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만난 빌 클린턴 "오바마 정부도 '우리 정책' 방향으로 노력"

"미국 돌아가 힐러리에게 다시 말하겠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통 크게 2005년 9.19 공동성명의 합의정신으로 돌아가겠다며 9.19 이행을 선언하면 북핵 문제는 해결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제3차 'C40 서울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서울 하얏트호텔 양식당에서 만찬을 갖고 "그렇게 하면 중국도 협력하고 북한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DJ측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은 네번째로, 김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2007년9월 이래 20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중국 방문 결과를 거론하며 "중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나서주길 바라고 있고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진짜 중국이 미국 정책에 협력하고 응할 것 같느냐"고 반문하자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한국과 일본도 핵을 갖게 되고, 중국 입장에서 일본의 핵 보유는 악몽"이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정부 지도자들을 만나보니 한국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은 채 일본과 공동보조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더라"고 소개했다.

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옳은 정책이다. 돌아가는대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전하겠다"며 "미 정부도 대북 정상화, 관계 개선을 열망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같이 했던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고 다시 말하겠다"고 화답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국무장관,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 정부 관계자들에게 'DJ와 내가 했던 대북정책을 참고하면 잘 해결되리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은 1시간 20분간 이어졌으며 절반은 남북문제에 할애됐다. 두 사람은 그 외에 건강 문제와 한국의 민주주의, 세계 금융위기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만찬 후 김 전 대통령이 휠체어에 타는 것을 부축해 주며 "다리 아픈 게 김 전 대통령의 '명예의 상징"이라며 각별한 우정을 표했다.

두 사람은 각각 '평화'라는 글씨가 쓰인 탁상시계와 유리그릇을 선물로 교환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9월 CGI(Clinton Global Initiative) 행사에서 재회할 것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