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인 이남주 교수는 10일 한반도평화포럼(공동대표 임동원·백낙청)이 '중국의 전략과 한반도의 선택'을 주제로 개최한 월례토론회에서 "중국으로서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 당장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보다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비핵화를 우선 과제로 추구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력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당장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반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이러한 선택이 북미에 주도권을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일단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 사이의 대화가 우선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북미관계에서 돌파구가 만들어지더라도 합의 이행 단계에서는 북미 간 불신으로 인해 자신과 같은 제3자의 중재나 보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미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딜레마(제재냐 협력이냐)가 깊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단절하는 것은 이익적 측면은 물론이고 규범적 측면에서 보아도 어려운 길"이라고 말했다.
'이익적 측면'이란 중국이 전면 봉쇄를 실시했을 때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거나 중국의 대(對) 한반도 영향력이 악화되는 등 전략적 이익에 관한 것이다. '규범적 측면'은 사회주의 국가 사이 신의의 문제나 내정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중국 대외정책의 원칙에 관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과거보다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와 자원이라는 북한의 경제적 가치도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정책에 대해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과도한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라며 "한국은 중국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중국이 중재자나 협상 이행의 보증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중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만 집착할 경우 북중 경제협력만 진행되는 불균형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할 압록강, 두만강 유역의 개발에서 한국에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팽창주의적 정책을 취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 중국은 한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는 물론 다른 한중협력을 위해서라도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간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달 5일 북한 평남 회창군에 위치한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방문,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묘지에 참배하고 있다. 이남주 교수는 "북중관계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뉴시스 |
중국이 대북 제재에 나서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토론자로 나선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적 행위 직후 나오는 중국 내 전문가들의 대북 강경 발언이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정부와 유사해지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식의 분석을 경계할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명철 팀장은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북중간 다양한 형태의 무역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 팀장은 "제재를 하려면 통관 품목에 대한 통제가 핵심인데 국제사회의 통일된 방안이 없어 갈 거 다 가고 올 거 다 온다"며 북중간에는 중국이나 미국도 어찌할 수 없는 광범위한 밀무역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0km 이상의 북중 접경지대에서 일어나는 무역을 감시하려면 인원과 장비를 늘려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크다"며 "북한에 상품을 공급해서 먹고 사는 중국 사람들에게 손을 대기 시작하면 여론이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밀무역이나 보따리 무역은 군인들이 서 있는데 목숨 걸고 하는 식이 아니라 아주 간단하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핵실험을 하고 채찍을 휘두르고 싶어도 제대로 휘두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둘째는 중국의 전략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다. 그는 중국과 북한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까워도 안 되고 멀어도 안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강력한 외교적 제재를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 너무 가까워지면 과거 동구 위성국들이 소련에 그랬던 것처럼 정치·외교·경제적으로 추종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그걸 싫어하고 너무 멀어지면 당장 안보·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며 '불가근불가원' 원칙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중국도 북한이 너무 가까워지면 경제·외교적 부담이 있고, 너무 멀어지면 동북지역의 안보에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이 북핵을 불용하는 것만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지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 제거를 (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데 평화협정 등이 체결되면 중국에 절대적으로 이롭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평화협정 없이) 핵을 포기하는 걸 오히려 더 두려워한다. 즉, 북한의 (핵 위협 제거) 요구 이면에는 중국의 요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를 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이해를 가지면서도 중국은 북한이 자신처럼 공산 독재 하에서 개혁·개방을 추구할 것을 바라는 반면, 서방은 자유주의하에서 체제 전환을 바라는 상반된 입장"이라며 이 같은 모순 상황에서 우리가 상황을 돌파하는 전략을 세워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조명철 팀장이 '어찌할 수 없는'이란 표현을 썼는데, 결국 중국은 북한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끌어안는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을 가지고 무슨 전략적 이익을 보려는 게 아니라 전략적 불이익을 막기 위해 정책을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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