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식 해외비자금' 3건 적발에 883억원 추징

국세청 "조세피난처에 대한 국제적 규제 강화 흐름에 동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해외비자금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0일 국세청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역외 탈루소득'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대기업, 무역업체, 고액자산가 등 총 45명을 조사해 177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했다.

역외 탈세혐의자들이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탈루소득을 외국인 명의로 조세피난처 등에 숨기거나 역외금융센터를 경유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인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제3국에 은닉한 3건만으로 883억원이 추징됐다.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박연차 회장의 수법도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유사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기업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한 뒤 해외 투자명목으로 송금해 해외부동산 등을 취득하고 관련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35건에 531억원이 추징됐다.

해외에서 직접 받아 조성한 비자금을 조세피난처 등에 숨기고 외국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국내에 송금한 경우도 7건이 적발돼 356억원이 추징됐다.

해외계좌정보 수집 등 역외 탈세 조사 강화

채경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기획조사에 대해 "역외 탈세를 통한 해외은닉자산에 대해 국제적인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4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고강도 제재방안이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조세회피 거래에 대한 국제적인 감시망에 참여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일단 국제적인 실시간 정보교환 및 정보 공유를 추진하고 있는 '조세피난처 정보센터(JITSIC)'에 중국처럼 옵서버로도 일단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구는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채경수 조사국장은 "역외 탈세나 불법적인 해외 은닉자산에 대한 조사가 국민의 기대에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외국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해외 계좌정보를 수집하는 등 역외 탈세 행위자들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세무관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해외 탈세 제보를 받기 위한 '해외탈루소득 신고센터'도 최근 개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