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유행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전 세계가 돼지독감 확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멕시코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멕시코군 병사들이 마스크를 나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멕시코 수도와 일부 지역 5월 5일까지 휴교령
멕시코 정부는 25일(현지시간) 돼지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이 81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도 멕시코시티와 멕시코주(州) 외에 북부 산 루이스 포토시주에 오는 5월 5일까지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기관에 휴교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호세 앙헬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은 이날 저녁 대통령궁 로스 피노스에서 가진 각료 합동 기자회견에서 지난 13일 오하카주에서 시작된 돼지독감으로 81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20명은 역학적으로 이미 돼지독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코르도바 장관은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현재 1324명의 돼지독감 의심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휴교령이 내려진 멕시코시티와 멕시코주, 산 루이스 포토시 주 이외에 베라크루스, 오아하카, 바하 칼리포르니아 주에서 돼지독감이 발생했다고 확인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이미 사실상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돼지독감 환자의 격리 및 주거가옥에 대한 역학 조사권을 보건부에 부여했다. 또한 공공행사의 중지를 선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특별포고령도 발표했는데, 국내외 여행객들에 대한 통제 허용도 포함돼 있다.
돼지독감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인구 2000만 명의 멕시코 수도권은 교통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백화점 상가 고객이 70%까지 감소하는 등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멕시코 시내에서는 경찰들이 통행을 일부 차단하고 있고,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한 채 야외에 나갈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멕시코시티 조칼로 광장을 순찰하는 경찰. ⓒ로이터=뉴시스 |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이어 뉴욕까지 위기
멕시코와 접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 및 중부 지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텍사스 보건당국은 25일 산 안토니오 인근에 있는 과달루페의 한 고등학교에서 주내 3번째로 돼지독감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이 학교에 대해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텍사스 보건 당국은 앞서 발생한 2명의 환자는 치료를 받고 정상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중부 캔자스주 보건 당국도 2명의 성인이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부부로 남편이 지난주 멕시코를 여행한 뒤 병세가 나타났으며 이어 부인에게도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1명은 치료를 받고 회복됐지만 다른 1명은 아직 아픈 상태에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35세 여성에게서 돼지독감의 주내 7번째 감염 사례가 발견됐으나 치료를 받고 회복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감염자는 모두 멕시코 국경에서 가까운 샌디에이고와 인근 임페리얼 카운티에서 나왔다.
한편 뉴욕에서도 25일 퀸즈 지역의 한 학교에서 8~9명의 학생이 돼지독감 의심환자로 검사를 받았으나 최종 감염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이미 폭넓게 확산돼 있으며, 바이러스를 봉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민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CDC의 앤 슈채트 박사는 "우리가 보듯이 많은 다른 지역에서 감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 바이러스를 한 곳에 붙들어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 멕시코에서 출발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체온 측정 장비를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WHO,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우려 사안' 선포
WHO는 25일 멕시코와 미국의 돼지독감 확산 사태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우려 사안'이라고 선포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제네바에서 독감전문가들로 구성된 긴급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뒤 이같이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7년에 설치된 이 위원회가 긴급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HO는 이번 돼지독감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각국의 예방 활동 등 적극적 조치도 촉구했다.
찬 총장은 회의에 앞서 "돼지독감이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나라별로 경계를 더욱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돼지독감이 현재 광범위하게 만연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돼지독감이 사람들 사이에 쉽게 확산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지역에서, 또 아무런 접촉이 없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감염 사례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이같이 판단하고 있다.
▲ 마스크를 쓰고 서당 미사를 보고 있는 멕시코시티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
세계 각국엔 비상이 걸렸다. 남미 콜롬비아 보건 당국은 공항과 항구 등 출입국 지역에 대한 검역 강화를 지시한데 이어 25일 돼지독감 비상위원회를 구성했다.
디에고 팔라시오 콜롬비아 사회복지장관은 기자들에게 "상황이 심각하며 우리는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에게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은 물론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항공 승무원 1명이 25일 멕시코시티에서 돌아온 뒤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런던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AFP>가 보도했다.
영국 보건국(HPA)은 이 승무원이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이며 영국 등 유럽에서는 아직까지 돼지독감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뉴욕 퀸스 지역의 한 학교 입구에 돼지독감으로 수업을 취소한다는 통지문이 붙어 있다. ⓒ로이터=뉴시스 |
아시아권 국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전염병에 취약한 중국은 보건과 검역 당국을 중심으로 돼지독감의 상륙 차단과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질검총국)은 25일 밤 긴급 통지문을 발표해 돼지독감이 발생한 지역에서 귀국한 여행객은 독감 증세가 있으면 입국시 즉각 신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질검총국은 또 멕시코와 미국에서 귀국한 지 2주일 내의 여행객은 독감 증세가 나타나면 보건 당국에 신고해 정밀 검진을 받도록 하고 문제의 돼지독감 바이러스 A/H1N1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 즉각 격리 치료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25일 오전 총리실의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긴급 설치한 뒤 오후에는 관계 성·청의 과장급 담당자들을 불러 안전대책을 협의했다.
외무성은 멕시코를 여행하려고 하는 국민들에게도 신중한 재검토를 권유하는 내용의 '도항(渡航)정보'를 발령했다. 멕시코와의 직항편을 운행하는 나리타(成田) 및 간사이(關西) 공항에서는 멕시코에서 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 장비로 발열 여부 등을 체크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후생노동성은 이날 전화상담 창구를 설치하고, 담당 직원들로 하여금 24시간 근무태세로 정보 수집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신형인플루엔자대책추진실의 직원들은 휴일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체제로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관계기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홍콩은 돼지독감이 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면서 위생방호센터를 중심으로 비상 대응체제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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