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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꿰이저(潛規則), 중국사회의 '숨겨진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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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꿰이저(潛規則), 중국사회의 '숨겨진 규칙'

[中國探究]<68>중국을 이해하는 21세기 최고의 키워드

올해 2월, 우쓰(吳思)가 쓴『첸궤이저(潛規則):중국 역사의 진실게임(수정판)』이 푸단(復旦)대학 출판부에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이미 2001년 출판되어 중국 지식계를 뜨겁게 했었다. 특히 그 내용의 파격성 때문에 이듬해인 2002년 8월 중앙정부로부터 금서로 지정되어 출간을 금지당하기도 했었다.

우쓰는 중국에서 '첸꿰이저'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학자다. 그가 주장한 이 개념이 보편적으로 중국에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10여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국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쓰는 1957년 베이징출신으로 현재는 전직 관료출신 가운데 개혁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출판하고 있는 잡지,『옌후앙춘추(炎黃春秋)』의 편집장으로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우쓰는 중국 사회의 만연한 '부패'의 원인문제에 대해 역사 속에서 그 규칙을 찾아낸 인물이다.

'첸꿰이저(hidden rules)'란 사회 각계각층에서 보이지 않고 명문화된 규정이 없지만 사람들로부터는 오히려 광범하게 인정받으면서 실제적인 역할을 하고 반드시 '준수' 해야 할 '숨겨진 규칙'을 의미한다. 우쓰는 유구한 중국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서 '숨겨진 규칙(첸꿰이저:潛規則)'의 개념을 설명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크게 호응을 받았다. 기존의 중국사회에서 이미 존재했던 각 분야에서의 '숨겨진 규칙'을 새삼 발견하였기에 독자들은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이 개념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21세기 최고의 키워드'가 되었고, 우쓰에게 '첸궤이저 개념의 아버지'라는 칭호까지 부여하며 열광하게 되었다. 한국어 번역본(도희진역, 잠재규칙:5천년 중국, 숨겨진 부패의 역사, 황매, 2005)』)도 출판되었다. 필자는 한국어 번역자가 사용한 '잠재규칙'보다는 보통명사로서 '숨겨진 규칙'이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숨겨진 규칙'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중국 사회 각 분야에서의 이른바 '숨겨진 규칙'이란 무엇인가?

우쓰는 "우리의 공식적인 '규칙' 뒤편에는 숨겨진 또 다른 규칙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들이 지켜야할 행동준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준칙과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몇몇 역사 인물과 역사적 사건의 관찰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들 집단의 행위를 지배하는 것이 실제로 그들이 겉으로 늘 이야기하고 존중하는 그런 원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 역사에서 말하는 인의도덕, 충군애민, 청렴결백 등 멋진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이들 집단의 행위를 진정으로 지배하는 행동규칙은 매우 현실적인 이해관계다. 인간의 행위는 이해관계의 계산에 따라 선택하기 때문에 그 결과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숨겨진 규칙'이다."

결국 우리 인간은 이해관계 때문에 옳고 정당함보다는 옳지 않아도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행동하고, 그 결과 사회적인 '악행'도 하나의 규칙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숨겨진 규칙'이 중국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결국 불법적이고 범죄적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깨닳지 못하고 있다. 마치 "빨간불이라도 손잡고 건너면 무섭지 않다"라는 중국의 속담을 체현하는 것과 같다.

중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숨겨진 규칙' 현상을 자세하게 살펴보자.

첫째, 연예계의 '숨겨진 규칙'이다. 중국에서 '숨겨진 규칙'의 대표적인 분야로 연예계를 꼽을 수 있다.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른바 연예계의 '첸궤이저'는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터넷에서는 "연예계의 '숨겨진 규칙' 여성"이라는 타이틀로 끊임없이 보도되고, 여러 배우들의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등장하고 있다. 이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2007년 7월 4일, 장위(張鈺)라는 여배우가 중공기율검사위원회에 13명의 영화감독과 '성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고소한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금년 5월 8일자 <신조우칸(新周刊)>의 이궈칭(李國慶)이라는 저자가 "연예계의 '첸궤이저'의 폭로"라는 글에서 이에 관한 배우의 실명과 구체적인 유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연예계에서는 명성을 얻기 위해 연기 이외의 것을 요구하고, 따라서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식품업계의 '숨겨진 규칙'이다. <난팡왕(南方網)>의 보도에 따르면 금년 2월 18일 광저우에서 식중독 사건으로 70여명이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원인을 보면 '주수육(注水肉:육류에 물을 주사하는 행위) 때문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자 정협위원이자 중국육류식품연구센터의 주임 펑핑(馮平)은 "'육류에 물을 주사하는 행위'는 이미 보편적인 '숨겨진 규칙'이다"라고 폭로하였다. 주수육은 물에 공업색소와 방부제 등을 첨가해서 주사기로 주사해서 만든다. 이렇게 제조된 제품은 쉽게 부패되고, 세균으로 인해 사람들이 쉽게 병이 생길 수 있고, 육류의 영양분을 파괴함으로써 동물성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이미 보편적이고 이들 업종에서 '숨겨진 규칙'의 하나이다.

