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거나, 그것이 제재 결의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발사 즉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일본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국무부 "적절한 조치 취할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비난하면서 그 로켓을 '대포동 2호 미사일'로 규정한 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어떤 행동도 명확히 금지한 안보리 결의 1718호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를 방문하던 중 발사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우리는 이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가기 위해 일본, 한국 등 역내 동맹국 및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과 확산은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량살상무기와 운송수단의 확산 방지는 미 행정부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책과제"라며 "미국은 동북아의 안보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6자회담을 통해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에 대해 "비핵화 달성과 긴장 완화 그리고 북한과 주변 4개국 및 미국 간의 다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틀을 제공해왔다"고 말해 향후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등 북미관계 현안을 처리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국무부도 오바마의 발언 수위를 넘지 않았다. 국무부 상황실의 프레드 래시 대변인은 "북한의 발사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도발적 행위"라면서 "북한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with impunity) 다른 나라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미국은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북 협상 및 안보리 구도 의식
미국의 신중한 반응은 로켓 발사 후 북한과 협상에 돌입하려면 과잉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안보리의 대응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하겠다"라며 "미사일 소란이 진정된 뒤 장기적인 정책 우선순위인 6자회담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또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압력과 당근을 결합해야 하며 우리는 그런 입장에서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상황은 미사일 문제를 왜 다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미사일 문제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던 사안"이라며 "그 때도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고도 말했다.
로버드 우드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안보리 긴급회의를 원하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안보리 회의가 열리면 참석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AP 통신 "美, 새 결의안 모색 않을 것"
미국의 신중함은 또한 과도한 결의안을 추진했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됨으로써 외교력에만 타격을 입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중국은 안보리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5일에도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로켓 발사에 대해 "중국은 오늘 오전 북한의 발사 활동과 관련국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면서 "관련국들은 냉정과 자제력을 발휘해 타당하게 일을 처리하고 지역평화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북한은 사전에 통신위성을 시험 발사하겠다고 선포했다"고 말해 위성이라면 안보리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 유사한 내용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유엔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모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북한의 오랜 동맹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고, 이 나라들이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日, 국제사회 여론몰이 시작
반면, 일본은 뉴욕 현지시간 4일 밤 11시 5분 쯤에 안보리 의장국인 멕시코 대표부에 팩스와 이메일 및 전화를 통해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비공개회의가 5일 오후 3시(한국시간 6일 새벽 4시)에 열린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로이터=뉴시스 |
그간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던 일본은 발사 30분 만에 예상된 행동을 보여 이 문제를 강하게 몰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안보리가 개최돼도 대응 수위를 놓고 이사국 내에 견해차가 커 결론 결론 도출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가 확인되자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서는 등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전력을 기울였다.
일본은 또 이번 로켓 발사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국, 미국과 연대해 대처하는 한편, 안보리에 새로운 결의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오후 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해 로켓 발사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아소 총리는 북한의 발사 보고를 받고 즉각 안전 확인과 정보수집 태세 강화, 국민에 대한 신속한 정보제공 등을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북한에서 '비상체(飛翔體)'가 발사돼 일본 동북부 지역 상공을 통과 태평양으로 통과했다고 발표하고, 추진체 가운데 1단계는 아키타(秋田)현 서부에서 280㎞ 떨어진 동해상에, 2단계는 일본 동부에서 2100㎞ 이상 떨어진 태평양상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은 그러나 북한의 로켓이 일본 영토에 추락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의한 요격을 실시하지 않았다. 로켓 발사에 따른 추진체나 파편이 일본 영역에 낙하하지 않음에 따라 항공기나 선박을 포함한 일본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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