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8일 실시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대의원 68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북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명단을 연합뉴스가 분석한 결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 주역중 한 사람이었던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 북한의 주요 고위층 대부분이 대의원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북한 권력구도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 687명중 316명이 새로 대의원에 선출돼 절반 가까운 46%가 교체됐으나, 이는 명예직인 대의원에 대거 포함된 공장.기업소 지배인이나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등 비권력층 대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대폭 교체된 데 따른 것이다.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할 때인 제10기 때는 급격한 세대교체 바람 속에 64%의 교체율을 기록했으나 11기 때는 이번과 비슷한 50%가 교체됐다.
대의원 선거 전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정운의 대의원 진출 여부가 주목됐으나 예상대로 그의 이름은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가 후계자로 내정되기는 했지만 후계 수업이 미완이고 과거 김 위원장도 후계자로 내정된 뒤 오랜 기간 공식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대의원 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개성공단 실사작업을 벌였던 김영철 국방위원회 정책실장,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미국측과 회담에 나섰던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신선호 유엔 주재 대사, 최익규 전 문화상 등이 새로 대의원에 선출됐다.
특히 그동안 남북언론교류 논의에 관여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 조충한 부위원장이 대의원이 됨으로써, 남한 정세에 대한 오판 등의 이유로 좌천된 최승철 부부장의 후임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김정일 위원장의 가계로, 숙부인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명예부위원장과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은 이번에도 대의원에 뽑혔다.
지난 11기까지 9선을 기록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8선의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7선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 김일성 주석 때부터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이르기까지 권력 핵심부를 채우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다시 대의원이 됨으로써 선수를 하나씩 늘렸다.
최근 인사에서 승진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리영호 총 참모장, 최룡해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도 대의원이 됐다. 이들은 북한 권력의 2인자로 후계자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성택 행정부장의 사람들로 알려졌다.
또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 부부장, 지영춘 인민보안성 정치국장 등 공안기관장급으로 장 부장의 지휘를 받는 인물들도 모두 11기에 이어 대의원 자리를 지켰다.
노동당 비서 및 부장급 인물들과 우리의 장관에 해당하는 내각 상급 인물, 각 도(道) 인민위원장 및 책임비서, 각급 사회단체장, 노동당의 우당 위원장도 사실상 당연직으로 대의원에 피선됐다.
대남 분야에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리종혁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낯익은 인물들 대부분 대의원직을 유지했다.
이날 북한의 중앙선거위는 대의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투표율 99.98%에 찬성 100%라고 밝혔다.
북한은 대의원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내달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함으로써 '김정일 3기' 체제를 공식 출범시키고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의 조직.인사 정비, 예.결산 심의 등의 의제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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