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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사나이여, 이 쥐떼를 다 데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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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사나이여, 이 쥐떼를 다 데려가라"

'6.9 작가선언' "이것은 사람의 말" …188명의 작가들 '한줄 선언' 발표

9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4층 대회의실, 연단 위에 나란히 선 150여 명의 작가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6·9 작가선언'의 첫 머리를 읽었다. 작가들의 목소리로 강당 벽이 울렸다.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각 대학 교수들이 이어가고 있는 시국선언에 소설가, 시인, 평론가 등 188명의 문인들이 동참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 27일 작가들의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해 "조직도, 집행부도, 정강도 없이" 이날 발표로 이어졌다. 이들은 "총체적인 사회 위기 국면에서 '글 쓰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고민을 공유했고 결국 '한 줄 선언'을 작성해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 150여명의 작가들이 함께 '6.9 작가선언'의 일부를 읽고 있다. ⓒ프레시안

"시인이 깨어 있으면 독재자는 잠들지 못한다"

이날 작가들은 참여한 작가들이 연단 앞에 모여선 채로 한 명 한 명이 각자 나와 자신의 '한 줄 선언'을 읽는 선언식을 진행했다. "예외적인 방식의 작가적 개입"이라는 자신들의 표현처럼 한 명 한 명의 작가가 나와 자신의 글을 읽고 돌아갈 때마다 전체 작가들은 한걸음씩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 줄 선언'에서 많은 작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종말'을 선언했다. 이들은 "밥상도, 민주주의의 원탁도, 다 엎은 자여 이제는 당신이 고꾸라질 때"(문동만), "푸르게 날이 선 6월의 잎사귀로 썩어버린 심장을 찌릅니다. 굿바이 MB"(유형진), "이명박 정권은 문화와 민주를 파괴하는 광기의 야만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물러가라"(박민규)고 했다.

"하느님, 우리가 이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하여, 총명하고 선량한 제 딸아이가 커서 감옥 갈 확률만 높아지고 있습니다"(이만교)

"시인이 깨어 있으면 독재자는 잠들지 못한다"(전성태)

또 다른 작가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토로했다. 작가들은 "누가 내 사랑을 파괴하면 나는 그가 신이어도 나는 그를 파괴할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의 애인이다"(신형철) "우리의 영혼이 고통스러운 건 민주주의가 우리의 본성인 까닭입니다"(손홍규), "너를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여!"(박형숙)이라고 고백했다.

"불법 폭력이 문제라고? 맞다. 늘 그게 문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그렇게 두들겨 맞아 시퍼렇게 멍들고 피 흘리며 죽어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김명기)

▲ 작가들이 나와 '한 줄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

몇몇은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을 내놓았다. 작가들은 "내 이웃이 헌법적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모멸을 삼키며 죽어갈 때, 나는 어디에 있었나?"(이안) "무능한 정권, 썩은 검찰, 역겨운 언론-적출 대상 3종세트. 아차, 나도 문제야"(명지현), '나는 부끄러운 손으로, 내 삶의 길들여진 부위만을 잘라, 쥐불 놓는다"(김요일)라고 고백했다.

그중에는 '왜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는가'라는 '유권자'로서의 자기 반성도 있었다. "잘못 뽑아 개고생, 평생 두고 후회한다! 잠깐 실수 후회 말고, 미리 살펴 재난 막자!"(김정남), "한 손엔 곤봉 한 손엔 삽, 머리엔 떡찰 가슴엔 악법, 썩은 입술로 산자를 물어뜯는 괴물, 누가 광장에 MonsterB를 풀어놨는가!"(윤예영),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고 패배는 당신들의 것입니다"(김경인)라고 했다.

"나는 분노한다. 국가가 없을 때 당할 고통을 국가 때문에 당한다는 것에. 나는 비참하다. 그 국가를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박상수)

이날 한 줄 선언 중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쥐'에 빗댄 표현이 많았다. "더이상 갉아먹지 마라. 쥐는 벽을 잊어도 갉아먹힌 벽은 쥐를 잊지 못하는 법이다"(박성원), "피리 부는 사나이여 이 쥐떼를 다 데려가, 우리에게 노래를 허락하길"(박연준), "들쥐들의 교묘한 협잡 더는 못참겠어 울화의 향불이 지글지글 타올라 가만 못 있겠어"(성기완). "세스코에 전화하기 전에, 냉큼 물러가라!"(정여울)

"정책이 비문(非文)이다. 언론의 맞춤법은 작위적이고, 미친개들은 국민에게 오타를 남발한다. 당신들의 언어는 번역이 안된다. 암울한 시국의 문장을 견딜 수 없다. 오래된 생각이다"(박상)

"이곳은 아우슈비츠다"

이들은 '이것은 사람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에서 "우리는 다급한 마음으로 1987년 6월을 떠올린다. 박종철의 죽음이 앞에 있었고 이한열의 죽음이 뒤에 있었다. 그 죽음들의 대가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힘겹게 그것을 가꿔왔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망각할 권리가 없다"면서 "이명박 정권 1년 만에 대한민국은 1987년 이전으로 후퇴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어 발언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이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라는 가짜 이념은 집권 1년도 못 돼 폐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도처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얼굴을 본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용산 참사, 촛불 시위 탄압,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 등을 들어 "이 모든 일에 적극 가담한 정치검찰과 수구언론을 우리는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들로 고발한다"면서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곳은 아우슈비츠다.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라며 "우리는 끝내 저항할 것이다. 주주의의 정원을 갈아엎고 있는 눈먼 불도저를 향해, 머리도 영혼도 심장도 없는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저항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문 보기 : '6·9 작가 선언-이것은 사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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