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바마 중국 방문이 남긴 것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오바마 중국 방문이 남긴 것

[中國探究]<64>

미국의 첫 번째 태평양 대통령임을 강조하며 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 경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였다. 취임 이후 첫 번째 아시아 순방인 이번 방문에서 오바마는 8박 9일 일정 중 3박 4일을 중국 방문에 할애하였다. 마침 중국도 지난 30년 개혁 개방 추진의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명실상부한 국제 정치경제적 실체로 성장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 전부터 '강력한 중국, 번영하는 중국'은 국제 사회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으며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대 중국 구상을 내 놓았다. 과거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 미국은 세계 경영에 있어 중국의 힘과 파트너십이 필요함을 세계에 알렸고 중국도 이를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1979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갈등과 협력으로 점철되어 왔다. 특히 보이지 않는 견제가 늘 양국 관계를 지배해 왔다. 천안문 사건과 티베트 문제로 대표되는 민주와 인권 문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 주권 문제에 대한 갈등 그리고 위엔화 절상과 무역으로 대표되는 경제 문제는 늘 양국 문제의 최전선에 있다. 티엔안먼(천안문), 티베트, 타이완, 트레이드 등 소위 '4T'로 양국 관계의 견제와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중국의 도움 없이는 어떠한 국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중국을 미국과 더불어 국제 사회로 이끌 주요 두 국가, 즉 'G2'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 오마바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이렇게 막강한 파워를 가진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베이징에서 양국 간 문제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역사적 자리였다.

협력을 강조하는 자리였으니 만큼 양국 정상은 정상 회담 뒤 공동 기자 회견을 통해 다양한 문제들에 쌍방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우선 국제 이슈로 북한 핵문제 및 이란 핵문제의 조속한 노력을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하였고, 핵 비확산 시스템의 유지와 기후변화 협약 회의의 성공을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 하였다. 양국 관계에 있어서는 위엔화 절상이나 티베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회피한 채 인권과 종교 등의 문제에 대해 상호 존중, 내정 불간섭 정신을 기초로 대화를 통한 의견 교환에 합의하였다. 다분히 중국 측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 ⓒ연합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맞이하는 중국의 태도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맞이하기 위하여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아킬레스 건으로 불리는 인권에 대한 유화 제스처를 이번에 보여주지 않았다. 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반체제 인사를 석방하거나 경제적으로 무역 등에 관한 개선 조치를 내놓는 것이 중국의 관례였다고 한다면 이번은 경우가 달랐다. 오바마 방문 6일 전인 지난 9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유혈 사태 관련자 9명에 대한 사형집행을 확정 판결 후 열흘만에 전격 단행하였고,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을 하자 미국 자동차 회사에 대한 덤핑 의혹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결국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인권 문제나 무역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수세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식은 후진타오 주석과 원지아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후 주석은 계속해서 미국의 '공동 책임론'에 대해 적극적인 협력을 다짐했지만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원칙 아래서의 협력'으로 선을 그었다.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 서로 다르게 공존한다는 소위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위엔화 절상에 대해서 원지아바오 총리는 '중국의 필요'에 따라 환율 문제에 대처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또 상호 의견 조율에 따라 이번에는 사용되지 않은 G2 국가론도 중국은 부담스러움을 밝혔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 G2론을 받아들이면 기후 협약 문제나 환율문제에 대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 문제는 과거 서방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으로 야기된 것으로 후발 개발에 너무 과도한 짐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위엔화 환율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서방 국가들의 무절제한 금융 시스템과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초래된 것 인데 인민폐 환율 조정을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커진 목소리를 보고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주요 정책 의제를 전혀 챙기지 못하고 빈손으로 중국을 떠났다는 비관적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가치인 민주와 인권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못했고 중국으로부터도 의도적으로 무시당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유럽은 유럽대로 불만이다.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 관심 없는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오마바의 중국 방문은 전혀 소득 없는 방문이었을까? 이번 미중간 회담은 전형적인 실리외교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회담이었다. 문제는 문제대로 그대로 확인하고 가능한 분야에서 실리를 찾는 회담이었다. 정상외교는 말 그대로 정상들이 얼굴을 맞대고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또 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서로 외부적 판단에 근거해 알고 있었던 문제들을 대면하여 확인하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특히 중국의 뻣뻣함에 관계없이 오바마가 강조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시급한 세계적 도전에 대응할 강력한 동반자"라는 표현은 중국으로 보면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다. 미국도 과거와는 달라진 위상을 확인해야 했지만 국제 이슈에 대한 공감대 확보, 중국 경제 발전에 있어 미국 경제의 회복과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이미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이제 상호의 실체를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 공동 기자회견의 첫 번째 문제가 북핵 문제였다. 그러나 북핵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에는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이란 핵문제를 북핵 문제보다 더 시급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이 두 나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꼭 북핵문제가 아니더라도 향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때로는 공동으로 또 때로는 각자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의견과 해법을 내놓을 것이다. 어느 국가와 일차적 목표와 해법이 같다고 해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나 해법과 일치할 것이라는 아무런 보장도 없다. 냉정하게 중미관계를 바라보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