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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버림으로써 당신과 진보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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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버림으로써 당신과 진보를 키워라

[기고] 노회찬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양김 분열을 닮아 슬픈 진보 정치세력의 분열

우리 민족의 현대사에 있어서 많은 비극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많은 비극들이 지금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측면에서 현대사, 특히 현대정치사의 여러 비극 중에서 양김 분열과 같은 비극이 또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양김 분열 이후 이 땅의 민주 진영은 사분오열 갈라졌고 민주주의는 절름발이가 되었으며, 민중의 마지막 피난처로 여겨졌던 민주 진영에 대한 민중들의 신뢰가 철저하게 붕괴되었습니다. 그 결과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불신 속에서 대중들은 깊은 정치혐오와 절망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사회에는 공(公)이 실종된 채 극단적 이기주의만이 자리 잡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정치적 희망의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실로 오늘 이 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모순과 위기의 상당 부분이 양김 분열과 맞닿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적인 양김 분열을 너무나도 슬프게 닮아 있는 것이 바로 작금의 진보 정치세력의 분열입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당신이 주창한 무지개연합, 참으로 좋은 발상이고 참신합니다. 그러나 지금 목소리를 높여 진보대연합이나 이른바 민들레연합을 크게 부르짖기 전에 무조건 먼저 해내야 할 일은 바로 민주노동당과의 합당, 혹은 민주노동당의 원상 복귀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민들레연합을 실현하기 위하여 내세운 임무와 과제들은 민노당과의 통합을 통하여 함께 해내면 됩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이전에 10석이던 민노당의 의석은 분당으로 인하여 정확하게 절반인 5석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너무도 무서운 결과이고, 분명한 '경고'입니다. 2004년 분당 이전의 민노당의 지지율은 13.1%였지만, 지금 민노당은 고작 4~ 6%의 지지율이고, 진보신당은 1~2% 지지율입니다. 합쳐 봐도 이전의 절반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실망의 표현이자 나아가 분노의 반영입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만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양김분열을 정확히 재연한 것입니다. 최근 당신은 지금 진보신당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 했지만, 그것은 '1% 지지율'이라는 자리를 분명하게 잡아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의 '꿈'은 이뤄질 수 없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아무리 당신들이 열심히 분투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현재의 구도에서는 그것이 '서울시장'이든 '진보신당의 장대(壯大)한 발전'이든 당신의 꿈은 절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무조건 합해야 합니다. 이 과제를 이뤄내지 못해내면 아무리 당신들이 '진보' 신당이라는 이름을 내세운들 분열 위에 선 그 '진보성'이란 이미 철학적 기초부터 상실된 것입니다.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당신은 비로소 살아날 것입니다. 그냥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크게 살아납니다. 만약 노회찬이 자신을 버리고 민노당과 통합을 이뤄낸다면 노회찬은 무조건 삽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게 되면 노회찬은 죽습니다. 죽을뿐 더러 분열주의자 혹은 패권주의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됩니다. 지금 당신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사람들은 당신이 점점 순수했던 처음의 모습을 잃고 점점 '권력화 된' 기존 정치인을 닮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곧 당신의 진정한 위기입니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조타수로서의 政治를 하라

이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당신은 당신을 버려야 합니다. 그 길은 민노당과의 합당 혹은 복귀입니다.

본래 '정치(政治)'라는 글자에서 '정(政)' 자는 합성글자로서 왼쪽의 '正'은 그 바르다는 뜻을 나타내고, 오른쪽의 '攵'은 '칠 복' 자로서 행정의 보조수단을 의미하는데,『說文』에 의하면 "가볍게 치다(小擊也)"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정(政)'이라는 글자의 의미는 "가르쳐도 고치지 않고, 사악하면서 바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약간의 '타격', 혹은 '교정'을 가함으로써 그것으로 하여금 올바르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이 땅의 정치는 칠흑 혼돈의 회오리에 빠져 있습니다. 이 와중에 진보세력의 갈 길은 더욱 참담합니다. 지금 사방팔방으로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고 돌파구를 열기 위하여 지금 바로 당신이 '방향'을 바꿔주는 조타수가 되어 통합의 政治를 이끌어야 합니다.

민노당 분당의 주요한 원인은 이른바 '종북주의'였습니다. 솔직히 나도 북한에 대하여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민주주의와 인간화를 신념으로 하는 흔들림 없는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종북주의'에 대한 투쟁도 민노당과 통합해서 투쟁을 하든 타협을 하든 내부에서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일을 해내지 못하다면, 자신의 권력욕을 위하여 수없이 '인물정당'을 양산해내고 적전 분열로써 민주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던 양김의 과오를 '왜소한 형태로'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나라당에게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며, 민주당에는 미소를 선물해 줄 뿐입니다. 물론 민주당에는 진보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민주당은 '진보정치세력이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주의'의 토대 위에 '진보'를 일정하게 수용한 '보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당신을 버려 통합을 이뤄내는 것은 이전 민노당이 지녔던 15%의 지지율을 회복하는 단초이며, 이는 이 땅의 진보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포함하는 '범보수'에 맞서 '국민 진보정당'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노회찬 대표, 당신이 갈망하는 구도는 바로 이것 아닙니까? 지금 바로 당신이 그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노회찬'이 없으면 민노당도 죽는다

물론 민노당도 정말 '통 큰' 자세로 자신을 버려 진보를 살리는 '열린 마음'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민노당이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지금처럼 정규직 · 대기업노동자 위주의 노조 중심 조직이라는 틀에 갇혀 벗어나지 못한다면(외연과 내용을 확대하고 심화하는 이 '극복' 과제의 실현에 '노회찬의 노선'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당장은 고사(枯死)하지 않겠지만 기껏 '전시용' 피보호 대상의 '지방문화재'나 '인디언촌' 정도로 초라하게 목숨을 부지하게 될 뿐입니다. 이번 안산 선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른바 '선거연합'도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민노당 역시 분열의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이 땅의 진보세력 枯死의 위기를 딛고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발전시켜야 할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회찬과 공동운명체입니다. 역설적으로 '노회찬'이 없으면 민노당은 죽습니다. '노회찬'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민노당은 더욱 큰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민들레처럼 멀리 날아 꽃씨를 뿌려라

노회찬, 당신은 민들레처럼 씨앗이 되어 멀리 날아가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민들레연합일 것입니다.

혹 진중권이 말려도 절대 듣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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