한 물자공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섰기 때문이다. 북의 경제 관료들은 7.1 조치 이후 발생한 부정적 요소들에 대한 총화(결산)를 통해 화폐 개혁 이후 발생할 파장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 내각의 고위 경제관료는 "지난해 150일 전투, 100일 전투를 통해 충분한 예비를 확보하고, 확고한 전망이 섰다"며 "올해 중앙 물자공급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자신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북 조선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통화가 팽창되고 인민경제 발전에서 불균형이 생기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으나 현재는 전반적 경제가 상승의 궤도에 확고히 들어섰으며 비정상적인 통화 팽창 현상을 근절해 버릴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되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이 국영상업망을 통해 더 많이 유통되는 등 국가의 강제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시장의 역할이 점차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조직 신설

그러나 북한의 계획경제 강화가 단순히 과거로의 복귀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화폐 개혁 자체가 계획경제의 정상화와 함께 대외 개방을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2010년 신년공동사설에 담길 내용 중 가장 주목되는 대목도 대외개방 관련된 내용이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언급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측의 한 경제관료는 "2010년 새해 공동사설에서 대외 개방 노선에 대한 새로운 방침이 구체적으로 명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측의 한 무역관계자도 "지난해 정치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경제적으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으로 새로운 경제 노선을 확고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전망이 열렸다"며 "2010년에는 경제특구 및 해외자본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본 유치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9월 초 김정일 위원장이 대외사업기관 주요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해외자본 투자를 역설한 담화와 관련이 있다. 이 담화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 유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나선시 현지지도에서도 라선시를 "중요한 대외무역기지의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대외활동을 진공적으로(적극적으로) 벌여 대외시장을 끊임없이 넓혀가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외투자 유치 움직임은 11월 말 평양을 방문한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미국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에게 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프리처드 소장은 평양 방문 후 "북한의 무역성 관리들이 미국의 대북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외국인의 대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법령을 제정했다'고 말했다"며 "북한이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금과 임금 등에서 각종 혜택을 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나이더 소장도 "북이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개성공단보다도 싼 한 달 30유로의 임금을 제시하면서 외국투자를 유치 중"이라고 전했다.

12월 14일 3박 4일 일정으로 찰스 보이드 미국 국가안보사업이사회(BEN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단장으로 한 미국 기업가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경제부문 간부들과 "투자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의"한 것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북한은 조만간 내각의 상급(장관급)을 대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자유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 1월 중국 방문

북한의 적극적인 대외개방 노선 표명과 관련해 한 해외전문가는 "과거 북한에서는 지속적으로 무역 제일주의를 표방하며 해외자본 유치에 노력해 왔으나 이번 대외개방 노선은 전혀 다른 차원의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특구 확대뿐만 아니라 경제특구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유치도 적극 수용하려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적극적인 대외개방 노선 채택은 계획경제의 강화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계획과 시장의 조화'에서 '계획과 해외자본의 조화'노선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성공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화폐 개혁도 오랜 내부 토론과 준비를 통해 이뤄졌고, 전반적으로 북한의 경제노선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단행한 화폐 개혁과 대외투자 유치 노선의 성공 여부는 2010년 연말쯤이면 판명날 것이다. 특히 북중·남북·북미관계가 얼마나 호전되느냐가 관건이다. 2010년 1월에 있을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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