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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정면 충돌'…'보도국장 불신임·지역 뉴스 송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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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정면 충돌'…'보도국장 불신임·지역 뉴스 송출 중단'

사상 초유 불신임 투표·송출 거부…신경민 앵커 교체 결정 반발 확산

문화방송(MBC) 경영진과 보도국 기자들이 정면 충돌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MBC 기자회는 경영진이 13일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의 교체를 확정하자 마라톤 기자 총회를 통해 △ '제작 거부'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전영배 보도국장의 불신임을 가결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도 △보도국장 퇴진 △엄기영 사장 사과를 촉구하면서 13일부터 서울 여의도 경영센터 10층 임원실 앞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또 19개 지역 MBC 노조는 14일 오전 9시부터 보도국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마칠 때까지 서울 MBC 본부로 뉴스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정 방송' 의지 없는 보도국장과 일할 수 없다"

MBC 평기자회는 이날 연 기자 총회에서 전영배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여 총 96명 중 불신임 93표, 신임 2표, 기권 1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전 국장에 대한 불신임을 가결시켰다.

MBC 기자회가 보도국장에 불신임 투표를 진행·가결한 것은 초유의 일로 1996년 보도국 내의 반발 여론에 밀려 추성춘 국장이 자진 사퇴한 것이 비슷한 사례로 유일하다. 기자회의 불신임 투표는 보도국장의 거취에 대한 '구속력'은 없으나 전체 기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경영진과 전영배 국장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MBC의 한 기자는 "경영진과 보도국장이 정치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는 이상 기자들은 이러한 경영진, 보도국장 아래에서는 더 이상 보도할 수 없음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보도국장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회의 불신임 결정에는 전영배 국장이 신경민 앵커 교체 건과 관련해 "보도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하다 '신경민 앵커 교체는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꾼 것이 컸다. 한 기자는 "보도국장이 말을 뒤집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며 불신임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의 불신임 결정은 전영배 보도국장의 보도 기조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MBC의 한 관계자는 신경민 앵커 교체건을 두고 "사실 되짚어보면 지난 1월 전영배 보도국장이 바뀌면서부터 경영진의 '정권 굴복'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서울대 정치학과 1년 선배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보도국장으로 선임한 것 자체가 뉴스에서 정권에 굴신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회가 전영배 보도국장 교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계속함에 따라 엄기영 사장은 보도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립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보도국장 퇴진 요구를 받아들여 사태를 일단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MBC 기자회가 13일 MBC 경영센터 1층 D 공개홀에서 총회를 갖고 신경민 앵커 교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
MBC 경영진 "'강성'은 <뉴스데스크>에 맞지 않아"

한편, 이날 엄기영 사장의 '신경민 교체 강행'은 MBC 경영진이 앞으로 추진할 '정치적 성격'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날 엄기영 사장은 신경민 앵커의 교체 이유로 '공정성'과 '균형성'을 원인으로 지적해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멘트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과 각을 세우는 MBC"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송재종 보도본부장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신경민 앵커의 교체의 이유로 "시청률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국민으로부터 더 신뢰받고 선호되는 뉴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경민 앵커의 '색깔'을 다시 거론했다.

송재종 본부장은 이날 경영진의 결정을 '친구'에 비유하면서 "친구들 중에는 강성이고 공격적인 친구가 있다. 그는 불의에 굽히지 않지만 눈총을 받기 쉽다. 또 어떤 친구는 사안을 바라보고 바로잡는데 있어서 설득과 이해에 더 주력하는 친구가 있다. 또 아예 외면하는 친구가 있다"면서 "그중 뉴스가 갖는 역할을 찾자면 두 번째가 가장 최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송재종 본부장은 "지금 <뉴스데스크>가 경쟁력이 쳐져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대상을 염두에 둔 비판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신경민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의 색깔에 '설득'과 '친근감'을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색' 드러낸 엄기영, 노조는 어떻게?"

이러한 경영진의 태도는 MBC 내부에서부터 비판을 샀다. 당사자인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도 사측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엄기영 사장이 보기에 신경민의 보도가 불균형, 불공정했다고 보는가 보다. 내가 뉴스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가 보다"며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엄기영 사장부터 경영진이 나서서 뉴스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거론한다면 그간 MBC 보도가 불공정하고 불균형했다고 자인하는 것이냐"며 "이번 신경민 앵커 교체의 가장 큰 문제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뉴스 경쟁력'을 거론한다면 MBC 구성원들에게 '시청률'이나 '클로징 멘트에 대한 시청자 반응'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이 '공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상 정권에 굴복하겠다는 제스처에 다름 아니다"라며 "엄기영 사장은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앞두고 정권 앞에 엎드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MBC 경영진의 '정치적 자기 증명'이 MBC 노동조합에도 상당한 숙제를 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기영 사장이 퇴진하면 이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MBC 노동조합의 '딜레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오늘 경영진의 결정은 MBC 노동조합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며 "엄기영 사장은 '비가 올 때는 몸을 피해야 한다', '내가 퇴진하면 더 정치적인 인사가 온다'는 식의 논리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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