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화물검색과 금융제재 관련 조항들은 유엔 회원국들의 의무를 강제하는 '결의'(decide)란 표현 대신 '촉구'(call upon)를 사용해 권고사항 정도로 수준을 낮췄다. 따라서 이행 여부는 회원국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졌고, 그마저도 중국이 적극 이행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 중국의 장예수이 유엔 대사가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제재 범위는 확대 강도는 '조정'
안보리 헌장 7장 41조에 의거한 이번 결의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condemn in the strongest terms)고 명시했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결의 1718호가 '규탄한다'고 한 것에 비해 가장 높은 수위의 비난 문구를 담은 것이다.
결의 1874호는 무기금수 대상을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중화기 등에서 거의 모든 무기로 확대했다.
또한 금수대상 품목을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공해상에서도 선적국의 동의를 얻어 검색할 수 있도록 했고, 의심 선박에 대한 연료 공급도 금지할 것으로 '촉구'했다.
금융제재도 과거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개인 및 기관의 금융자산만 동결하던 것에서 인도주의적이거나 개발 목적 등을 제외한 금융지원을 하지 말도록 '촉구'하는 등 북한의 무기 개발과 거래 활동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회원국들은 이번 결의에 따른 금융제재 조치와 무기금수 확대, 1718호의 조치들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45일 내에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안보리는 또 제재위원회의 활동을 돕기 위해 7명으로 구성된 전문가그룹을 설치할 것을 유엔 사무총장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이번 결의를 얼마나 일치된 모습으로 시행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1718호 결의의 경우 유엔의 192개 회원국 중 대북 제재 이행방안을 제출한 회원국은 73개국과 유럽연합(EU)에 그쳐 상당수 유엔 회원국이 제재 이행방안을 보고하지 않았었다.
美 "가장 강력한 제재 최대한도까지 이행할 것"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 채택 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안보리 결과에 만족하며, 이는 북한에 강력할 영향과 신호를 줄 것"이라며 "결의는 오늘부터 즉각 발효된다"고 말했다.
라이스 대사는 "과거의 경험과 무모하고도 위험한 행동을 보여 온 북한의 행태로 미뤄볼 때 북한이 이번과 같은 강력한 제재체제에 반발, 추가적인 도발과 불안조장 행위를 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하는 경우에는) 우리는 우리가 오늘 다짐한대로 해나갈 것이고, 현 시점에서 일개 국가에 부과된 가장 강력한 제재를 최대한도까지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스는 특히 "다른 회원국들과 더불어 이번 조치를 최대한 이행해 북한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겠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대응함으로써 북한 장난에 놀아날 생각은 없고, 제재를 최대한도까지 이행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 마련, WMD 및 미사일 기술의 확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대사는 또 "미국은 외교 및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고 밝혀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독자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한국 정부도 이날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안보리 조치가 북한의 핵개발과 핵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안보리의 단합되고 단호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국 "감사한다. 적극 협력하겠다"
미국이 제출한 초강경 결의안의 수정을 주도했던 중국의 장예수이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결의는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가 확고히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화물검색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무력 위협이 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에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2006년 1718호 채택 때 박길연 당시 대사가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반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은 '강경에는 초강경 대응'이라는 원칙에 따라 지난 4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밝힌 "자위적 조치"들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 등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한국의 박인국 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발언권을 신청해 "안보리가 통일된 목소리로 북한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하고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향후 제재 조치 이행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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