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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과서에까지 실린 金庸 소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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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과서에까지 실린 金庸 소설의 매력

[中國探究]<49> 통속소설? 읽어본 다음에 평가하라!

해금 후 30년의 숙성을 끝내다

최근 베이징과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 고등학생들은 새로 교과서에 수록된 무협소설을 배우고 있다. 흔히 무협소설이라 하면 통속소설의 대명사로 인식되기 쉬운데, 어떻게 그 까다로운 검정 절차를 거쳐 중국의 국어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었을까? 그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소설가 '진용'(金庸)의 소설이다. 우리에겐 이미 '김용'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 중국 소설가 진용(金庸) ⓒ연합뉴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 대륙에서 무협소설은 상업주의와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다. 자본주의 소설이라는 오명에다 통속소설은 천박하다는 오해로 인해 무협 소설은 대륙에서 황색소설(에로티시즘)과 유사한 수준으로 치부되곤 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사조가 등장하기 전까지 중국 대륙에서 진용의 작품은 '금서'로 분류되었다. 대만에서도 국민당 정부는 진용의 작품을 한 동안 금서로 분류하였다.

1980년대 초 대만과 중국 대륙에서 진용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해금되면서, 양안은 '김학'(金學)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치 땅속에서 발굴한 황금덩어리처럼 사람들은 갑자기 접하게 된 보고를 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학'은 파죽지세로 동아시아 문화계를 휩쓸어버렸다. 그 전에 그의 작품은 이미 홍콩과 동남아 사회에서 경외의 대상으로 등극되어 있었다.

<설산비호>가 <아Q정전>을 대신하다

2004년 11월 베이징에서는 인민교육출판사에서 최초로 진용의 대표작인 <천룡팔부>의 일부를 교과서에 수록했다. 3차에 걸친 엄격한 검정을 거쳐 검정위원들은 진용의 작품 두 편을 선정했다. 그 후 2007년에 <설산비호> 중 제5회의 내용 일부가 재차 베이징시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그리고 홍콩에서는 진용의 이름을 동아시아에 떨친 작품인 <사조영웅전> 중 제 30회의 일부가 교과서에 편입되었다.

따라서 <설산비호>가 수록되는 대신 <아Q정전>의 일부가 교과서에서 빠졌다. 그리고 위화의 <허삼관매혈기>는 <진환생진성>을 대체했다. 루쉰 소설의 일부가 교과서에서 삭제되자 루쉰과 진용의 지지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루쉰파는 진용 소설이 통속 소설에 불과하다고 폄하했고, 진용파는 루쉰파를 혁명의 오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자들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두 파로 갈린 지지자들의 흥분 상태와는 달리, 검정위원들과 문단에서는 진용 작품의 교과서 수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들은 3,40년대의 중국 소설이 현대 중국문화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한계에 이르렀다고 인식했다. 그들은 부족한 부분은 진용의 작품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진용 작품이 지닌 현대적 문체의 매력, 수준 높은 문학성, 모방할 수 없는 심리묘사와 경관묘사 등은 진용의 작품이 지닌 문학적 뛰어남이다. 이와 더불어 진용의 작품은 중국문화의 위대한 가치를 고양시켰다고 보았다. 중국의 협의(俠義) 정신, 민족 단결적 요소, 개성 해방의 추구, 도덕적 희생정신 등은 문학성과 더불어 교육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이었다.

통속의 형식으로 철리를 빚어내다

진용은 젊었을 때부터 반골 기질로 명성이 자자했다. 일찍이 모친을 여의고 아버지마저 공산당에 의해 반동지주로 몰려 총살당하는 청년 시절을 보내면서도, 한편 국민당에 의해 장악된 학교 분위기에 맞서 홀로 저항을 거듭하다 퇴학을 처분받았다. 반골로만 보면 그는 투창과 비수로 무장한 루쉰과 그 기질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문학은 훗날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를 열어 밝혔다.

그의 작품은 80년대부터 타이완의 <아호> 철학 잡지에서 주목을 받았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했던 현대신유학의 대표 잡지에서 그의 작품을 철학적 관점에서 수차례 심도있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천룡팔부>는 민족의 화해와 중원문화의 자긍심을 넘어 불교의 철리를 무협의 형식을 빌어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평가했고, <소오강호>는 독고구검의 검법을 빌어 도교 미학의 상징성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고, <사조영웅문>은 유가의 우직한 선비상을 곽정이란 캐릭터를 통해 훌륭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그의 문체는 피동문을 난발했던 3,40년대 중국 문학가들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가 그리고자 했던 소설 무대의 공간은 중화문화의 고전적 요소를 잘 드러내고 있는데, 그가 그린 세계는 민족 간의 대립을 넘어선 화해의 지평이었고 , 파벌 간의 투쟁을 무력화하는 절대무공의 경지였다.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은 항상 거대한 계파 간의 투쟁에 상처입은 개체 민초의 소중한 불씨를 되살리는 데에서부터 눈부시게 데뷔한다. <천룡팔부>의 교봉, <신조협려>의 양곽, <사조영웅문>의 곽정,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가 모두 그렇게 무대 속에 등장하였다.

▲ 2003년 중국<CCTV>에 방송된 '천룡팔부'
동아시아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홍콩, 대만, 대륙을 막론하고 <사조영웅전>이나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등은 중화권 국가에서 너무 자주 상영되어, TV 드라마로 몇 차례 리메이크되었는지 조사하기조차 힘들다. 그리고 중화권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작품은 일상생활에서 문학의 화두로 수시로 인용되고 있다. 진용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그에게 펜레터를 보내는 열광 신도가 있다고 한다.

고전은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되새겨진다. 동아시아에서 진용만큼 광범위하고 각계각층의 독자를 소유한 문호가 또 있을까? 드넓은 역사의 무대 속에서 애타는 남녀 간의 애정 묘사를 이끌어 내고, 100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해 무대를 촘촘히 채우고, 이를 다시 중국 특유의 미학 경지로 끌어올리고, 보편적인 철학적 상징으로 승화시킨 문학세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작품을 일개 통속소설로 치부하는 자들은 과연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보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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