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정일 후계자는 남쪽 국정원장이 발령내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정일 후계자는 남쪽 국정원장이 발령내나

[기자의 눈] 국면전환용 新북풍 '금도가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남 정운을 후계자로 확정했다는 2~3일자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 최고지도자 인사를 남쪽에서 하는 것 같다. 너무나 단정적이다. 공중파 방송 3사는 2일 밤 후계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신문들은 각종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언론보다 이명박 정부의 정보기관에 있다.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북한이 김정운의 후계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 전문을 해외 주재 공관에 전달했다"고 말한 '친절한' 국가정보원. 거기서 그렇게 나오는데 쓰지 않을 언론은 별로 없다.

국정원의 이러한 태도는 정보를 다루는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정보를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하는 국정원이 또 다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청와대 관계자가 <조선일보>에 "첩보와 정보의 중간 단계인 것 같다"고 진화하고 나섰을까.

국정원은 이미 작년 9월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나왔을 때 '칫솔질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둥 병원 차트를 본 듯 관련 정보를 섣불리 흘렸다. 당시에도 국정원이 정보 관리의 'ABC'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실제로 북한 내부에 있는 정보소식통을 잃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보기관의 수장에 임명된 원세훈 국정원장이 임명장을 받는 장면. 국정원의 김정운 후계자설 유포의 진짜 이유는? ⓒ연합뉴스

국정원장 "여야 의원들에게 즉각 보고 드려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이번에 다시 무리수를 두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른바 북풍(北風)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국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의 3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의 대북담당 고위 간부는 여야 의원들에게 김정운 관련 정보를 전하면서 "(원세훈)원장이 즉각 보고 드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보기관의 수장인 원세훈 원장이 실제로 그러한 지시를 했다면 그 계산속은 훤히 보인다.

비단 김정운 관련 정보만이 아니다. 국정원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안보 관련 부처들에서는 최근 북한 관련 정보들이 줄줄 새고 있다. '영변 5MW 폐연료봉 저장고 출입문이 4월 중순 이후 여러 차례 개방됐다'는 5월 27일 보도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 중거리미사일 발사 징후 등등.

최근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 서거 정국을 바꾸는데 누가 더 큰 공을 세우나를 두고 대북 담당 부처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탓에 몇몇 언론들은 북한 관련 특종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으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정보를 주면서 주문하는 기사를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후계체제론은 협상무용론의 출발점

김정운 후계설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연합뉴스>를 필두로 이미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지금 이렇게 '확정 판단'을 하고 나선 건 '북핵협상 무용론'과 '제재불가피론'을 퍼뜨리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김정일은 아들에게 핵무기를 가진 나라를 물려주고자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진 김정일과는 아무리 협상을 해봐도 소용없다. 따라서 제재만이 유일한 대응이다.' 이런 논리다.

보수 언론과 논객들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있자마자 이 방향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앙일보>의 김영희 대기자는 26일 "김정일에게 핵은 더 이상 협상용이 아닌 생존용이 됐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 핵의 용도에 관한 '16년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면서 '협상용'이 아니라 '체제보위용'이라고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1차 핵실험 때 북한이 오히려 국제 사회와의 대화가 재개되는 등 보상을 받았다"며 "그런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긴밀히 공조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협상할 생각이 없으니 미국도 그러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국정원은 '김정운 후계 확정'을 확인함으로써 내신은 물론 외신들도 받아 쓸 수밖에 없게 했고, 그를 통해 대통령의 의도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불만은 쌓이고 무력충돌 가능성은 높아져

정치적인 동기에 따라 각종 정보를 흘리고 있는 국정원과 국방부 등 안보 관련 부처들의 행태에는 정보 능력을 노출시켰다는 것 외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불만이 커져 향후 북한 관련 핵심 정보가 넘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한겨레>와 <연합뉴스>의 3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 정부가 'ICBM이 확실하다'거나 '미사일이 동창리에 도착했다'는 등의 민감한 군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자기들이 준 정보를 과대 해석했고, 미국의 정보 능력마저 노출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불만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14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과 미국 인사의 순방 일정 등 민감한 정보가 한국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미국의 불만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자국 여기자들이 북한에 억류된 사실이 한국 언론을 통해 최초 보도된 것에도 불만을 표했다. 한국 정부가 정보를 유출해 미국인의 신변을 위태롭게 했다고 본 것이다. <한겨레>는 3월 21일 "미 국무부가 한국 언론 보도와 관련해 외교채널을 통해 '당혹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보 능력이 노출되거나 미국의 불만을 사는 건 안보 관련 부처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에 비하면 테크니컬한 것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각종 정보를 유출함으로써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이게 진짜 문제다. 김정운 후계자설, ICBM 정보 과장 해석 등은 결국 거기에 닿아 있다.

이에 대해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북한의 움직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무력충돌 방지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정부에서는 그걸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 유출을 통해 강경대응 일변도로 나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