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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힐러리 베이징 회동 가능성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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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힐러리 베이징 회동 가능성에 주목하라

[한반도 브리핑] 대화 문턱에 서 있는 남북·북미관계

지난 6일 밤 중국 베이징의 중심인 장안거리에서는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삼엄한 경비 속에 건국절 행사를 위한 종합 예행연습이 열렸다. 10월 1일 행사 때는 군인들 외에도 2만 5000명의 시민들이 거리 행진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의 관심사는 건국 60주년 행사가 아니라 이 행사에 참석하는 각국의 주요 인물이다. 북한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중재로 자연스럽게 북미 고위급회동이 열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중국의 학자들은 중국의 건국절 행사를 전후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건국절 행사에 참석한 후 평양에 들어가거나 방북 후 나오는 길에 건국절 행사에 참석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김영남-힐러리 베이징 회동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이미 9월 초 한중일 3국 순방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국면에 대비한 '포괄적 패키지'를 놓고 관련국들과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6자회담 관련 5개국이 북한과의 협상국면에 대비한 밑그림을 놓고 상당한 조율을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 지난 6일 저녁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삼엄한 경비 속에 종합 예행연습의 일환으로 수백대의 탱크와 장갑차들이 중국 베이징의 중심인 장안거리에서를 지나가고 있다. ⓒ<민족21>
보즈워스 대표는 순방기간에 "북한과의 대화가 준비돼있다"며 "이번 (순방의) 협상결과는 북한을 어떤 식으로 관여(re-engage)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의 '제재와 대화전략'에는 변화가 없다.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제재기조는 그대로 가며,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지 않는 한 북미간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 또는 변형된 형태의 다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경우 언제든지 북미대화가 성사될 수 있는 출구가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한반도전문가는 "북한은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다만 어느 시점에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를 저울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즈워스 대표가 아시아순방을 마치고 돌아간 만큼 백악관과 국무부 등이 대응기조를 정리할 후 북한의 보즈워스 초청에 대해 수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화 시점을 결정하는데 10월 1일 중국 건국절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남북 이산가족상봉 등을 통해 북미 및 남북대화가 열릴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일 당국간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시가와 사토시 사장을 단장으로 한 일본 교도통신사 대표단이 8일 방북한 것도 그 같은 움직임의 일환이다. 당국간 공식대화는 아니지만 대화대개를 위한 북일간의 접촉은 이미 시작됐다.

북한의 입장은 "정치와 외교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조건이 변화되면 6자회담 '절대 불참'도 참석 가능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9월 3일 신선호 유엔주재 대표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6자회담이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유린하는데 이용되는 구도를 반대했다고 말해 자신들의 권리가 보장되면 회담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우라늄농축 시험 성공'이라는 카드를 내밀어 미국을 향해 대결이냐, 협상이냐 선택을 요구하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신들의 핵능력이 더욱 높아져서 미국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10월에 중국, 미국, 한국, 일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 관계자들은 10월에 북미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마련을 위한 북미간의 '새판짜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이 북미대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임진강 방류 사태 재발 막으려면 대화해야

우려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정세인식과 소극적인 태도다. 북한은 "조미(북미), 북남의 관계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조선반도의 대립구도 청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통미봉남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냐는 우리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이다. 북한 특사조문단의 서울 방문에서 보여준 행보는 이 같은 북한의 노선이 단순히 전술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노선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정책전환이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흔들려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이후 강경일변도의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6자회담, 핵 문제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있을 북한의 적극적인 대화공세에 대한 인식치고는 너무나 안이한 판단이다.

통일부는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선별 허용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농민본부가 대북 쌀 지원을 위해 낸 쌀 반출승인 신청도 불허했다. 지난 4일 중국 선양(瀋陽)에 나왔던 6.15 북측위 대표단(단장 이충북 민화협 부회장)은 6.15 남측위가 실무접촉을 포기함에 따라 빈손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6.15 남측위 일부 대표에 대해 접촉 불허를 하자 6.15 남측위가 통일부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협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간교류를 제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남북대화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북한이 정부의 남북대화 의지에 회의적인 태도로 변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지난 3일 민화협 결성 11주년 기념식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도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쌀과 비료지원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산가족상봉 합의로 시작된 남북대화의 계기를 살려나가는 취지다.

▲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접수받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지금은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중단됐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할 적기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로 정부가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제한을 풀고 정부차원에서 식량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대화가 이어져야 실질적으로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둘째로 미국보다 앞서 쌀을 지원해야 지원의 효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민간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달 북한의 조미 민간교류협회(KAPES)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대북 지원 관계자 등과 만나 식량 지원 재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먼저 식량지원에 나설 경우 정부의 대북 지원은 선제적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뒤를 따라가는 소극적 조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북 쌀 지원은 국내 쌀값 안정과 수확기 판로 확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해소와 남북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다목적 카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현인택 장관은 지난 8월 2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대북 쌀 지원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댐 방류로 임진강 수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단기적으로 악재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 남북관계에서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남북간 공유하천에 대한 피해 예방과 공동 이용의 제도화를 위한 남북간 협의로 발전시킬 수 있고, 단순히 임진강 수해 방지 문제가 아니라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남북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북한도 남쪽이 먼저 협의를 제의할 경우 이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한 시점에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결정한다면 남북대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모든 정책은 시점이 중요하다. 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어떤 시점에 쓰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천양지차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나서려고 모색하고 있고, 미국이 대북접촉에 나서려는 지금이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적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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