이들의 행위는 당연히 '이익'을 위해서이다. 쇠고기 분야는 더욱 심각하여 '물을 주사하지 않은 쇠고기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렇듯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 '숨겨진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중국축목축의학회이사 겸 운남농업대학 동물과기원원장 꺼장롱(葛長榮)의 발언)

금년 1월 12일, <충칭완빠오(重慶晩報)>에 따르면 이를테면 100킬로그램 중량의 돼지의 경우 물을 수십 킬로그램까지 주사하고, 500킬로그램의 소에는 105킬로그램까지 주사하여 무게를 늘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사된 육류는 주사하지 않은 고기보다 약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육류에 물을 주사하는 일은 이 업종의 오랜 기간의 '숨겨진 규칙'이다. <중화인민공화국동물방역법>에는 '주사육'과 관련된 규정이 없고 검역원도 '주사육'을 검역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돼지나 소가 도살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주사를 하고, 유통시장으로 흘러가면 공상부문에서 감독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의 미비와 '이익'을 탐하는 이들 간의 끊임없는 숨박꼭질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셋째,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금년 8월 15일 <신징빠오(新京報)>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의 중앙음악학원 70세인 박사지도교수가 대학원생과 육체관계를 맺고 10만위안을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하였다. 이 사건도 대표적인 교육계의 '숨겨진 규칙'이다. 흑룡강성 어느 대학 성인학원에서 300명의 학생들이 합격을 위해 학생마다 50위안씩 모금하여 교수에게 준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중국교육 역사상 최대의 충격사건으로 교육계의 '숨겨진 규칙'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넷째, 식당업계도 '숨겨진 규칙'이 범람하는 업종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거나 가짜 영수증을 주는 등등의 행위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너무 보편적인 일이라 현재 충칭에서는 '숨겨진 규칙'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충칭소비자위원회>는 판매업, 음식점, 여관, 여행오락, 장식업, 물류업, 미용이용, 학원중개업과 농산품 판매 등에서 '숨겨진 규칙' 교정을 위해 언론매체와 함께 공개적으로 관련 사례를 수집하는 노력을 하고 있을 정도다.

다섯째, 스포츠계에도 '숨겨진 규칙'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 12월 3일자 한국의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양쯔완바오(揚子晩報)는 '축구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농구계도 심각하게 오염이 됐다'면서 '조만간 축구계에 이어 농구계도 승부조작, 도박 등으로 크게 몸살을 앓을 것'이라는 경고하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대표적인 '숨겨진 규칙' 사건은 꿍지엔핑(龔建平)사건이다. 2004년 7월 축구심판이었던 꿍지엔핑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는 승부 조작을 뇌물을 받았다가 수뢰죄로 10년형을 받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끝으로 중국 관료사회의 '숨겨진 규칙'으로 매관매직의 경우를 살펴보자. 예를 들면 2004년 8월 건국 이래 최대의 매관매직 사건인 '마더(馬德)사건'은 전형적인 '숨겨진 규칙'이다. 흑룡강성 쑤이화(綏化)시의 시위원회 서기였던 마더가 저지른 매관매직 사건은 전임 국토자원부 부장 텐펑산(田鳳山), 흑룡강성정협주석 한궤이즈(韓桂之) 등 고관과 쑤이화시의 관료 등 모두 265명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그들은 현장 직책은 30만위안, 현서기 자리는 50만위안을 받고 관직을 팔았다. 이는 마치 중국 속담에 '3년 동안 지부(知府)를 하면 10만냥의 설화은(雪花銀)'을 만질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중국인들은 수근 거렸다. 이것이 바로 관료사회의 '숨겨진 규칙'이다. 이는 정부기관 끼리 부정부패의 내용을 상호 묵인해주는 관례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장기간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규범의식이 부족해지고, 제도의식도 희박하게 되어 준법과 위법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여러 분야에서 '숨겨진 규칙'이 존재하고 있다. 결국 '숨겨진 규칙'은 공개적이지 않고 투명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의 내용을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어 명문으로 규정된 제도보다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따르고 있다. 왜냐하면 만약 '숨겨진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손해라는 의식과 현실적인 '살상력'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숨겨진 규칙'을 만들고 어떠한 근거에서 이러한 규칙을 만드는 것일까? 이에 대해 우쓰는 "확실한 답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만들어지고 실행되는 것은 모두 '이익'과 '금전'이라는 두 단어와 함께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숨겨진 규칙'이 만들어지는 것은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지와 이익을 얻는 집단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결국 '숨겨진 규칙'은 국가의 정당한 법률과 법규에 도전하고, 사회의 공정한 정의를 파괴하고, 공공의 가치기준에 심대한 혼돈을 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안전, 알권리, 선택권에 침해를 가하고 공정거래권 등 합법적인 권익과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규칙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결코 한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계층적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이 규칙은 공개되지 않고 광범한 영역에 숨겨진 채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이 일반화된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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