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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병순 사장, 비정규직 내치면 연임 됩니까?"

KBS 경영수지 호전" 홍보… 비정규직 계약해지 추진 논란

오는 7월 1일이 되면 2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가 발생하는 가운데 한국방송(KBS)에서도 사내 연봉계약직 400여 명에 대해 '자회사 이관', '계약 해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이런 조치는 이병순 사장이 오는 11월 연임을 앞두고 KBS의 '경영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KBS 경영개혁단은 최근 노사협의회에 전문기자(5명), 고령자(25명) 등 30명의 직원을 무기직으로 전환하고 120명은 자회사 흡수, 나머지 270명은 계약 해지(해고)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고령자 보호법과 특수 전문직 조항에 따라 법 조항에서 배제되는 3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 자회사 이관, 계약 해지 등의 방안을 내놓은 것.

이에 대해 이병순 사장은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노조가 경영개혁단의 개혁안에 반발하자 "경영개혁단의 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안'이며 조합이나 인력을 운용하는 각 부서장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간 KBS인으로 살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내치나"

KBS의 연봉계약직은 영상편집, 조명, 특수영상, 시청자서비스, 시설관리, 안전관리, 조연출 등 방송 전반에 걸쳐져 있다. 짧게는 4~5년 일한 이들부터 길게는 20년 가까이 일한 KBS의 영상, 조명, 진행, 시설 안전 관리 직원 등이다. 이들은 KBS 사내게시판 등에 사측의 경영개혁안에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KBS의 한 연봉계약직 사원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비록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KBS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해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면서 "옛말에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을 참고 견디면 시집에서 쫓겨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회사가 준 화답은 '정리 해고'다. 묵묵히 일해온 지난날들이 참 바보스럽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인내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몇 푼의 돈과 신분 보장 문제를 떠나서 지난 15년의 제 삶이 깡그리 무시당하고 지워져버리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도 없고 좌시할 수 없음을 사측의 모든 분들에게 고한다"고 밝혔다.

KBS 방호인협회, 수신기술인협회, 업무협의회 등은 9일 '연봉계약직 동료들을 모두 무기 계약직 전환하라'는 성명을 내 "회사는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 관련 보도' 등 방송 프로그램은 만들면서도 정작 KBS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연봉 계약직 동료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회사 재정 상태가 그럴게 어렵다면 임원들부터 자신의 임금을 자진 삭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들은 "자회사나 도급회사의 정규직 직원이 된다고 해서 반가워할 연봉계약직 동료는 없다"면서 "사측은 고민없는 베끼기 경영, 무능 경영을 자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연봉계약직을 전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BS 경영개혁단 관계자는 "비정규직 법안 시한도 있고해서 시기적으로 집중하는 것이지 정규직이나 고위 연봉자에게는 고통 분담을 배제한 채 비정규직만 내몰겠다는 계획은 아니다"라며 "정규직 사원들에 대한 경영 개혁 과제도 따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10년 인적자원 내치고 KBS에 도움될까" 정규직도 웅성웅성

이들과 함께 방송을 제작해온 정규직들 사이에서도 일방적인 '정리 해고' 조짐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KBS의 한 사원은 KBS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15년에서 20년간 빈약한 월급에도 프로그램 질을 높이는데 한축을 담당했던 그들"이라며 "이들을 짓밟고 외면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다른 사원은 "같이 일하면서도 박봉에 힘들어하는 그들을 보며 항상 미안했는데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원은 "인적 자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1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내칠 수 있을만큼 하찮은 것이냐"며 "과연 그것이 KBS의 앞날에 득이 될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사원은 "앞으로 '일자리 나누기' 등 마음에 없는 방송은 만들지 말자. 어떤 국민이 그런 방송을 보고 동감하겠느냐"고 질타했다

KBS 전 노조위원장을 지낸 현상윤 PD는 10일 사내게시판에 '무엇을 위한 계약 해지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회사 이관이나 파견직으로의 대체 근로를 통해 1인 당 평균 연봉 500만원 씩을 절감한다고 해도 연간 20억 원, 무기계약 전환시 추가되는 각종 복지비용까지 감안한다고 해도 절감되는 비용은 최대 30억~40억 원에 불과하다"면서 "총 예산의 0.3%의 예산 절감을 위해 숙련된 인력들 해고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KBS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대량 해고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 "사측은 그간 연봉 계약직의 고용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한심스럽다. 또 영상 편집과 그래픽, 뉴스 진행 요원을 깡그리 계약 해지해 빚어질 후유증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노동조합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KBS를 만들기 위해 함께 땀 흘려 온 동료들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경영개혁단 관계자는 "방송 제작직군에서 제기하는 직무의 중요성은 우리도 역시 동의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로 변경하거나 추가적인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한다. 보는 이들에 따라 충분한지는 판단이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고용 유지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계약직 사원들이 요구하는 '무기계약'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봤을 때 일부는 무기계약으로 하고, 일부는 자회사 전환을 하게 되면 '형평'의 문제가 생겨 경영개혁안 전체의 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KBS "제작비, 인건비 절감으로 경영 수지 호전" 홍보

KBS 사내에서는 경영진이 400여 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대량 계약 해지·자회사 전환 등 주장하는 것을 두고 오는 11월 이병순 사장의 연임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또 '100만 실업대란설'을 유포하는 등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이명박 정부에 '코드맞추기' 차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S의 한 기자는 "오는 11월 연임에 혈안이 된 이병순 사장이 경영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의 한 PD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는 그간 이병순 사장이 추진해온 제작비 일괄 삭감이나 '작가 줄이기'에 해당하는 'PD 집필제', 작가 원고료 삭감 등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면서 "정연주 전 사장은 방만한 '적자 경영'을, 이병순 사장은 '흑자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KBS의 한 사원은 "KBS의 특성상 예산에서 인건비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고 이는 감사원 감사나 국회 등에서 지적도 많이 받고 있다"며 "경영진으로서는 '수신료 현실화' 등의 당면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비율을 낮춰야 하는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BS 경영진은 10일 "KBS의 경영 수지가 제작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계속 호전되고 있다"며 홍보하는 자료를 냈다. KBS는 "봄 개편 등으로 5월에만 방송제작비 35억 원과 시설 운영비 11억원을 줄였고 임금과 복리비 14억 원을 절감했다"며 "이에 따라 KBS의 적자 규모는 올 5월까지 39억 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237억 원 보다 198억 원 줄었다"고 홍보했다.

특히 KBS는 "광고 시장의 불황으로 광고 수주가 크게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건비와 제작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더 해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KBS 경영개혁팀 관계자는 이러한 관측에 대해 "외부의 방만 경영 개혁 요구는 대부분 정규직 인력에 대한 것이고, 또 실제로도 자회사 전환 등을 한다고 해서 올해나 내년에 즉각적인 비용 감소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방만 경영 개선 측면에서는 비정규직 해소는 실익이 없다. 다만 7월 1일 법안 시행을 앞두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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