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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특혜 전면 재검토"…공단 존립 위협 '메가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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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특혜 전면 재검토"…공단 존립 위협 '메가톤' 메시지

남북 접촉, 각자 입장 발표 후 22분 만에 종료…억류 직원 접견 못해

북한은 21일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 등 개성공단 사업을 위에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 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측은 이날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접촉 때 남측에 전한 문건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북측은 특히 노동자들의 노임을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고,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또 개성공단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하며 10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14년부터 지불하게 된 토지사용료를 2010년부터 내도록 하겠다면서 남측은 이에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15시간만에 남측으로 복귀한 대표단 ⓒ뉴시스

예상 외 통보 속 강력한 메시지 담겨

이날 접촉이 있기 전 여러 전문가들은 북측이 개성공단의 존립을 흔들만한 강경한 통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남측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이날 실제로 통보된 내용은 비교적 '기술적인' 사안이 담겨 있고, 특히 계약 재검토를 위한 협상 단계를 두고 있는 등 겉으로 보기엔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특혜를 재검토한다는 것은 남측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할 수 있는 비교우위를 사실상 없애겠다는 뜻으로 남측 스스로 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단수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토지사용료를 내년부터 징수하고 근로자 임금을 올려달라는 말은 당장 101개 입주기업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따라서 북한의 이날 통보에는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해 개성공단을 유지하거나 이대로 문을 닫거나 양자택일하라'는 강경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편, 북측의 이날 통보 내용은 정부 당국에 의해 '가공되어' 전해진 것으로 실제 어떤 맥락에서 이러한 말이 나왔는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개성공단을 민족사업으로 여겨 특혜를 줬다가 이젠 그걸 없애겠다는 말인데 북한의 어법으로 볼 때 왜 그러는지 먼저 상황 설명을 했을 것"이라며 "그 부분을 공개해야 전체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당국자도 "고위급에서 정치적으로 판단할 부분은 일단 빼 놓고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이 예상대로 PSI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PSI와 개성공단을 직접 연계하는 대신 'PSI는 선전포고'라는 원론만을 되풀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 억류 직원은 접견도 못해

한편 이같은 통보에 대해 남측 대표단은 북측이 현대아산 유모 씨를 23일째 억류하고 있는 것은 남북합의서 위반임을 지적하며 유 씨의 신병을 즉각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유 씨 문제는 이번 접촉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남측의 요구를 거부해 끝내 대표단은 유 씨를 인도는커녕 접견도 못한 채 귀환했다.

또한 남측은 북측에 대해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를 위한 남북합의서 무효 선언 등 우리 및 국제사회의 안타까움과 실망만을 자아내는 긴장조성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남측은 쟁점이 되고 있는 PSI 문제에 대해 "인류가 안전을 위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한반도 수역에서는 남북해운합의서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결포고·선전포고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북측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믿으며 이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측은 △작년 12월 1일자로 취한 육로통행 및 체류제한 조치를 철회하고 △국가 원수(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중상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 등을 포함해 남북관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당국간 차기 접촉을 제의했다.

남-북, 7차례 예비접촉 '치열한 신경전'

남북은 이날 7차례 예비접촉을 갖는 등 진통 끝에 오후 8시 35분부터 22분간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실에서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남북은 공통된 의제에 대한 논의없이 각자의 주장만을 통보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남측 대표단은 북측과 만난 직후 통지문을 낭독했다. 그러나 북측이 그를 제지하자 북측에 통지문을 전달했고, 그 순간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명철 부국장이 자신들의 통지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후 북측은 남측의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로 찾아와 접촉 당시 남측이 전달한 통지문을 반환하고 돌아갔다.

남측 대표단장인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이날 밤 귀환 직후 "이번 개성행의 가장 큰 목적은 북한에 의해 부당하게 장기간 조사를 받고 있는 우리 근로자를 접견하고 신병을 인도받기 위한 것"이었다며 "북한의 일방적인 거부로 접견조차 하지 못하고, 그 분과 함께 오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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