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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결심할 때는 결심하는 게 지도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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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결심할 때는 결심하는 게 지도자의 몫

[한반도 브리핑] 남북관계 돌파구 될 정상회담의 정치학

2009년 10월 한반도 상황은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다. 고요함 속에서 국가들간 암중모색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미간 양자 협상이 본격화되면 곧 이어 다자회담 국면이 열릴 것이고 한반도 상황은 시대적 변화를 향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폭풍의 중심지에 서게 될 미국과 북한은 대화국면을 열어 가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24일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미국을 방문, 미국의 성 김 북핵 특사를 만나 1시간 가량 회동했다. 이들의 비공식 회동에서 양자 대화 방식과 일정, 그리고 다자회담으로의 전환 방식 등에 관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도 협상 재개로의 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0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북한이 양자 및 다자 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또 원자바오 총리는 북한이 미국, 일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한반도 상황이 협상을 통한 해법 강구라는 불가역적 길로 들어섰다고 판단해도 그다지 틀린 전망은 아닐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만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전개 속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라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미 국방부의 월리스 그렉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사실을 즉각 부인했고, 이어 백악관도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해가 있었다'는 해명 발표를 하는 외교적 해프닝이 연이어 나타났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던 남북 정상회담설은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과 한국 측의 모 인사와 극비 회동을 했다는 추측이 언론을 통해 발표됨으로써 해프닝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정작 국정감사장에서는 주무부서인 통일부 현인택 장관과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은 정상회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노라고 입을 맞춘 듯 일관된 태도를 보였지만 말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워낙 중요한 의미를 지닌 만큼 기밀 유지 노력도 수긍할 만하고 사전공개가 갖는 정치적 부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색된 채로 도무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면 정상회담 카드가 소위 "원 샷 딜"로의 길을 열어가는 최적의 기회임을 상기시키고 싶다.

지금까지 남북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이전 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 남북 정상회담은 꽤 매력적인 정치적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실제로도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의 정치학

국가간 정치에서 정상회담은 시대적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화 시대의 도래 이래, 각국 정상들은 수시로 회동을 한다. G-20나 '아세안+3(한·중·일)'의 방식도 다자간 정상회담이다. 경우에 따라 양자간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은 현대 외교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정상들간의 회동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요한 국가간 의제는 외교 실무진들 간에서 합의되고, 정상들은 그 합의 틀 안에서 언론 플레이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최고 정치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때로는 역사 진행과정에 상상 이상의 폭발력을 가지기도 한다. 가령 1945년 2차 대전 종결 과정에 합의했던 처칠, 루스벨트, 스탈린의 얄타회담, 브레즈네프와 닉슨 두 정상이 미소 간 데탕트를 이뤄낸 1972년 모스크바 회담, 중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세계 전략의 판도를 바꾸었던 1972년 닉슨과 마오쩌뚱과의 정상회담,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이 소련 핵무기 감축과 미국 전략방위계획 철회를 논의했던 1985년 제네바 회담 등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정상회담의 정치였다.

정치적 돌파구를 극적 회동을 통해 모색하겠다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정상회담에 살아 있는 의미를 부여한다. 국가 간 관계의 얽히고설킨 난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정상회담만큼 중요한 기회도 없다.

지금은 대화와 협상이 '순리'

남북 정상회담이 연기만 피우다 말 것인지 한반도 해빙의 돌파구가 될 것인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국면은 제재나 강압, 의연한 자세의 고수나 무대응보다는 대화와 협상이 순리처럼 보인다.

북한도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다자협상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터다. 협상을 통한 해법 강구에 중국과 미국이 긍정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은 대화국면으로 들어서는 초입 쯤에 서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일시적인 것이며 그것 또한 정부가 원칙을 지켜온 성과라는 자화자찬도 있다. 그런가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동에 순기능적으로 조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다소 갑갑한 노릇일 것이다. 국내적 분위기도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떠밀려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결코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받을 것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줄 것조차 선뜻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선(先) 핵폐기론의 프레임 속에서는 정상회담 자체가 자충수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판단도 있음직하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선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정상회담을 그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결심을 해야 할 때에는 결심을 하는 것이 지도자에게 주어진 몫이다. 정상회담이 남북한 관계에 드리워져 있는 불신구도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만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서 제대로 된 설득력을 찾을 수 없다.

남북관계의 일보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상황이 급물살을 타게 될 때의 난감한 처지를 상상해보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여전히 남북한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당사국들이 한반도 문제에 결코 수세적이거나 피동적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냉전과 대립의 역사를 강요받았던 한반도가 세계를 향해 되돌려주어야 하는 해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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